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법어 도림 법전스님


도림 법전스님

도림 법전스님의 법어 공간입니다.
동안거결제법어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가리라
(十方同共聚)
(個個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제목 : 망아지 한 마리가 천하 사람을 짓밟으니 1998 년 11 월(201 호)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해인총림 방장 법전스님

부지보소문인멱不知寶所問人覓하니 장보시거거불식將寶示渠渠不識이로다.
지래지거문상인指來指去問商人하니 답파초혜다소량踏破草鞋多少緉고
보배 둔 곳 몰라서 남에게 물으니 보배를 그에게 보이나 보배마저 모르네.
여기저기 가리키며 상인들께 물으니 닳아서 헤진 짚신이 몇 켤레나 되는고.

어떤 스님이 마조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사구四句를 여의고 백비百非를 떠나서 스님께서는 저에게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곧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내 오늘 피곤하여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지장智藏스님에게 물어보게나.”
그 스님은 지장스님에게 조사서래의를 다시 물었습니다.
“왜 마조 큰스님께 묻지 않았느냐?”
“스님께 가서 물으라고 했습니다.”
“나는 오늘 골머리가 아파서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회해懷海 사형 스님에게 가서 묻도록 하게.”
그 스님이 다시 회해스님에게 가서 물으니 회해스님이 말하였습니다.
“나도 그것을 모른다.”
그러자 그 스님은 할 수 없이 마조선사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마조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

마조스님은 육조혜능 남악회향의 법을 이어받은 선사입니다. 태어나면서 혀가 넓고 길어서 코를 덮었고 발바닥에는 천복륜상天輻輪相이 새겨져 있었으며, 호랑이의 눈을 가졌고 소처럼 걷는 법기法器였습니다. 뒷날 ‘강서마조’ 라고 불리는 대선장大禪匠이 되셨습니다.
육조스님은 남악회양 선사에게 “여족하출일마구汝足下出一馬驅하여 답살천하인踏殺天下人하니라. 먼 훗날 너의 문하에서 망아지 한 마리가 나와 천하 사람들을 모두 짓밟아 죽이리라” 하여 이미 마조스님의 출현을 수기授記한 바 있었습니다. 그러한 마조선사의 문하에는 서당지장西堂智藏 백장회해百丈懷海 남전보원南泉普願 등 기라성 같은 많은 수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보름날 밤 달구경을 갔습니다.
그 때 마조선사가 물었습니다.
“정말 이럴 때는 무엇을 하였으면 좋겠는가?”
서당지장이 말했습니다.
“공양을 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백장회해가 말하였습니다.
“수행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남전보원스님은 소매를 털면서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이에 마조스님은 말했습니다.
“경經은 지장의 것이고 선禪은 회해의 것이다. 오직 보원만이 홀로 물외物外에 초연할 뿐이구나.”
이 ‘완월玩月’ 공안에도 ‘마조백비馬祖百非’ 화두와 마찬가지로 지장스님과 회해스님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불감혜근佛鑑慧懃스님이 법상 위에 오르니 한 스님이 질문하였습니다.
“사구백비를 떠나 곧장 조사서래의를 물었는데 마조 대사는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까?”
혜근스님이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좋겠군.”
다시 물었습니다.
“지장스님이 회해 사형에게 가서 물으라고 한 뜻은 또 무엇입니까?”
“수렁 속에 가시가 있나니라.”
“백장이 말하기를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한 말은 무슨 뜻입니까?”
“오구烏龜 곧 눈먼 거북이가 허술한 벽을 뚫었느니라.”
“마조선사께서 말씀하신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고 한 것은 또 무슨 뜻입니까?”
“장수가 최전방에서 내린 명령이니라.”
“이 세 선지식이 대답한 것은 그의 물음에 대답한 것입니까? 아니면 무엇인가를 설명한 것입니까?”
“한 장의 공문으로 귀양 보내리라.”
“말씀 속에 현묘함이 들어 있으나 드러나지 않고, 입으로 지껄이려고 하나 마땅한 낱말이 없군요.”
“아직도 그런 번거로움이 있구나.”
“만일 흐름을 가로막고 언어로도 교섭할 수 없는 것이라면 또 어찌하겠습니까?”
“내가 산에 올라가서 주장자 만들만한 나무를 베어 올 때까지 기다리거라.”

다시 대중 속에서 한 스님이 나와 또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마조 대사에게 처음 질문한 곳부터 ‘지장에게 가서 물으라’ 한 것을 듣고는 “틀렸다” 말하고, 다시 지장에게 물은 것으로부터 ‘회해 사형에게 물으라’ 한 것까지를 듣고서도 “틀렸다” 하였고, 회해에게 물은 것으로부터 ‘나도 모르겠다’ 한 부분까지 듣고는 “틀렸다” 하였습니다. 또 마조에게 가서 이야기를 한 것으로부터 ‘회해의 머리는 검다’ 한 마지막 부분을 듣고서도 역시 “틀렸다” 는 착어着語를 하였던 것입니다.

사구四句란 네 가지 비방이니 마치 큰 불덩이 같아서 사방 어디로도 들어갈 수 없고, 사구四句란 네 개의 문이니 마치 서늘한 못과 같아서 사방의 어디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산승이 그 질문을 보건대 또렷또렷하게 사구를 여의고 백비百非를 떠난 밖에서 조사의 뜻을 지적해내라고 말했는데 이는 입을 틀어막는 질문입니다. 세 선지식의 견처는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마조선사는 서두르지 않고 “내가 피로해서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지장에게 가서 물어보라” 하여 자기의 수고는 덜면서 그 질문하는 스님의 코끝을 꿰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은 남의 춤 장단에 놀아나서 진짜로 지장에게 가서 물었으니 지장 또한 스승의 뜻과 부합하는지라 “내 오늘 머리가 아파서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회해 사형에게 가서 물으시오” 했으니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그 스님은 이 말에 더욱 말려들어서 회해에게 가서 또 물으니 대답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그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
결국 마조선사에게로 다시 돌아와 이 사실을 아뢰니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구나” 하여 천하 사람을 의문의 구덩이로 몰아넣어 버렸던 것입니다.

사구와 백비를 떠난 즉 모든 시비를 떠나야 조사서래의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말로서 이러쿵 저러쿵하면 화두를 알 수도 없고 골수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만일 물엇던 그 스님이 이 산승이었다면 이렇게 했을 것입니다.
마조스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좌구를 펴고는 세 번 절하고서 마조스님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살폈을 것입니다.
내가 만일에 마조스님이었다면 또 이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 스님이 찾아와서 사구와 백비를 떠난 조사서래의를 물어 올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등줄기를 방망이로 갈기고는 내쫓고서 그의 공부처工夫處를 물었을 것입니다.

장두백해두흑藏頭白海頭黑이여 명안납승明眼衲僧이 회부득會不得이로다.
이사구절백비離四句絶百非하니 마구답살천하인馬駒踏殺天下人이로구나.
지장스님의 머리는 희고 회해스님의 머리는 검음이여. 눈 밝은 납승도 알 길이 없네.
사구를 여의고 백비를 끊음이니 망아지가 천하사람을 짓밟는구나.

악(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