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가리라
(十方同共聚)
(個個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황벽黃蘗스님께서 부엌에 들어갔다가
쌀을 씻고 있는 공양주스님을 보고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는가?”
“대중의 밥쌀을 고릅니다.”
“하루에 얼마나 먹는가?”
“두 섬 반입니다.”
“너무 많지 않은가?”
“그래도 적을까 걱정입니다.”
이에 황벽 선사가 공양주를 바로 때려 버렸습니다.
석상石霜스님이 위산爲山 선사 밑에서 미두米頭 소임을 볼 때 일입니다.
어느 날 쌀광에서 쌀을 까불고 있노라니, 위산 화상이 이를 보고 말하였습니다.
“시주의 물건을 흘리지 말라.”
“감히 흘리지 않습니다.”
이에 위산 화상이 땅에서 쌀알 하나를 주워들고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흘리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석상스님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위산 화상이 말했습니다.
“이 한 알을 적다고 업신여기지 말라. 백천 알이 모두 이 한 알에서 나왔느니라.”
이에 석상스님이 백천 알은 이 한 알에서 나왔지만 이 한 알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하고
대꾸하니 위산 화상이 껄껄 웃으면서 방장실로 돌아갔습니다.
설봉雪峰스님은 가는 곳마다 공양주 소임을 자청해서 맡았습니다.
동산洞山스님께서 밥을 준비하는 설봉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느냐?”
“쌀을 씻습니다.”
“쌀을 일면서 모래를 고르느냐, 모래를 일면서 쌀을 고르느냐.”
“쌀과 모래를 모두 버립니다.”
“대중은 무엇을 먹으라고?”
이에 갑자기 설봉스님은 쌀항아리를 뒤엎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 공양주 스님들의 공부경계를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공양주 스님은 공부는 도무지 하지 않고 밥짓는 일만 하다가
황벽스님에게 얻어 맞고서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그 과정을 임제臨濟스님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임제스님은 “내가 그대를 대신해서 그 노장을 감정해 주리라” 하고는
황벽스님에게 가서 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황벽 선사가 그 사건에 대하여
한마디 하였습니다. “쌀의 양이 너무 많지 않느냐고 했을 때
‘왜 내일 다시 한 차례 더 먹겠습니다’ 하고 대꾸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임제스님은 “내일이라니요. 무슨소리입니까? 지금 바로 먹지요” 하면서
도리어 황벽 선사를 한 대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황벽 선사는 “저 미친 놈이 여기까지 와서 범의 수염을 잡아당기는구나” 하니,
임제스님은 할(喝)을 하고 나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석상스님의 경우는 “백천 알은 이 한 일에서 나왔지만
이 한 알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라는 그 한마디에 위산스님은 웃으면서
염화실로 돌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상당하여 “대중들아! 쌀 속에 벌레가 있나니라” 라고 하여
공부의 경지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대답도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닙니다.
위산스님은 인정에 끄달렸습니다. 견해가 기특하기는 하지만
“이 한 알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했을 때 한주먹으로 세게 때려 주기만 했더라면
석상스님은 더욱 분심을 내어 공부를 해서 능히 고금에 빛나는 인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경우의 설봉스님은 그래도 밥하면서도 꾸준히 공부를 하였는지
쌀항아리를 엎어버렸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는 동산스님께서는 말씀 하셨습니다.
“얻기는 얻었으나 나중에 딴사람을 만나야 되겠다. 그대는 덕산스님과 인연이있다.”
설봉스님과 동산스님의 법거량에 대해서는 고금의 선지식들이
한마디씩 착어着語를 붙였습니다.
투자 청投子 靑 선사는 “모래를 일어 쌀을 고르느냐
쌀을 일어 모래를 고르느냐고 물으면 ‘그림자 없는 장생長生의 계수나무에 서릿발이 지나가니
열매를 맺는 일이 잦습니다’ 해야 한다. 또 대중은 무엇을 먹느냐고 물으면
‘금봉金鳳은 향을 따서 다 머금지 못하고, 옥추玉芻는 꽃술을 먹으니 새잎이 자랍니다’ 라고
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낭야 각 선사는 “설봉의 그런 말은 마치 달콤한 복숭아 나무를 버리고
산에 가서 신맛의 아가위를 따는 것과 같도다” 하였습니다.
취암 종翠岩 宗 선사는 “곧은 나무에는 봉황이 깃들이지 않고,
금바늘은 이미 봉황을 수놓았다. 만일 신풍新豊노인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얼음 풀리고 기왓장 녹는 꼴을 보았을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동산스님은 설봉스님으로 하여금 덕산스님을 찾아가도록 해 주었습니다.
설봉스님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덕산스님에게 물었다.
“예부터 내려오는 종승宗乘의 일이 제게도 있습니까?”
그러자 덕산스님은 한 방망이를 때리고서 “뭐라고 했지?” 라고 하였는데
이 한마디로 말미암아 깨쳐 버렸습니다. 마침내 설봉스님은 덕산스님의 법을 잇게 됩니다.
만발성래일물무滿鉢盛來一物無하니
기동향적변진소豈同香橫變珍蘇이랴.
일월병륜장부조日月竝輪長不照거늘
목인무수향홍로木人舞抽向紅爐로다.
바루에 가득 담아도 한 물건도 없으니,
어찌 향적세계에서 진소珍蘇를 변화시킨 것 같으랴.
해와 달이 함께 돌아도 오래오래 비추지 못하거늘,
목인木人이 춤을 추며 이글거리는 화로로 향하는 구나.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