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법어 도림 법전스님


도림 법전스님

도림 법전스님의 법어 공간입니다.
동안거결제법어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가리라
(十方同共聚)
(個個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제목 : 때마침 하늘에서 눈이 내리네 1997 년 2 월(180 호)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전공全公이 상송방공相送廳公하니
정치만천설하正植滿天雪下로다
편편불락별처片片不落別處하니
가련유구여아可憐有口如啞로다
직요악득성단直曉握得成團이라도
요과신라거야 繇過新羅去也니라
해도전로선위解道前路善爲하니
면득동타서타免得東打西打로다
타불타打不打여 야대가也大奇로다
삼년유객주三年留客住하니
막대거시기莫待去時飢하라
전공全公이 방공龐公을 전송하는데
때마침 하늘에서 흰 눈이 내리네.
송이송이 딴 곳에 떨어지지 않으니,
가엾어라! 입 있어도 벙어리 같구나
설사 쥐고서 눈덩어리를 만들었더라도,
새매는 신라를 지나가 버렸네.
가시는 길 조심하라고 인사할 줄 알아서
동쪽서쪽 때릴 것을 모면하였네
때리거나 때리지 않음이여!
참으로 이상하구나.
삼 년 동안 객으로 머물러 있었으니
갈 때에 시장하지 않게 해다오.

방거사가 삼년 동안 머물던 약산藥山 유엄스님을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약산스님께서 함께 살던 열 명의 선객 스님들에게 문 밖까지 전송하도록
하였습니다. 비록 거사의 신분이긴 했어도 공부가 익었는지라 늘 한마디씩
일러줌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눈이 내려고 있었습니다. 거사는
펄펄 내리는 흰 눈을 보면서 한마디 내던졌습니다.
“호설 편편 불락처好雪 片片 不落處로다. 좋은 눈이로다! 눈송이가 딴 곳에는
떨어지지 않는구나”라고 하여 바람도 없는데 공연히 풍랑을 일으켜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때 전全이라는 선객이 곁에 있다가 걸려 들어 한마디
아는 체 하였습니다.
“낙재습마처落在什摩處오? 어디에 떨어집니까?”
이에 방거사는 던진 말의 미끼에 끌려 따라 들어오는 그 선객의 따귀를
한 차례 쳤습니다. 그러자 그 선객은 말하였습니다.
“거사야부득초초居士也不得草草오. 거사는 거칠게 굴지 마시오.”
그래봐야 관棺 속에 누워서 눈알을 부릅뜨는 꼴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거사는 혀를 차면서 한마디 합니다.
“그러고서도 선객이라고 불립니까? 염라대왕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고서 거친 마음을 고치지 않고 한마디 합니다.
“거사 자마생居士作慶生고? 거사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깜깜한 소리만 하자 따귀를 한번 더 올리고는 할 수 없어서
방거사가 자진하여 판결문을 읽어 줍니다.
“안견여맹 구설여아眼見如盲 口說如啞로다. 눈을 떴어도 장님과 같으며,
입을 열어도 벙어리와 같구나.”

방거사는 처음에 석두石頭스님을 만나 “만법과 짝하지 않으니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두스님이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다소의 견차見處가 열렸으며, 뒤에 마조馬祖스님을 만나 똑같은 질문을 하자,
“그대가 서강西江의 물을 한입에 다 마셨을 때 그대에게 말해 주겠데” 라는 말에
크게 깨쳤습니다. 그는 선지식이었기에 많은 총림에서 서로 우러러 보았고,
이르는 곳마다 다투어 칭찬하였습니다. 약산藥山스님 회상에서도
삼년 동안 머문 뒤 떠나는 날 마침 눈이 내렸던 것입니다.
거기에서 선객과 몇 따귀가 오고 간 것을 보고 설두雪竇스님은
“처음 물었을 때 눈덩이를 뭉쳐 바로 후려쳐야 했다” 고 하시고는
덧붙여 놓은 말어 있습니다.
“눈덩어리로 치고 눈덩어리로 치더라도, 방노龐老의 기관機關을 잡을 수 없었다.
천상에도 인간에도 전혀 모르니, 귀 속, 눈 속까지 끊긴 듯 맑고 시원하구나.
씻은 듯이 끊긴 것(蕭西)은 달마스님이라 하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눈덩어리로 치고 눈덩어리로 치더라도 방거사외 기관을 잡을 수가 없다’ 는 것은
설두스님이 거사의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하는 것입니다. 옛 사람이 눈(雪)으로써
평등무차별의 세계를 밝힌 것입니다. 설두스님의 뜻은 당시 눈을 뭉쳐서
바로 던졌더라면, 거사가 제 아무리 기관機關 - 학인을 지도하는 수단 - 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천상에도 인간에도 전혀 모르니 윗속 눈 속까지 끊긴 듯 맑고 사원하구나’ 라고
한 것은 귀 속에도 눈(雪), 눈(眼) 속에도 눈(雪)이라는 것이니
이는 평등한 상태에 머무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우리는 보통 ‘한덩어리가 되었다’ 라고 말합니다. 교가敎家에서는
‘보현경계普廣境界와 절대평등’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경장주經藏主 스님은 ‘거사의 기봉은 번갯불 치듯 하는데
눈덩이를 뭉치려고 한다면 어느 시절에 되겠는가! 말하자마자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하였고, 말하자마자 바로 쳐버렸어야 끊어버릴 수 있었다”
라고 하여 설두스님이 놓친 부분까지 보았던 것입니다.
전全 선객은 죽일 놈을 죽이지 않아서 도리어 재앙을 불렀습니다. 전全 선객이
그 때에 어떤 말을 했어야 방거사의 윽박지름을 받지 않았겠습니까? 만일 지금
불법문중을 유지해 갈 사람이 있다면 나와서 대중의 안목을 열어 주고
또 자기의 배우려는 신심을 표현했을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산승이 대중들을 위해 한마디 이르겠습니다.
오늘이 섣달 보름이니 산문과 거리에서 구걸하던 이가 방에 들어가서 정돈할 때입니다.
어떤 이가 구걸하는 이에게 물었습니다.
“이미 방안에 들어왔을 때는 또 어떤고?’
(한참 있다가)
“상봉불하마相逢不下馬하니 각자유전정各自有前程이니라.
서로 만나 말에서 내리지 않으니 제각기 갈 길이 따로 있나니라.”

방노경계廳老境界는 적수적동顧水斷東이오
약산사리藥山關利는 양목정동兩目定動이로다
기불발시機不發時에 일장곤몽一場困夢이더니
본자천진本自天眞이시니 하수해용何誰解用고.
방거사의 경계는 방울물이 얼어붙음이요
약산선사의 경계는두눈이 까딱도 않는구나.
기관을 움직이지 아니할 때는 한바탕 고달픈 꿈이더니
본래 천진한지라 누가 부릴 줄을 알리오.

원통법수圓通法秀 선사께서는 눈이 내릴 때 세 종류의 스님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가장 우수한 승려는 승당 안에서 좌선을 하고, 중간쯤 되는 승려는
먹을 갈아 붓을 들고 시를 지으며, 가장 못난 승려는 화로가에 둘러앉아
먹고 떠든다고 한 바 있습니다.
눈이 오든지 비가 오든지 간에 늘상 공부하는마음을 여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