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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팔십 변상도> 연재를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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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자훈스님 2015년 12월 406호
돌아보니 어느덧 출가승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책읽기를 즐겨한 습 때문인지 강원 학인시절에도 경전공부가 참 좋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불보살님들의 깨달음의 세계를 드러낸 <대방광불화엄경>은 수행자로서 한 순간도 나태해지지 못하도록 다잡아주는 소중한 경전이었습니다.
출가 전부터‘화엄’이라는 두 글자는 내려놓을 수 없는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알 수 없는 환희의 눈물이 쏟아질 때도 참 많았습니다. 신심과 원력으로 원고를 정리했지만‘혹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것은, 문자文字가 부처님의 본뜻과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문자가 없다면 부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주면 달을 쉽게 찾을 수 있듯이, 우리는 지금 부처님을 성명구문聲名句文로 만나고 있습니다. 문자를 소리(성聲)로 나타내고, 소리와 소리가 모여 명名자를 이루고, 명자와 명자가 모여 구句를 이루고, 구와 구가 모여 하나의 문장文章을 이루고, 문장과 문장이 모여 전체 대의大意를 이루는 것이 부처님 경전이기 때문에 경을 보고‘기록하고 문서화해야 한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화엄경> 인연은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1993년 문경 봉암사 법당에 화엄경 팔십 변상도 불사하는데, 벽화 설명을 돕기 위해 변상도 원고를 정리해 책으로 엮는 일에 동참했었습니다. 이후 2011년 해인사 대장경 천년 기념행사 인연으로 해인지에‘화엄경 80변상도’를 4년이 넘게 연재를 했습니다.
처음 화엄경변상도 인쇄본을 대했을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그림이 복잡해 막막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그림 속에 내비게이션처럼 명패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경전 속에서찾아서 확인해갈수록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불보살의 세계가 깊고 넓고 오묘해서 마치 엄청난 역사에 참여하고 있는 듯 환희로웠습니다.

<화엄경>은 불보살님들의 깨달음의 이야기를 담은 최고의 경전입니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다수불자님들이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변상도를 접해보니 불화와 함께 경전을 이해하는 것이 참으로 좋은 방법임을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화엄경>에 관련된 서적은 부지런히 찾아 읽었고 각국의 화엄성지 순례를 하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변상도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변상도 그림이 경전 첫 부분부터 차례대로 표현된 것이 아니라 경전 앞부분, 중간, 끝부분에서 띄엄띄엄 표현했기 때문에 연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변상도 그림 속에 명패로 새겨진 부분을 중심으로 경전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화엄경> 80변상도 그림과 경전 내용을 같이 이해하게 되면 <화엄경> 한 구절 한 구절이 부처님 말씀이고 진리임을 깊이알게 됩니다.
화엄경 80변상도’연재 인연으로 해인사에서‘화엄경 변상도 사불집’을 발간하였고, 사불 법회를 하면
서 불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친밀하게 접하고 있음을 보고‘지금도 빛나는 실크로드는 이어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인사 장경각에 모셔져 있는 화엄경 80변상도 목판이 벽화로, 성화聖畵로 재탄생하였고, 거기에 설명을 한다는 것은, 천년 세월의 역사에 동참해야 하는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그림이 문자를 품고 문자가 그림을 품는 일, 그리하여 진리가 더욱 밝게 드러나지않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화엄경 공부를 하면서 인도와 우루무치, 쿠얼러, 쿠차, 아커슈, 카스, 타쉬쿠루간, 천산산맥과,곤륜산맥, 타클라사막, 타지키스탄, 홍티라프, 중국역경이 이루어졌던 우전국 성지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우 화엄성지 보로부두르 사원, 중국 내륙 산서성 태원의 봉성사奉聖寺에 당나라 때 측천무후가 명령해서 팔십권 화엄경 최초본 석경 등 화엄성지를 찾아수많은 날들을 길 위에서 순례하면서 고산증으로 생과사를 순간에 경험했던 날들은 구법승들의 노고에 머리 숙이면서 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

‘쉬운 불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게 되고, 글 속에서 경 속에서, 불보살님과 함께하기 때문에, 경전에서 글에서 만난 불보살이, 사람들이 다시 글이 되고,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깨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책을 보는 시절이 아니라는것도 익히 압니다. 글을 보지 않더라도 그래도 써야하는 이유는, 부처님 일이기 때문이고, 불교 기록 문화는 소중하기 때문에 보고, 듣고, 추리고, 다듬고, 고르고, 고달픔도 있지만 해야만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몇 날을 두고 사유하면서, 곱씹고 곱씹어서 한 마디 한 줄을 겨우 건지는 강태공 같은 심정을 감내하기도 하는 일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빠른 정보 빠른 변화로, 해야 될 것과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아서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은현실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아이티 시대 초고속으로 변해서 손 안에서 스마트 폰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시대입니다. 근래에 불교 출판사들이 폐업이되는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슬픈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변함없이 불교를 선양하는 다양한 포교와 문서 포교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생각은, 화엄경 변상도를 접하고 신심을 내고, 발심을 하고, 보리심을 발원하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지금까지해 온 작업들이 선재동자의 구법행각에 비하면 한 찰나에 불과하지만 화엄의 바다에 빠져 참으로 행복한날들이었습니다. 이 환희스러움이 실제 수행에 발현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참으로 귀한 인연들 많은 사람들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올해가 불기 2559년이고, 고려대장경은 천년 세월이 넘습니다. 말 그대로 태고의 역사에 동참해서, 지금 사람들이 이해되도록 부처님 법을 알리는 해인지는, 진리를 구현하는 데 다양한 불교 소식을 접하기에 참으로 좋은 불교 월간 소식지입니다.
앞으로도 부처님 법을 위해서 편집실 식구들 많이애써주십시오.
매달 설레는 마음으로 해인지 기다리겠습니다.
불보살님과 화엄의 종조宗祖 앞에 향 한 줄기를 사르는 마음, 초심 학인의 마음으로 회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