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나의 발원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3 - 원명해┃청수행 2015년 10월 404호
불교에 입문한 지 30여년, 그동안 불교와 인연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하고 또 같이 공부, 수행하면서 조금씩 신심이 발전하는 가운데 삶의 고비고비마다 부처님 말씀을 믿고 이해하고 수행하므로 잘 살아왔다.
그중에 ‘선우회’라는 해인사에 적을 둔 신행모임도 한 달에 한 번 참가하고, 교사불자회도 방학 때마
다 참가하곤 하였고 해인지도 평생회원으로 구독하며 달마다 오는 글을 읽으면서 신심은 더욱 증장되고 해인지 오는 날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이야. 그것도 다니는 절의 스님이 편집장이라니…. 모두 불은佛恩이리라.
나는 세상나이로 6학년 5반이다. 5학년 6반일 때 23년간 다니던 교직을 명퇴했다. 건강상, 가정 사정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일찍 퇴직했다. 그때 사람들은 왜 아까운 직장을 일찍 나오느냐고 했다. 부처님은 왕자의 자리도 버리고 출가하였는데 자식들 공부는 다 시켰으니 이제 부처님 공부하며 자유롭게 살고싶다고 했다. 퇴직하면 삶의 권태로움이 올까 걱정이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후딱 가버린 10여년 세월, 거기에는 절이 있었다.
교직 생활이 입학식, 소풍, 중간고사, 기말고사, 여름방학 겨울방학, 졸업식 하다보면 1년이 빨리 지나가듯이 절의 프로그램들이 참 바쁘게 돌아간다. 정초기도, 성도재일 맞이 철야정진, 부처님오신날 등 만들기, 하안거 입재, 개원법회, 백중 49일 기도, 자비도량참법 5일기도, 21일 금강경 독송기도, 칠월칠석기도,동안거결재, 동지기도 거기에 대중운력, 각종 봉사활동 동참, 주 단위로는 월요일은 참선, 화요일은 경전
공부, 수요일은 불교대학, 직장생활 못지 않게 매달 매달이 빠르게 지나간다.
인도에서는 인생을 학습기, 가주기, 임서기, 유랑기의 4기로 나눈다고 들었다. 20살까지는 부모 밑에서 학습을 하고, 20살이 넘으면 생업에 힘쓰면서 적당한시기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어 자식이 20세 정도까지 성장하면 그때부터 숲으로 들어가서 생활하며, 명상을 하거나 도를 닦는 데 애쓰다가 인생 말년에는 이곳저곳 유랑을 하다가 죽는다고 한다. 이처럼 나는 절 도량을 의지해서 남은 인생을 잘 정리할까 한다.
이번 추석에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미황사에서 2박 3일 사찰체험을 하기로 했다. 결혼한 후 40여 년동안 한 번도 추석에 집을 떠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추석은 집에서 지내는 차례를 생략하고 결혼하지 않은큰아들과 미황사에 가기로 한 것이다. 지난여름 보길도 가는 길에 들른 미황사가 참으로 단아하고 도량이 맑고 청정해보였고, 뒤에 보이는 달마산도 웅장해 보여서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다. 더욱더 감사한 것은 아들이 절 가는 길에 동행해주고, 1000일 기도에 동참하여 다라니 사경, 한글금강경 사경, 한글지장경 사경을 아침마다 함께하니 마치 우리 집이 절 도량 같다. 비록집에 부처님을 모시고 예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냄새 그윽한 거실에 부처님 향기가 난다.
아침마다 지극한 마음으로“노후에 품위를 잃지 않도록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행복과 깨어남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