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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부대중공동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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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서미례 2016년 03월 409호
태국 시사아속 공동체 (2)

자급자족과
나눔의
불교 공동체

입간판처럼 서 있는 글귀는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는 뜻. 왼쪽부터 한국인 방문객, 필자, 시사아속 촌장님과 선생님, 이영숙 사진작가.
시사아속 공동체 탐방을 위해 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부산에서는 공동체 추진 모임이 밤늦게까지 있었다. 사람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 공동체에 별반 관심 없던 한 분이 공동체를 연구해 와서 이것저것 제안한다. 이게 우리 삶의 대안으로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며 재미있단다. 남편과 소통이 잘 안 되어 괴로움을 겪던 한 분은 드디어 남편을 수용하며 소통이 된다고 한다. 공동체에 관한 이분들의 다양한 의견 그 저변에 깔린 부정적 의식들이 점점 긍정의 마음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우리가 만들어나갈 공동체의 개념과 그 뼈대에 대한 중요한 얘기를 해주셨다. 승가 공동체가 공존하는 구조, 나의 테두리가 없는 곳, 자립 경제와 나눔의 삶이 방향이라는 것을.
다음 날 새벽, 공항으로 가는 도로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그 덕분에 다섯 시간이나 공항에서 대기한 후 간신히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방콕에 하루 머문 뒤 또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우본라차타니 공항에 내려 다시 차로 한 시간. 한달음에 달려갔으면 하는 마음과 달리 시사아속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그러나 무척 흥분되고 설레었다.

드디어 시사아속 마을에 도착. 마을 입구에 커다란 슈퍼마켓이 눈에 들어온다. 시사아속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파는 곳인 듯했다. 시사아속 마을로 조금 진입하다 보니 오른쪽에 커다랗게 태국 문자로 된 조형물이 입간판처럼 세워져 있었다.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는 뜻으로 ‘의, 식, 주, 약’ 네 가지를 말하며, 시사아속은 이 네 가지를 불교 수행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도록 실현시킨 곳이다.
도착해보니 한국인 방문객이 한 분 계셨다. 이분은 공동체 삶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분의 도움을 받아 마을 안을 한 바퀴 돌아보게 되었다. 시사아속 공동체는 사원, 마을,
학교로 이루어져 있다.
사원에는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는 법당과 스님들의 소박한 처소가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열 분의 스님이 계신다 한다. 마을에는 재가자를 위한 집들이 있었는데, 낡았지만 깨끗했다. 마을 구성원은 현재 100여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적게 소비하며 많이 일하고, 사회에 환원하자’는 슬로건에 따라 생활하며, 식사는 하루에 한두 끼만 한다. 그럼으로써 요리하고 먹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남을 돕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3개월간을 이곳에서 살아본 다음,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오계 지키기, 채식하기, 성실히 일하기의 공동체 규칙을 지킨다고 약속하면 받아들인다. 그 뒤 공동체에서 모든 것을 지원한다. 건강과 노후까지도. 공동체에 합류할 때는 가족 또는 개인의 형태 모두 가능하다. 시사아속에는 자체 교육 시스템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직업학교가 있으며, 모든 교육비는 무료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반드시 부모가 함께 아속 공동체에서 생활해야만 다닐 수 있고, 중학교 때부터는 기숙사에서 산다고 한다. 교실은 자연 속 여기저기에 있으며, 어엿한 도서관도 있다. 학생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오계를 지키며 채식을 한다. ‘행함으로 배우기’를 추구하며 공부와 일을 병행하기를 가르친다.
학교는 새벽 4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하루 4시간 교과 수업을 하고, 4시간은 체험 학습(일)을 한다. TV나 핸드폰도 없다. 교육 목적은 학생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가슴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생들을 보다 자비롭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학생들은 무주상 보시, 즉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것을 배운다. 학생들의 종교적 수행을 통한 바른 태도와 바른 행동의 결과는 이곳 학생들의 모습과 얼굴 표정에 잘 나타났다. 얼마나 밝고 환한 얼굴이던지….
고등학교 이후의 대학과 석·박사 과정, 모두 공동체에서 지원한다(물론 학생이 불법에 맞게 잘 살아왔는지 등을 보고 마을 구성원들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은 후 공동체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아속을 거쳐 간 학생들은 사회에 도움이 될 테니 괜찮단다. 아펌 선생님을 거쳐 간 학생들 중 대학 교육을 받은 후 공동체로 돌아와 헌신하며 사는 분들은 지금까지 30명 정도 되며 시사아속에는 13명 정도 있다. 아속학교는 2004년 최고의 불교학교로 선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가장 잘한 최고의 학교로 선정되었다. 아속 학생들은 주변 지역 사회에서도 리더십을 가진 창의적이고, 겸손하며 예의 바르고, 마약을 하지 않는 우수한 학생들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곡성의 평화학교, 간디학교 등 네 군데에서 정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하며 교류하고 있다.
공동체 안에는 모두 모여 법문을 듣는 대강당, 사무실, 공동 부엌, 쓰레기 재활용장, 장작 보관 창고, 버섯 재배지, 유기농 비료 만드는 곳, 효소 저장고, 허브 비누나 샴푸, 또는 건강식품을 만드는 공장, 슈퍼마켓, 보건소,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다. 그리고 마을 주변에는 자급자족에 필요한 밭들이 있어 여러 가지 야채와 허브, 과일나무를 기른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나게 되는 시사아속 사람들은 맨발이었다. 건강은 물론이고 영적 수행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대지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모두 밝은 얼굴에 친절한 미소로 “싸와디카” 하며 방문객들을 반겨주었다. 이 미소를 보는 순간 누구나 마음이 무장해제를 당할 것만 같다. 아속인들 모두에게서 배어나오는 친절하고 환한 얼굴 표정은 시사아속에 있는 동안 나에게는 화두와 같은 것이었다.
첫날 저녁 시간, 시사아속 공동체의 아펌 촌장님을 뵈었다. 촌장님은 작은 체구에 친절한 미소를 지닌 60대의 여자분이고 싱글이다. 사범대를 나와 선생님이기도 한 촌장님은 아속 공동체를 일으킨 보디락 스님을 만나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십 년을 헌신하며 살고 계셨고, 하루 한 끼 공양을 하며 25년간 맨발로 다니고 계신다.

“우리도 처음에는 자급자족 공동체 실현과 나눔의 삶, 이것이 불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40년 동안 경험해본 결과, 이것은 가능한 일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한 것의 중심에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오계를 지키고 팔정도를 행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인터뷰 말씀이었다.
시사아속 공동체 탐방을 하고 나니 이곳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다음 호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