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 오는 눈발은 스님들 독경 밑에 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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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공감 - 해인 편집실
2016년 01월 407호

해인사를 향해 가는 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솜털처럼 가볍게 흩날리던 눈발이
경북 성주쯤 들어서니 제법 굵어진다.
차를 몰아 가야산 계곡 깊숙이 들어가니
도로가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눈은 운전자에겐 재앙이나
여행자에겐 행운이다.
난 운전자 대신 여행자를 택한다.
해인사 일주문에 도착하니 눈발이 현판을 가린다.
우산은 있으나 그냥 눈을 맞으며 걷는다.
도시에 있을 때 눈이 내리면 당연히 우산을 썼으나
산사에 와서는 눈을 우산으로 막는 게
왠지 불경(不敬) 같다.
일주문과 봉황문, 해탈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니
온통 눈 천지다. 대적광전 앞마당에 서 있는
3층석탑과 석등의 머리가 하얗다.
신라시대 때부터 저 자리에 있었으니
머리가 하얗게 셀 만도 하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각으로 올라가다
문득 돌아보니
해인사의 지붕 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절집은 무채색의 세계로 변했고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하나가
마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한 듯하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하게 내려간다.
금세 손발이 시리다.
법고가 울리고 저녁 예불을 마친 스님들이
어두컴컴한 절 마당으로 나와 눈을 쓸고
내일을 대비해 여기저기 염화칼슘을 뿌린다.
이 추운 밤 스님들의 노고가 고맙고 미안하다.
스님들이 그저 선방에 앉아 수행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울력도 하고 노동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늦은 저녁 잠자리로 향하는데 잠시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텅 빈 마당에서 스님들의 독경이
깊고 넓고 나지막이 울려온다.
박용래 시인의 <저녁눈>이란 시가 생각난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