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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잘라 도를 구하다 - 혜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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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벽화로 보는 선사 이야기 - 편집실 2016년 03월 409호
혜가(慧可) 대사는 중국 낙양의 무뢰(武牢) 사람으로, 어릴 때의 이름은 신광(神光)이고 성씨는 희(姬)였다. 신광은 어릴 때부터 덕이 있고 책 읽기를 좋아하여 여러 서적을 두루 읽었는데, 어느 날 불교 책을 읽다가 문득 얻은 바가 있어 출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낙양 향산사로 출가한 신광은 여덟 해 동안 좌선에 몰두하였다. 어느 날 신광이 선정(禪定)에 들었는데, 홀연히 한 신인이 나타나 말했다.
“머지않아 과위(果位)를 얻을 그대가 어찌하여 여기에 막혀 있는가? 남쪽으로 가라.”
이튿날 신광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이를 본 그의 스승 보정 선사가 고치려 하자, 하늘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지금 신광은 뼈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예사 아픔으로 생각하지 마라.”
그제야 신광은 스승에게 신인이 말한 바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네 얼굴이 길하고 상서로우니 반드시 얻는 바가 있으리라. ‘남쪽으로 가라’ 함은 소림(少林)을 일컫는 것이니 필시 달마 대사가 너의 스승이리라.”
신광은 은사 스님을 떠나 소림굴의 달마 대사를 찾아갔다. 그때 달마 대사는 아홉 해를 기약하고 면벽(面壁)하며, 법이 무르익어 전할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신광은 오로지 답답한 마음을 풀려고 아침저녁으로 달마 대사를 섬기며 법을 물었다. 그러나 달마 대사는 언제나 묵묵부답이었고, 그럴수록 신광은 자신을 채찍질하며 정진하였다.
‘옛사람들은 도(道)를 구하고자 하여, 뼈를 깨뜨려 골수를 빼내고, 피를 뽑아 주린 이를 구제하고, 머리카락을 진흙땅에 펴고, 벼랑에서 떨어져 굶주린 호랑이의 먹이가 되기도 하였다. 옛사람들은 무릇 도를 구함에 있어 이토록 정성을 다하였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와 같이 행하지 못하는가?’
그해 동짓달 초아흐렛날이었다. 밤새 큰 눈이 내렸는데, 신광은 달마 대사가 선정에 든굴 밖에 서서 꼼짝도 않고 밤을 지새웠다. 새벽이 되자 눈은 무릎이 넘도록 쌓였고, 달마 대사는 그때까지도 꼼짝 않고 눈 속에 서 있는 신광을 보았다.
“네가 눈 속에서 그토록 오래 서 있으니, 무엇을 구하고자 함이냐?”
“바라건대 스님께서는 감로의 문을 여시어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하여주옵소서.”
“부처님의 위없는 도는 오랜 겁 동안 부지런히 정진하며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능히 참아야 얻을 수 있다. 그러하거늘 너는 아주 작은 공덕과 하잘것없는 지혜와 경솔하고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참다운 법을 바라는가?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달마 대사의 이 말씀을 듣더니 신광은 홀연히 칼을 뽑아 자기의 왼쪽 팔을 잘랐다. 그러자 때 아닌 파초가 피어나 잘린 팔을 고이 받쳤다.
신광의 구도심이 이처럼 열렬함을 본 달마 대사는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이 처음에 도를 구할 때에는 법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잊었다. 네가 지금 팔을 잘라 내 앞에 내놓으니 이제 구함을 얻을 것이다.”
달마 대사는 신광에게 혜가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러자 혜가의 왼팔이 다시 본디의 자리로 가 붙었다.
“부처님의 법인(法印)을 들려주소서.”
“부처님의 법인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니라.”
“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합니다. 스님께서 편안하게 해주소서.”
“불안한 네 마음을 여기에 가져오너라. 그러면 편안하게 해주겠다.”
“마음을 아무리 찾아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내 이미 너를 편안케 하였느니라.”
이 말 끝에 혜가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이에 혜가는 달마 대사로부터 법을 이어받아 중국 선종(禪宗)의 제2대 조사(祖師)가 되었다. 혜가 대사는 34년 동안 업도에 머물며 설법하다가 552년에 제자 승찬(僧璨)에게 법을 전하고, 이듬해에 나이 백일곱 살이 되어 입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