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었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것이 있다. 말을 멈추는 법이다. 누구나 말을 잘한다는 것, 누구나 옳은 말을 잘한다는 것, 그러니 광장의 비둘기처럼, 철새의 군무처럼 옳은 말들의 난무 속에서 수행자는 헤맴을 멀리해야 함을, 오롯이 마음으로 행동하는 스님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침묵의 채로 걸러지지 않은 말들은 찌꺼기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힘 있는 자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돈 많은 자도, 성공을 위한 자도, 자기가 옳다 고집하는 자도 말을 멈추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말을 하지만 말은 하지 않고, 마음을 부르지만 오직 욕망에다 대고 욕망 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서면, 겨울이 깊으면 거기에 새봄이 걸어 나오듯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지상에 의지할 데는 오로지 마음을 통한 따스한 말이니, 하늘에 닿을 만큼 마음을 다하는 말은 다른 이들 가슴에 깃들어, 마침내 찌꺼기를 거두어낸다. 지난한 이 시대, 가슴에 총칼을 품고
사는 이들에게 침묵을 통한 마음의 순례길을 떠나볼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스님께서 떠나신 지 이제 1년. 변화하는 세상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것만 같고, 고비마다 더욱 굽이치는 것 같다. 마치 푸른 나무숲을 걷어내고, 시멘트 바닥을 깔아 한쪽으로만 더욱 치우치게 하는 듯하다. 삶을 위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따뜻한 말의 씨앗을 눈물로 심어 가꾸기보단 세상과 타인을 비난함이 자연스러운 시대인 듯하다. 이와 같은 현실에 우리는 어떠한 삶을 일궈 나가야 하는 것일까? 참모습을 되찾는 것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니, 안으로는 생각을 이겨내어 진실된 말을 하고(內勤剋念之功), 밖으로는 다투지 않고 덕을 베푸는 삶을(外弘不諍之德)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스님의 한마디 유훈이 겨울바람에 웅크러진 우리들 가슴에 따스하게 울려 퍼지길 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