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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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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서리 2015년 12월 406호
‘띠리리리링!’매달 중순이 되면 내 마음에서 법구경 알람이 울린다. 월말이 되기 전에 보내야 하는 월
간해인 원고 구상을 시작하라는 알람! 한 달간 기록한 일기와 작은 메모들을 하나하나 읽고 떠올리며 그때의마음을 더듬어 가본다. 그러다 ‘이거다!’ 싶은 기록들을 발견하면 <담마빠다> 법구경 책을 펼친다. 나의 일상은 가지각색인데 어쩜 이리도 빠짐없이 법구경에서 다 찾아내어질까? 그건, 가지각색의 일상에서 펼쳐진 것은 내 마음의 발로이고, 마음에 관한 것이 법구경에 없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이맘때, 알듯말듯한 발신번호로 전화가 왔었다. 월간해인 편집실이었다. 월간해인에 매달 법
구경 관련 글을 쓰기로 하고 전화를 끊고는 그날 내내 싱글벙글 웃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담마빠다>라는 법구경 번역서 출판 후 얼마 되지 않던 무렵인데, 내 일상에 법구경을 담아보고자 하는… 아니, 법구경에 내 일상을 담아보고자 하는 바람이 꿈틀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벌써 2년이 흘러 스무 편이 넘는 글 속에 38개의 법구경 시가 월간해인에 소개되었다.

한 달이라는 세상의 시간은 내게 형식에 불과했는데, 법구경 글 기고를 하고부터는 한 달을 주기로 담마(dhamma), 즉 법의 알람이 울린다. 눈과 정신이 목욕하는 때이다. 막행막식莫行莫食까지는 아니지만, 여름날 죽죽 늘어진 엿가락 같은 내 게으른 정신과, 기름 잔뜩 묻히고 닦지 않은 안경으로 세상 바라보는 내뿌연 눈. 그 정신과 눈을 맑히는 때이다! 마치 남에게 떠밀려 들어온 기도실에서 명상하다가 막혀 있던 정신이 뻥! 뚫리는, 놓치고 있던 내 마음을 확! 움켜쥐게되는 것과 같다. 그러면 누가 그 명상을 마다하랴. 우연찮게 먹은 영양제에 내 몸이 쌩쌩해지는 걸 느끼고누가 그걸 마다하랴. 월간해인에 기고할 원고를 쓰는일이 내겐 그런 것과도 같았다.

2년간 썼던 글의 제목들을 가만히 읽어본다. 제목은 늘 최종작업이라 글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제목만 봐도 글이 훤히 보였다.
1. 실천의 힘, 그리고 아름다움,
2. 숟가락이 국의 맛을 알지 못하듯,
3. 내 마음은 무료 대여 중?,
4. 물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으로도,
5.‘지금 여기’라는 연꽃,
6. 우문현답愚問賢答,
7. 선업 짓기 좋은 순간, 언제일까?,
8. 5계를 수지하는 사람의 순간,
9. 무엇이“참나”로 살 수 없게 만드는가?,
10. 무언가가 소중해지는 그 길목에서,
11. 무상無常을 마음에 새기며,
12. 발심發心, 세상을 비추다,
13. 기억하는 초심初心과 실천하는 초심 사이에서,
14. 새벽을 깨우는 소리,
15. 참된 이들의 향기, 바람을 거슬러 가다,
16. 공양, 삶에 정성을 담다,
17. 여정의 끝에 누가 나를 맞이하는가?,
18. 숨바꼭질, 꼭꼭 숨어도 왜 술래가 찾지 않을까?,
19.‘언젠가는’브랜드의 물건, 그리고 얽매임,
20. 서원, 그 순간처럼 살아간다면,
21. 백 년을 살지라도,
22. 오늘도 마음을 빚다,
23. 무르익게 마련이고 무르익어야지만.

제목만 봐도 달이 한 번 차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상과 어떤 법구경 시에 집중했었는지 기억이 난다. 글이라는 건 짧든 길든 탈고를 하면 독자의 몫이 되지만 집필하는 과정에선 오롯이 필자의 생각정원에서 일상이라는 꽃과 과일을 가려내고 다듬어야 하는 일이다. 집필 초기에는 인도 유학시절과 태국 강사시절 이야기를 주로 썼는데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기억저장소는 한계가 있어 점점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아갔다. 법구경 속에서 내 일상을 읽어내기도 하고, 내 일상 속에서 법구경 내용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법구경과 일상이 어우러지게 되었다.

집필 초기, 연락이 뜸하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왔었다.‘참 잘 보고 있다,’‘개인적인 내용을 빼 달
라.’응원의 메시지도 있었고, 불만 섞인 요청도 있었다. 개의치 않기로 했다. 각양각색의 일상이라도 다품을 수 있는 것이 부처님 말씀, 진리 아니겠는가. 딱딱한 책의 건조한 종이에 인쇄된 활자들이 개인 각각의 소중한 경전이 되기까지는 자신의 일상, 자신의 감정, 자신의 통찰 등이 적절한 때에 통通해져야 한다. 꼭 부처님 당시의 인연담을 중심으로 법구경을 봐야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도, 진리도 잘 들여다보는 이에게 법구경이라는 경전에 대한 자신의 인연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활자 찍힌 책이 누군가에게는 성스럽고 귀한 경전이 되는 것이다.
집필 중기, 공항에 외국스님을 마중 갔다가 우연찮게 지인을 만났다. 월간해인을 통해 매달 나를 만
나고 있다며 반가워하셨다. 어느 결혼 피로연에서 만난 오랜 지인은 긴 시간 집 밖을 나오지 않고 홀로 지낸 세월이 있었는데 그때 월간해인을 통해 내 글을 읽고 있다고 하셨다. 내 글은 바람을 가로지르는 날개가있지 않다. 하지만 월간해인은 바람을 가로질러 창공을 날아올라 세상 깊숙이 곳곳에 가닿을 수 있는 날개가 있다. 글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기교 있는 글이 아니라, 통찰력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아직은 더 무르익어야 한다는 걸 글을 쓰면서… 2년에 걸쳐 글을 쓰면서알게 되었다.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일상과 자연을 들여다보면수행의 길에서 놓치던 것까지 보인다. 법구경을 펼치면 역시나 딱 맞는 경구들이 있다. 이리하여 경전이란것은 각 개인의 인연담을 다 담아내고도 남을 만큼 보편적이고도 특별한 것이 된다. 24개월간 나 개인의 인연담을 담아 법구경을 풀어내었다. 이제 내 인연담은조용히 덮으려 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천년만년 이 법구경을 비롯한 부처님의 말씀들이 세상 그 어디라도 가닿아 진리의 향을 퍼트리기를… 그리하여 활자 찍힌 딱딱한 책이 비로소 성스럽고 귀한 경전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깃들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