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지자 동산에 달 밝아 오듯이(日落西山月出東)
경오년 한 해가 저물자 신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늘 이맘때쯤 새해 벽두에 서면 산문(山門)에 의지한 운수(雲水)의 몸이라 그런지 몰라도
새해를 맞는 기쁨이나 새로운 한 해를 맞는 희망을 갖기보다는
광음(光陰)이 신속하고 세월의 무상함이 간절하기만 합니다.
옛 사람이 일러주신 무상권발문(無常勳發文)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대저 무상이 신속(迅速)하고 생사가 평초(萍草)에 이슬 같도다.
해가 가네 해가 가네 해가 다 가네. 일모청산에 해가 다 가네.
이날 저날 그럭저럭 다 보내고, 이달 저달 엄벙덤벙 다 보내고
이해 저해 얼른얼른 지나가니 백 년 삼만육천 날이 번개같이 다 지나가네.
이팔 청춘이 그만 벌어져 가고 저승길이 점점 가까이 돌아오나니
초로(草露) 같은 이 내 목숨을 나날이 재촉이 된들 어느 뉘라서 깨칠손가.
오욕 그물에 걸린 인생 포식과 따뜻한 의복을 너무 좋아마소.
반야지혜를 어서 닦아 모두 성불하옵시다.
언제 읽어도 간절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장엄염불 가운데에도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한다면(此身不向今生度)
다시 어느 때를 기다려 제도할 것인가(更待何生度此身)
세속인들에게는 새해를 맞으면 뜬구름 같은
부귀공명이나 고대광실이나 금은보화를 구하는 일로 분주하겠지만
산승에게는 그런 따위가 무엇에 소용되겠습니까?
참다운 수행자라면 구구하게 더 이야기하는 것조차 번거롭다 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어쩌든지 행주좌와(行住坐鳳) 어묵동정(語뿔慮靜)에
참답게 수행하여 생사대해(生死大海)를 건너
인천(人天)의 안목(眼目)이 되고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얻어
어지러운 세상에 참다운 광명이 됩시다.
해인사 주지 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