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세계 사부대중공동체를 찾아서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기획연재 - 서미례 2016년 01월 407호
나의 거주지(더 정확하게는 소임지)는 해안도시 부산이다. 최근 이곳에는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님과 인연 닿아 마음공부를 하던 몇몇 가족이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살아보겠노라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보살님들이 주도하여 마음을 내더니 남편들을 설득하여 합류시켰다. 지금은 매주 1회 저녁모임을 가지는데 모임 할 때 참으로 행복해한다. 모임이 있는 날, 모두들 그 시간은 무조건 비워두는 분위기다. 스님께서 바쁘셔서 동참을 못 하는 날도 함께 모여 영화라도 본다. 이들은 강력하게 공동체 삶을 희망하던 사람들도 아니다. 스님에게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스승, 도반, 장소가 필수 요소’라는 말씀을 자주 듣더니 이런 것이 갖추어져 있는 곳을 만들어 살고 싶다고 한다. 참으로 희안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공동체 생활을 꿈꾸게 하였을까?

2002년도에 한겨레출판사에서 출간한 《세상 어디에도 내 집은 있다》라는 책이 있다. 몇몇
분이 세계의 공동체 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체험한 글을 모아 낸 책이다. 그 책만 보더라도
정말로 많은 이가 공동체를 꿈꾸며 갈망한다.
그 갈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세계의 공동체를 탐방하고 경험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왜 공동체를 꿈꾸는 것일까?
2013년도 ‘현대 사회의 위기와 종교 공동체의 역할’이란 주제로 불광국제학술포럼이 열렸다.
이 자료집에 실린 글을 인용해본다.

“현대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
환경오염, 에너지 부족, 가치와 제도의 붕괴, 사회적 규범과 공동체 해체, 개인주의 문화 확산 및 소외되고 고독한 삶의 증가, 독거노인의 증가, 고독사 증가 등. 점차 심각해져가는 각각의 문제들을 마주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할 답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왔던 전통적 가치와 삶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꿈꾸어왔던 공동체적 정신과 삶이야말로
현대사회가 직면한 고립과 분절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종교도 이와 같이 파편화된 개인, 외로운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 ‘나’라는 협소한 울타리를 넘어서서
인간적 유대와 배려가 살아 있는 공동체적 삶의 길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현대사회에 사는 개인은 너무 외롭다. 가족이 있어도, 아주
친한 동료와 친구가 있어도 정말 외로운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벽과 단절이 너무 많다. 그게
당연한 줄 여기며 나도 거의 40년 가까이 그리 살았던 듯싶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며 크리스천으로 성장한 나는 30대 후반에 불법을 처음 만났다. 내
삶의 화두와 같았던 ‘화’를 다스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불법에 매달렸던 것
같다. 스님의 법문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는데도 그냥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그래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절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인연이 닿은 사찰은 스님이 아니더라도 대중으로 합류하여 살 수 있는 사부대중 공동체였다.
이곳은 무보수, 무소유, 무저항, 이타심을 전제로 살며, 대중심과 소임 체제를 기본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여기서의 삶은 철통처럼 지키고 보호해온 ‘나’라는 것이 부서지고, 깨지고, 와르르 무너지는… 그렇게 계속해서 나를 벗겨내고 버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절에서 10년간 공부한 바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건 바로 ‘대중’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대중’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도 열망하고 꿈꾸고 찾아 헤매는 바로 그 공동체와 같은 것이었다.
감히 나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 대중,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사부대중 공동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대중은 영원한 생명보험 같은 의지처며 안식처다. 대중 안에서는 외로움도 소외도 없다. 대중은 서로 알 수 있도록 거울이 되어주기도 하고
나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준다. 또한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대중과 함께라면 정말로 위대하게 해낸다. 대중 안에만 있으면 깨달음의 길에서도 낙오될 일이 없다. 나를 기다려주고 보듬어주고 채찍하며 함께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대중은 항상 풍족하며 우주 전체를 누리며 사는 것 같다. 서로 ‘나’라는 것을 세우는 일이 별로 없으니 관계가
너무나 편하다. 관계의 밑바탕에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깊은 신뢰와 믿음이 있다. 이러한 대중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있다. 바로 나의 벽을 허물어야, 나를 버려야만 함께하는 것, 하나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중심으로 존재하는 것은 나의 위치성, 견해, 고집 등을 버려야만 가능한 것임을 10년 경험으로 똑똑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부처님께서 전해주신 법이며 2600년간 면면히 전해져온 불법의 핵심이리라. 이제 이것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며,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있고 또 만들어진 공동체들이 해체되기도 한다. 인터넷사이트 ‘www.ic.org’에는 2015년 12월 현재 미국에만 1,808개의 공동체, 미국 이외의 나라
683개 등 총 2,491개의 공동체 사이트가 모여있다. 이 사이트에서도 대략 5분의 2는 종교 공동체이고 나머지 5분의 3은 일반 공동체인데, 종교 공동체 중에는 여러 개의 불교 공동체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공동체로는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 태국의 아소케 공동체,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운동, 미얀마의 마하시명상센터 등이 있다. 공동체 운동은 분명 불교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세속화로 치닫는 타락을 극복하게 하는 데 공헌했다.
자본과 경쟁에 떠밀리고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이 시대에 다시 공동체가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를 위해 불교계 여러 곳에서는 연구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불교수행 공동체를 모색하기 위해 세계적인 불교 공동체를
조망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에 《해인》지에서는 2016년 한 해 동안 해외의 대표적 불교 공동체인 프랑스 플럼 빌리지,
태국 아소케 공동체, 스리랑카 사르보다야운동, 미얀마 마하시명상센터와, 세계적 명성을
지닌 영성 공동체인 프랑스 테제 공동체, 미국의 트윈오크스 등을 탐방하는 기획을 세웠다.
그리하여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사람이 중심이 된’, 더 나은 삶을 구상하는 곳으로 ‘공동체’의 면모를 살피고, 다양한 공동체가 갈등 해소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고민하고,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며 깨닫게 된, 그들의 삶 속에서의 수행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 및 지혜 등을 배워 우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불교 공동체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불교 성지 순례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스님을 모시고 세계 불교 공동체를 탐방하며 현대 사회 속에서의 바람직한 불교 공동체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은 없었으리라. 따라서 이번 여정은 불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고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첫 번째로 탐방할 곳은 태국의 시사아속 불교 공동체이다. 태국에서 이상적인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자급자족이가능한 불교 공동체, 즉 아속(Asoke)이다. ‘아속’이란 ‘슬픔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시사아속은 노동과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며 불교적인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다. 물질적인 소유욕을 없애고 헌신과 봉사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윤리적인 삶과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곳이다. 그곳에서의 수행 체험 및 성지 순례가 5일간 있을 예정이다. 각국의 불교 공동체에 대한 스터디도 하고, 탐방지 견학을 하며 스님의 법문도 듣고 순례도 하면 참으로 알차고 재미있는 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뜻있는 불자님들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우리 시대에 걸맞은 불교 공동체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아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불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되며, 당장 우리 삶에 적용할 행복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벅찬 설렘과 긴장으로 스님과 함께하는 ‘불교 공동체 탐방 및 성지 순례’에 함께할 소중한 인연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