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고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고 탄식하던 옛 사람들의 말씀이 새삼 귀전을 울립니다. 대체로 세상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누누히 고구정령하게 타이르신 진리 말씀입니다만 이맘때쯤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도리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은 부질없는 사바(娑婆)의 풍속과 제연(諸緣) 때문만이 아니라 한해 동안의 자기 수행정진을 점검해 보고 참다운 수행자로서의 자기성찰(自己省察)과 자기반성의 시기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지난 한해 동안 사업가는 돈을 벌어서 저축을 했을 것이고 농민은 일년 농사를 지어 곳간에 볏섬을 쌓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행자는 무엇으로 그 곳간을 채웠습니까? 참으로 깊이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세속인들은 돈 꾸러미와 볏섬은 셀 줄 알면서 자기 부처의 모습은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셈할줄 알아야 될 것입니다.
납월납일(臘月臘日), 안광(眼光)이 떨어질 때에는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자기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보아야 할지 미리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그 때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될 것입니다.
세상과 물질과 인연들은 지금 현재는 찬란하고 현란해서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것은 참으로 실체(寶體)가 없이 허망한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 물질과 온갖 인연이 부처님께서는 허깨비와 같다고 했으며 금강경(金剛經)에서는 일체유위법(一切有穩去)이 꿈과 같고 그림자 같고 물거품과 같고 풀 끝에 이슬과 같고 잠깐 번쩍이는 번갯불과 같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새겨들을 만한 말씀입니다.
새해 첫 새벽부터 무슨 무상법문이 이렇게 장황하냐고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는 세월 앞에 무상보다 더한 법문은 없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제 곧 새해 아침이 밝을 것입니다.
밝아오는 이 첫 새벽에 처음 발심할 때 그 마음으로 향촛불을 부처님께 올리고 발원합시다.
올해 한해에도 무사 태평하고 온 세상이 평화롭기를 기원 드립시다.
지난 해에 주신 은혜는 은혜대로 영글어서 새로운 복전이 되게 하시고 부족했던 것은 더욱 노력하여 원만히 성취되기를 기원합시다.
우순풍조(雨順風調)하고 안과태평(安過太平)하여 새해에는 꼭 남북통일이 이루어져 세상 인심이 순후하고 항상 법륜상천(法輪常轉) 되기를 기원합시다.
해인사 주지 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