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발보리심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 도여 ┃부산 거주 2015년 11월 405호
“부처님, 만약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면 어째서 모두 성불하지 못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인연이 화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못 이루는 것이 아니라 늦게 얻는 것이며,
인과 연이 화합되어야 결과를 이루는 것이다. 인은불성이고 연은 보리심을 내는 일이다.”
《열반경》<사자후보살품>
보리심은 고통받는 중생들을 돕기 위해 자기 자신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 즉 모든 중생의 깨
달음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몇 년 전 달라이라마께서 설하신《입보리행론》법문을 들으며 적잖이 층
격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목적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며 공성
을 깨닫는 것도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하신 대목이었습니다. 대승불교의 대자비심에 무척놀랐었고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티베트의 스승 까르마빠께서는“보리
심은 우리를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행복의 근간이다. 깨달음으로 가는 최상의 정도이며 모든 슬픔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인도의 고승 산티데바께서는《입보리행론》에서“나와 남의 해탈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려는 고귀한 보리심을 일으키고 잘 자라게 하여 원만하게회향하는 것만이 무명의 어둠을 헤쳐 나오는 최선의 길이다”라고 하시며“단지 남을 도우려는 생각
만으로도 부처님께 헌공하는 것보다 공덕이 수승한데, 중생의 이익을 위해 깨달음을 구하고 실천하
는 이 보리심의 공덕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라고 하셨습니다. 보리심의 공덕에 관한 말씀들은 참
으로 놀라운 대목이었습니다. 이 보리심의 공덕을 제대로 알았으니 이제 할 일은 보리심을 발심하고
실천하는 일뿐!
그동안 절에 다니면서 몇 년 동안 스님으로부터 보리심을 내라는 말씀을 수차례 들어 왔어도 단 한
번도 발심하지 못하였습니다.‘그건 너무 거대한일이라 나는 못해’라고 하며, 그리고 나의 해탈을,
자유로움을, 행복만을 바라고 구하며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진정 찾고자 하는 바를 성현들께서 이
렇게 분명히 알려주셨는데 나는 그동안 엉뚱하게도 다른 방법으로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이젠 보리심의 마음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일어났습니다. 정말 우연하게. 그러
나 이것은 우연이기보다는 보리심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유하는 과정의 결과로 생겨난 것 같았습니다.
티베트 스승들께서도 보리심을 발하기 위해서는 보리심에 대한 사유를 열심히 하라고 가르치십니
다. 참 희한했습니다. 결국 마음먹으면 되는 것을. 그래서 스님께서는 깨달음은 무엇보다 간단한 일이며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라 하셨구나!
보리심을 발하는 것은 왕과 뱃사공, 그리고 양치는 목자 세 가지 경우의 발심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
다. 왕과 같은 발심은 항상 자신만을 만백성 위에 놓는 왕과 같이, 내가 먼저 성불한 후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발심입니다. 뱃사공과 같은 발심은 같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듯이, 중생과 내가 함께 성불하고자 하는 발심입니다. 양치는 목자와 같이 보리심을 발하는 것은 양치기는 양들을 다 앞에 보내고 자신은맨 뒤에 따라가듯이, 일체 중생을 다 성불시킨 후에 자신이 성불하겠다는 발심입니다. 이 가운데 양치는 목자와 같은 발심을 가장 수승한 발심이라고 합니다. 이제껏 내가 먼저 깨달아야 중생도 제도할 수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이었던가 진심으로 깊이 뉘우칩니다.
보리심에는 상대적 보리심과 절대적 보리심이 있습니다. 성불의 경계인 구경각을 증득하게 되면 공
성을 체득하게 되고, 그 공성의 텅 빈 우주로부터 자비심은 저절로 나옵니다. 한낮의 태양이 만물을 두루 비추듯이 온 법계에 두루 미치는 자비, 곧 부처와 중이 둘이 아닌 동체대비에서 우러나온 자비가 절대적 보리심입니다. 반면 부처의 본래면목을 회복하고자 육바라밀 등의 자비행을 실천하여 보리심을 단련해 가는 것은 상대적 보리심입니다. 두 가지 보리심을 수행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며, 윤회의 고통에서 신음하는 온 우주의 무수한 다른 존재들을 고통으로부터 깨달음의 기쁨으로 나올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보살의 길을 완성하는 방법에 관해 밀라레빠는다음과 같이 경험담을 노래하였습니다.“처음 나는 언제나 세간의 속박 때문에 멈추지 않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로병사로 점철된 윤회의 모순과 무상을 명상하였다. 그리고 무명과업과 번뇌가 가득한 연기의 법칙을 주의 깊게 관찰
하였다. 결국 나는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줄 안전한 대상인 삼보에 귀의하였고, 보리심을 일
으키고 자라게 하는 두 가지 수행을 오랫동안 계속하였다. 마침내 이 세상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환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고 그 마음 또한 공한 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윤회에 들지않겠다.”
달라이라마의 법문 중“우리는 세세생생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행복
을 얻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다면, 자신만을 위했던 삶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이야말로 그 방법을 바꿀 때가 아닐까? 진정 자비야말로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소망을 실현시켜주는 보배이며, 그 축복의 빛은 온 우주에 두루 미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나의 삶 속에서 이기심을 버리고 항상 보리심을 발하며 실천하며 살겠
다고. 오늘 하루의 시작도 이렇게 발원하며 시작해봅니다. 바른 가르침을 이 땅에 전해주신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그 가르침을 바르게 보존하고 전해준 승가에 귀의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