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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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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인터뷰 - 박부영 2016년 01월 407호
해인총림 방장 벽산당 원각 대선사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신년 특별 인터뷰

글 박부영(불교신문 영남본부장)

벽산당 원각 방장스님은 큰 뜻을 품고 1966년 해인사에 입산하여 혜암 스님을 은사로 불문에 든 뒤 평생을 해인사, 지리산 칠불암, 상무주암, 남해 용문사, 통도사, 극락암, 송광사, 상원사, 봉암사, 범어사, 불국사 등 제방선원과 토굴에서 정진하고 선원수좌회 공동대표와 해인총림 유나를 역임한 당대 최고의 선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지난 3월 해인총림 제9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2016년 새해를 맞아 지난해 12월 14일 해인총림 방장 벽산당 원각(源覺) 대선사를 친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여쭈었다. 방장스님이 주석하는 퇴설당(堆雪堂)은 평화로웠다. 1700년 한국불교의 골수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게와 깊이가 서려 있는 당우(堂宇)
다. 조선 500여 년을 지나면서 불교와 불교 아닌 것이 뒤섞여 간신히 숨만 살아 있던 불교를
선(禪)으로 다시 회생시킨 경허가 납자들을 지도했던 바로 그곳이다. 경허가 쓴 현판이요 성철, 혜암, 법전 등 역대 종정이 거쳐 갔던 곳이니 해인총림 방장이 아니면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지난 3월 퇴설당 새 주인이 된 원각 스님에게도 각별한 곳이다. 선의 청정 가풍을 되살리고자 한국불교의 염원을 담아 해인사에 첫 총림을 개설하던 1967년 출가해 퇴설당에서 대중과 함께 성철·혜암 스님 등 당대의 선지식으로부터 선사의 가풍과 법도를 익혔으니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방장스님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자비로운 웃음과 조용한 목소리로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해인총림 유나에서 방장으로 소임만 바뀌었을 뿐이다.

방장스님은 선(禪)이란 무엇이며 왜 사람에게
그토록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선이란 본래의 마음, 본래의 자성(自性)으로 본래 바탕에서 해결하지 않고 바깥으로만 어떤 일을 해결하고 성취한다면 상대적인 만족감과 성취감은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하므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본성의 바탕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 길은 선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은 상대적이거나 여러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닌 절대적이며 유일하다는 것이 방장스님의 가

르침이다. “근본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룩한 모든 성과는 모두 일시적이듯 운동을 잘하든지, 돈을 잘 벌든지, 남을 잘 웃기더라도
그것이 선(禪)의 바탕, 본래의 마음에서 해야
안심이 되고 지혜롭게 잘할 수 있다”는 방장스님은 그러나 세인들이 선(禪)을 하나의 실체로
여기는 잘못된 견해로 인해 자꾸 ‘선 아닌 다른
무엇’과 비교하려 든다면서 선은 단지 이름 붙인 것일 뿐 실체가 없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데 대해 많은 학자나 종교인, 심지어 불자들마저 의문과 이의를 제기하는데, 그 같은 의문을 품는 것은 선이라는 이름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이라는 이름을 붙일 뿐이지 사실 그 자리는 이름 붙일 수도 모양 지을 수도 없다. 선이라고도
하고 본래자성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이름일 뿐이다. 자꾸 모양과 이름에 매달리니 선이니
자성이니 하는 말에 속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명상 등은 일시적인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계가
오면 또 흔들리므로 근본적 해결이 아니기 때문에 선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했다. 선을
참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소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불교 핵심인 중도, 무아, 연기,
공성(空性)에 대해 바르게 이해한다면 집이든 직장이든 가능하며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면
원당암처럼 토요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재가자들이 용맹정진 수행하는 재가 선원을 찾아 배우고 함께 정진하면 된다고 자상하게 일러주었다.

본래성품을 찾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는 질문에 방장스님은 우리는 서로 관계 맺고 사는 존재들이므로 나는 좋고 상대방은 그렇지 않거나 그 반대가 아닌 “내가 열심히 정진하면
상대방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내가 미혹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잘못된 영향을 미치니 이를 동체대비(同體大悲)라 한다”고 일러주었다.

이번 안거 동안 납자들에게 ‘화광동진(和光同塵)’, 빛을 부드럽게 하고 자기를 낮춰 화합하여 지내되 함께 더불어 살지만 그 업을 같이해서는 안 되며 계도해서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는 방장스님은 공부가 막히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보다 “다 내려놓고
조사 스님 어록을 읽거나 큰스님 법문을 통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성”함으로써 극복했던 당신의 젊은 시절 공부하던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재가자들을 위해 스님은 다음과 같은 안심법문을 들려주었다.

“부처님 말씀 중에 사람 몸 받기 힘들고 부처님 법 만나기 어렵다 했으니 가치 없는 일에 허송세월하면 안 된다. 숨 쉬다 안 쉬면 그만인 것이 삶이다. 내생(來生)은 장담할 수 없으니 지금 공부할 수 있을 때 내 의지로 공부해야 한다. 죽음이 닥쳐도 끄떡없는 공부를 해야 한다.
과학 문명의 발달로 살기는 좋아졌지만 오히려 각박해지고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다. 정신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바깥으로만 돌면서 해결하려 드니 어려운 것이다. 근본 마음자리에서 해결해야 안정이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근본을 통하면 개인 간의 벽, 단체 간 벽, 국가 간 벽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과 갈등이 저절로
해결된다. 나와 네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진공(眞空)이 묘유(妙有)이며 묘유가 진공이다. 우리는 근본이 다르지 않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니다. 근본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본바탕이 통한다. 동체대비다.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그러면 온갖 스트레스도 고통도 사라질 것이다. 자꾸 바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 드니 서로 싸우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방장스님은 끝으로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병신년(丙申年) 새해 덕담으로
축원했다.

“새해는 불보살님의 가호로 국운이 융창하고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고루 발전하고 국민 모두 개인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축원하며 동체대비로 서로 돕고 환경을 잘 가꾸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