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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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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5년 11월 405호
아깝고 귀한 주말의 오후, 무열왕릉에 다녀왔다. 그 오후의 햇살이 어찌나 참하고 곱던지 사각사각 낙엽 밟는소리마저 햇살에서 떨어져 나오는 소리 같았다. 답사차 간 것이 아니라 산책 삼아 갔기에 잠시 머무르다 집에 돌아왔다. 담아온 햇살을 저녁식사 자리까지 끌고 가자니 평범한 식단으로는 무리다. 그래서 꼭 해먹어 보자고 말만 해오던 우엉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이 요리의 셰프(요리사)는 신랑이다.
주재료는 우엉, 연근, 애호박이다. 흙 많은 우엉과 연근의 손질은 셰프님이 했고 나는 애호박만 씻어 다졌다.우엉은 아주 잘게 썰어 간장 등을 넣어 볶고, 연근은 곱게 갈았다. 그리고 미리 사둔 만두피와 만두피 끄트머리를 붙일 물, 빚은 만두를 놓을 널찍한 접시를 준비한 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빚어보는 만두라 어찌잘해볼 기세로 셰프님에게 만두 빚는 방법을 아는 대로 다 보여 달라고 했다. 능숙하고 화려한 솜씨로 만두 빚는 세 가지 방법을 다 보여준 셰프님에게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나는 빚는 족족 다 졸작이다. 먹으면 다 똑같다는 너스레를 떨며 만두피와 만두소를 한 몸이 되게 하려고 열심히 꼼지락거렸다.
그렇게 꼼지락거리는 사이에 만두소에서는 물이 생기기 시작했고 제법 만두 모양을 갖추었다고 접시에 올려놓을라치면 만두소 물이 어디선가 공기와 함께 새어 나왔다.‘제대로 한다고 했는데…’그러면서 살펴보면 그작은 만두피 어딘가가 살짝 떨어져 있다. 만두피 붙이는 부분에 물이 잘 묻지 않았던가 아니면 손으로 꼼꼼하게누르지 않아서 작은 틈새로 만두소 물이 새어 나와 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면서 만두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만두를 빚는 내 손이 마치 수행하는 사람의 그 수행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을 잘 놀려 만두를 잘 빚어서 만두소가 꽉꽉 들어차 있는 것은 마치 수행이 잘 된 마음에 그 어떤 것도 새어나오지도 스며들지도 못하는 것과도 같다. 반면, 서툴러서든 부주의해서든 만두를 잘못 빚어 만두소나 만두소 물이 삐져나오는 것은 마치 수행이 안 된 마음에 탐욕이든 불안이든 의심이든 새어나오거나 스며드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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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thā agāraṃ ducchannaṃ vuṭṭhi samativijjhati
야타 아가랑 둣찬낭 붓티 사마띠윗자띠
evaṃ abhāvitaṃ cittaṃ rāgo samativijjhati.①
에왕 아바위땅 찟땅 라고 사마띠윗자띠
(지붕이) 엉성하게 이어진 집에 비가 새는 것처럼
수행이 안 된 마음에 탐욕이 스며든다.②《법구경 13》
yathā agāraṃ succhannaṃ vuṭṭhi na samativijjhati
야타 아가랑 숫찬낭 붓티 나 사마띠윗자띠
evaṃ subhāvitaṃ cittaṃ rāgo na samativijjhati.③
에왕 수바위땅 찟땅 라고 나 사마띠윗자띠
(지붕이) 잘 이어진 집에 비가 새지 못하는 것처럼
수행이 잘된 마음에 탐욕이 스며들지 못한다.④《법구경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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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yathā: ~와 같이. agāraṃ: 집에. ducchannaṃ: 엉성하게 이어진. vuṭṭhi: 비가. samativijjhati: 샌다. evaṃ: ~와 마찬가지로. abhāvitaṃ: 수행이 안
된. cittaṃ: 마음에. rāgo: 탐욕이. samativijjhati: ~에 스며든다.
②개옥불밀蓋屋不密 천우즉루天雨則漏 의불유행意不惟行 음일위천淫泆爲穿 (한역법구경)
③succhannaṃ: 잘 이어진. vuṭṭhi na: ~아니다. subhāvitaṃ: 수행이 잘된
④개옥선밀蓋屋善密 우즉불루雨則不漏 섭의유행攝意惟行 음일불생淫泆不生 (한역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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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들은 법구경 제1장‘쌍을 이룸(Yamaka)’편에 나오는 시들이다. 지붕에 비가 새고 안 새는 멋진 비유로써 마음의 수행력을 잘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지붕이 엉성하게 이어진 집에는 비가 새다 못해 결국 집이 무너질 수도 있듯, 수행이 안 된 마음에 탐욕이 스며들다 못해 결국 그 탐욕이 마음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멋지지만 무서운 비유이다. 그래서 우리는 순간순간 마음을 잘 살피고 다져 탐욕을 비롯한 숱한 부정적인 것들이 마음에 스며들지도, 그나마 이뤄낸 수행력이 빠져나가지도 못하게 해야 하는 법이다.
뜻 깊은 하루다. 만두를 빚으며 마음을 살피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열왕릉에서 담아온 햇살이 제대로 만두에깃들긴 했나보다. 이제, 이 햇살 담긴 우엉만두를 맛있게 쪄내기만 하면 된다. 찜솥에 만두를 하나하나 넣으며이 가을의 깊은 저녁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