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인사의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가야산 골골마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시절입니다. 곳곳마다 시선을 매혹하는 홍류동은 그 이름처럼 가을이 참 잘 어울립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은 가을날들입니다. 그런데 해인사오는 길, 붉고 노란 단풍들 마냥 빨갛고 노란 현수막들이 시선에 가 닿습니다. 문구들의 내용은 자못 심각합니다.“팔만대장경 세계문화유산 분뇨악취로 뒤덮을 것인가?”“천년 고찰 청량사를 옮겨야 하나, 축사를 옮겨야 하나?”“세계문화유산을 찾는 세계인들에게 악취를 풍길 것인가?”등등. 해인사의 고즈넉한 가을 선율에 불협화음처럼 끼어듭니다.
10월 15일 해인사 소속단체인 <가야산환경수호위원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해인사 인근지역에 대형 축사가 지어지고 있는데 축사건립 허가취소를 합천군청에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축사부지의 선정에 있었습니다. 대형축사가 들어서는 곳은 관광지역입니다. 이곳에는천 년 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청량사, 2011년과 2013년에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팔만대장경축전이 진행되었던 대장경테마파크, 최근에 관광객들의 관심이 커진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걸어 오르는 소리길, 삼 개군 합작으로 추진 중인 대장경 이운로, 캠핑야영장과 도자기 체험장, 소리마실 등 해인사의 초입부터 체험관광 밀집지역입니다. 축사는 해인사에서 직선거리로약 7~8km 떨어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발길을 향하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것입니다. 신선한 공간에 몸이 가있으면 다섯 감각 기관이 보고, 듣고,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마음도 변화됩니다. 그런데 축사가 들어서면 공기부터 바뀌게 됩니다. 어느 특정한 구역을 지나면서 분뇨냄새를 맡아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지근거리에 축사가 있겠다는 추측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그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축사에서 흘러나올 오·폐수나 해충들도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직간접적으로 지역민들의 주거환경과 관광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깨끗하고 맑게 보전 되어야할 공간이 오염되는 겁니다. 지역민들의 항의와 반대가 컸습니다. 그래서 축사 건립 현장에는 매일 지역민들의 집회가 있다고 합니다. 공사 중단을 요구해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10월 16일 지역주민과 하창환 합천군수와의 면담이 있었지만 축사건립 허가 취소를 원하는 지역주민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대형축사 건립 허가에 대해 합천군은 법령과 조례에 따라 적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합천군에서 내세운 법령과조례 근거를 살펴보면‘합천군 가축분뇨의 관리 및이용에 관한 조례’에서‘축사와 마을간 거리가 사육제한거리 250m’를 초과하기 때문에 가축사육제한 조항에 해당되지 않아 규제할 수 없다며, 허가는 적법하다는 것입니다.
합천군이 내세운 법적 근거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도통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100억이 투자된 대장경테마파크, 대장경 이운로 등이 있는 지역에 대형축사가 들어선다는 이 상황이 말입니다. 관광지역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대도 간과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합천군에서 내세
운 법령 및 조례에 대한 근거를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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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58조(개발행위 허가의 기준 등) 1항 1호에는“허가의 기준은 지역의 특성, 지역의 개발상황, 기반시설의 현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는 규정입니다. 허가의 기준이 되는 지역의 특성과 개발상황, 기반시설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형적 특성은 가야산과 홍류동 일원 자연환경입니다. 지역개발상황은 대장경테마파크, 대장경이운로 사업, 소리길,합천군 도자기 체험장 조성사업, 군립 오토캠핑장, 소리마실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축사에서 발생할 오·폐수 유입방지, 분뇨 악취, 해충 피해 예방에 대한 기반시설 현황은 미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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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동법 58조의 위임에 따른 동법 시행령 제56조에서 제시한 세부 허가요건을 살펴 보겠습니다.
‘역사적, 문화적, 향토적 가치에 따른 원형보존의 필요가 없을 경우’,‘개발행위로 설치되는 건축물 또는공작물이 주변의 자연경관 및 미관을 훼손하지 않을경우’,‘개발행위로 인해 당해 지역 및 그 주변지역에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질오염에 의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없을 경우’ 이 요건들에 비추어 봐도 관광지역에 대형축사 건립허가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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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합천군청은 그에 대한 대책수립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염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건 오롯이 지역민의 몫이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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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청의 운영기조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지역주민의 의견을 소중히 하겠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지역주민의 뜻을 묵살하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대장경, 해인사 등글로벌 관광자원의 환경을 외면하고 축사건립에 손을 든 합천군청 운영방침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야면 황산리 축사 건립은 2011년에 이미 허가를 받았으나 무슨 이유인지 사업연기를 반복하다가 2015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60%정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공기, 물 그리고 토양은 유동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이 한번 바뀌게 되면 회복하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중한 판단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아시다시피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지역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유산’의 의미처럼, 귀중하게 지키고 보전해야 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막중한 책임이 아닐 런지요. 여러분의 관심과 뜻을 모아서 지켜야 할 때입니다. 합천군청의 해인사 인근 대형축사 허가 취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