해인법어 도림 법전스님


도림 법전스님

도림 법전스님의 법어 공간입니다.
동안거결제법어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가리라
(十方同共聚)
(個個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제목 : 부채가 부서졌다면 1999 년 3 월(205 호)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서우선자犀牛扇子를 용다시用多時어늘
문착원래총부지問着元來摠不知라.
무한청풍여두각無限淸風與頭角이
진동운우거난추盡同雲雨去難追로다.
무소뿔 부채를 오랫동안 써 왔지만
물으면 의외로 아무도 모르네.
무한한 맑은 바람과 뿔이
구름과 비와 똑같아 뒤쫓기 어려워랴.

염관 제안鹽官齊安 선사가 하루는 시자를 불렀습니다.
“내게 그 무소뿔 부채를 갖다 다오.”
“그 부채는 이미 망가졌습니다.”
“부채가 망가졌다면 나에게 무소라도 되돌려 다오.”
이에 사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습니다.

마조 도일의 법을 이어받은 염관 제안선사는 태어날 때 ‘이길 사람이 없는 깃대를 세우고 부처의 햇빛을 다시 비치게 할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법기法器입니다. 본디 당나라 황실의 종친입니다. 훼불의 주역인 무종無宗을 피해서 도망 온 선종 황제를 사미승으로 데리고 있게 되었습니다.
선사께서는 이 일을 미리 아시고 대중으로 하여금 여법하게 살도록 하여 잡된 일과 잡된 말을 일체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선종이 때가 되어 절을 떠나갈 때 불법의 장래를 부탁하였습니다. 선종이 불법을 중흥시키는 데 사실 선사의 공이 매우 컸습니다. 뒷날 선종 황제가 스님을 모시고자 하였으나 선사가 이미 입적한지 오래인지라 슬피 여겨 오공悟空 선사라는 시호를 내린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염관스님 외에도 몇몇 선사들아 부채를 가지고 법거랑을 하신 바 있습니다.
마곡 보철麻谷寶徵스님이 어느 날 부채질을 하는데 어떤 이가 물었습니다.
“바람의 성품이 늘 있어서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거늘 화상께서는 어째서 부채를 흔들고 계십니까?”
이에 선사께서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는 바람의 성품이 늘 있는 줄만 일었고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는 줄을 몰랐구냐.”
이에 다시 물었습니다.
“무엇이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는 도리입니까?”
이에 선사는 닷 부채를 흔들어 보였습니다.
이에 그 스님이 절을 하니 선사께서 말하였습니다.
“쓸모없는 중을 천 명 붙여둔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자복 여보資福如寶스님은 일원상一圓相을 그리고서 그 가운데 소 우牛라는 글자 한 자를 썼습니다. 보복 종전保福從展스님도 시자를 대신하여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나이가 많아지시니 처음은 기억하시나 끝은 잊어버립니다. 조금 전에 부채를 찾다가 이제 무소를 찾으니 시봉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따로 다른 시자를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소뿔 부채를 오랫동안 써왔는데도 물으면 의외로 모른다’는 것은 사람마다 무소뿔 부채를 지니고 하루종일 모두 그의 힘을 받고 있으면서도 왜 묻기만 하면 모두가 모른다는 말입니다. 시자는 말할 것도 없고 투자, 석상, 보복 스님까지도 제대로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설두 중현스님은 투자스님의 답변에 대해서 “나는 온전치 못한 뿔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고, 석상스님의 답변에 대해서는 “무소는 그대로 있지”라고 하였으며, 자복스님의 답변에 대해서는 “조금 전에 무엇 때문에 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냐”고 하였으며, 보복스님의 말에 대해서도 “고생은 했지만 공로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덧붙인 것입니다.

무착스님이 문수보살을 예방하여 차를 마실 무렵에 문수보살이 파려玻瓈로 만든 찻잔을 들고서 말했습니다.
“남방에도 이런 것이 있느냐?”
“없습니다.”
“평소에 무엇을 가지고 차를 마시느냐?”
그러자 무착스님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 공안의 귀결점을 알 수 있다면 무소뿔 부채에 한량없는 밝은 바람이 담겨 있고 무소의 뿔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염관鹽題官이 강요벽서우剛要覓題牛어늘
시자하증해장수待者何曾解掌收리오.
절수이귀담저거截水E歸潭底去하여
심장쌍각긍회두深藏雙角肯回頭리오.
염관이 억지로 무소를 찾았는데
시자는 그 어찌 손바닥 거둘 줄 알았으리오.
물을 건너 어느덧 못 밑으로 돌아가서
두 뿔을 깊이 감추고 머리를 돌려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