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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님들 저희 곁을 떠나지 마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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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4 - 이필수 2015년 10월 404호
오늘 EBS의 다큐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 콧물을 제법 쏟았습니다.
2살 때 앓은 열병으로 귀가 안 들리는 일러스트의 이야기였는데 고난이 겹겹이 쌓인 그녀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가히 경의로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림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그녀에게 설상가상으로 이젠 서서히 망막까지 손상되기 시작해서 멀지않은 시간 시력까지 잃게 될 것이라네요. 그래도 그녀는 삶은 여전히 아름답고 매 순간은 견딜 만하다고 합니다. 아직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때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보고, 시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할 수있는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하나씩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중이었습니다.
서해안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고 기억의 창고에 넣어 두는 일,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그들의 웃는 얼굴을 기억해 두는 등. 티비를 보는 순간만은 내가 가진 두 개의 망막 중 하나쯤은 그녀에게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가당찮은 맘까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삶은 그런가 봅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가지지 못한 것을 몇 개를 찾아 더 채우고 싶어 하지만 정작 아픔을 아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들, 심지어 계절마다 찾아오는 바람조차 기적이고 선물인 것을 알고 감사한다고요. 내게 있는 모든 것이 그저 주신 것이 없음을 아는 지혜가생긴 것일까요? 그렇지만 저에게 그런 장애는 여전히 두렵고 저뿐만 아니라 내 아이,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손톱 하나도 저절로 부러지지 않고 완전하기를늘 기도하고 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괜히 맘이 일렁여서 선우회 총무님이신선배님과 함께 해인사를 다녀왔습니다.
초여름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시간,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의 해인사 저녁예불이 그리웠다고 하면 먼 길을 나선 이유가 될는지요…….
일요일 늦은 시간이라 관광객은 다 빠져 나가고 고즈넉한 해인사 법당에는 저녁예불 준비로 소리 없이분주했습니다. 신도님들도 일요일이라 별로 없는데 좀 앞자리에 좌복을 놓으려니 스님들 앉으실 자리라 뒤로 자리를 옮겨 앉기를 권하는 것을 보니 저녁예불에 스님들께서 많이 오시나 싶었습니다.
법고가 울리고 가만히 앉아 서쪽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동쪽 문으로 서로 얽혀 나가는 초여름 저녁바람이 기분이 좋아질 쯤 스님들께서 앞줄부터 차근차근 자리를 깔고 앉으시는데 금세 내 바로 앞까지 스님들께서 자리를 하셨습니다. 일요일 저녁예불은 웅장했고 신도들이 많은 토요일의 예불과는 사뭇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좀더 장엄했고, 차분했습니다.
한두분의 스님들께서 하시는 예불이랑 법당 가득 스님들께서 모이셔서 올리는 예불은 사실 그 느낌이 사뭇 다르지 않던가요? 상단에 앉아 계신 부처님께서 깜짝깜짝 놀라실 만큼 예불문을 올리시는 목소리는 우렁찼고, 금강경을 독송하실 때는 흩어러지지 않는 스님들의 서슬 퍼런 마음들이 느껴져서 저 또한 정신이 맑아지고 등이 쫙 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예불이 끝나고 스님들께서 들어오신 순서에 맞추셔서 바람처럼 빠져 나가신 자리…….
기도하시는 스님과 신도들만이 남아서 마지막 기도를 하는 시간입니다.
천수경, 반야심경을 독송하시고 스님께서 신중단을 향해 목탁을 치시면서 발원을 하시는 중에 “신중
님들 저희 곁을 떠나지 마시옵소서!” 하는 구절을 듣는 순간 목이 꽉 메여왔습니다.
아~~
이 보다 더 제 맘을 잘 표현한 말을 아직 저는 들어보지 못한 것처럼 전율했고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서 신중단 앞에 서서 다시 한번 더 그 말씀을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신중님들 부디 제 곁을 떠나지 마시옵소서!!”
티비를 보면서 해인사의 저녁예불에서 들었던 기도문을 떠올렸던 것은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말하고, 걷고 하는 등 일상의 장애가 없음이 저절로 모두에게 주어진 것들처럼 내게 온 것이 아니라 옛적부터 내가 부처님을 찾기도 전부터 이미 내 곁에 두루하신 부처님 그리고 일순간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나를 보살피고 옹호해 주신 그 많은 신중님들의 가피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신중님들 부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저희 곁을 떠나지 마시옵소서!!!”

하지만 돌이켜 부처님께서, 여러 신중님들께서는 어느 순간도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주자주 그 사실을 잊고 산다는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많이 감사한 일이 지천에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아흔아홉 석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한 석을 뺏어 기어이 백석을 채우려는 그 욕심을 부리며 자꾸 부처님께, 신중님께 떼를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반성하는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