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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운 마음으로 애써라, 반드시 서로 속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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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2 - 임현주 2015년 10월 404호
해인사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을 시작할 때에 생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행동의 내용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가지 않으려는 핑계를 갖다붙이니 열 가지가 넘었습니다.
남편이 숙직이라 집이 비고, 친한 사람이 이번엔 못 간다 하고, 다음 날은 약속이 있는데 등등…….
그러나 간다는 결정을 한순간에 내리고 나니 가지 않으려던 그 이유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 주부들이 집을 나설 때에는 둘러봐야 할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가족들이 행여 내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끔 그냥 내 몸 하나 빠져나왔다가 들어간 것처럼 만들어야 하니 말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고 남은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 해두고 깨끗한 몸으로 부처님을 뵙고자 목욕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10월 셋째 주 선우회 해인사 법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늦은 3시, 약속된 장소에 모여 함께 해인사로 출발하였습니다. 한 대의 차 안에 여섯이 함께해도 비좁다는 불편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그 동안의 안부를 묻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정신없이 떠들다 도착한 해인사는 지난달과는 달리 이제 가을 냄새가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따갑던 햇볕 사이로 산들거리며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 파란 숲 사이로 노란 빛을 내기 시작한 나뭇잎들…….
도착하여 청화당에 짐을 풀고 대웅전에 부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공양…….
버섯과 호박 튀김이 바삭하니 맛이 좋았습니다. 스님들께서 이렇게 많은 양의 튀김을 바삭하게 튀겨 내시는 게 참으로 신기할 일입니다.
공양 후 저녁예불시간…….
젊은 비구스님들의 염불소리는 항상 가슴을 울리며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큰 여운으로 남습니다.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에서 굵고 큰 목소리로 하는 염불 소리에는 큰 힘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내가 해인사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은 멀리 계신 듯 하지만 스님들의 염불소리는 아주 가까이에 계셔서 일상에 찌들어 힘이 쭉 빠져 있다가도 그 염불소리를 듣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간 법당에 아쉬운 마음으로 앉아 있으니 마무리를 하시는 스님이 마칠 시간임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초심자의 열정을 읽어내셨는지 내일 새벽 3시 30분에 새벽예불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스님과 같이 법당을 나서면서 방으로 돌아가시는 스님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초가을 밤의 어둠과 스산한 바람이 함께해서인지 왠지 그 스님의 뒷모습이 짠했습니다. 스님께서 원하셔서 가시는 길이기에 힘들어도 행복하실 것이라고 여기며‘스님 성불하십시오’를 맘속으로 되뇌어봤습니다.
그리고 청화당에서의 원창 스님의 법문.
처음 뵙는 원창 스님의 모습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습니다. 조용한 듯 하면서도 힘이 느껴지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까지 느껴졌습니다.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 순간은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
며 수긍하고 감탄을 하였지만 돌아서면 항상 이렇게 머릿속에 하얘지는 것에 대해 법문해주신 스님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더 공부하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되며 더 실천하게 되리라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애써라. 반드시 서로 속이지 않을 것이다.”이 말씀만으로도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
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3시, 다들 부지런히 움직이며 새벽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해인사의 마당에는 정신을 맑게 하는 바람들의 부산함이 있었으며 하늘에는 새로운 내일을 향해 아직못다 넘어간 별들의 재촉하는 발걸음이 있었습니다.
법당 안의 새벽예불…….
어제 저녁예불만큼 젊은 스님들의 힘 있는 염불소리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해인사의 새벽예불이 좋아졌습니다. 아침잠이 많아서 새벽에 뭘 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엄두가 안 났는데 이제는 제법 잘 일어나기도 하고 정신을 챙길 줄도 알게 되고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예불을 보는 중 스님 한분께서 조용히 법당 뒤로 부르셨습니다. 따라갔더니 은사님으로 모셨던 스님의 글과 염주, 스님께서 공부하시면서 굴리던 호두 두 알을 주셨습니다.
그 가슴 울컥함…….
출가하신 지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 앳된 스님이셨지만 그 순간 그 스님은 저에게는 부처님이셨습니다. 많이 맑아져야 한다는 상원사의 고공 스님 말씀대로 요즘 맑아지고자 애를 쓰며 가끔은 힘이 들어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알고는 나에게 큰 힘을 주시고자 현생에 나타나신 부처님. 고마운 마음에 감사하다는 인사만 몇 번 하고 법명도 여쭙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스님께서“인연이 되어 드립니다.”하신 말씀만 내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뒤에 도반을 통해 알았는데 예불 도중 법당 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서 문을 닫으러 갔을 때 닫지 말라고 하셨던그 스님이 돌아가는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이나 웃으셨다 합니다. 그냥 돌아가는 내가 무안했을 것까지 헤아려서 큰 마음 내주시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셨을 것입니다.

“스님! 그 큰 마음 잃지 말고 정진하셔서 성불하시길 바랍니다.”

법성게에“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란 말이 있데요.
출가자에게 있어 처음 불법 공부의 마음을 냈을 때가 공부를 완성한 깨달음의 자리라는 의미라 들었습니다. 저도 해인사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늘 살피겠습니다.
참 감사한 해인사 일정이었습니다.
법문해주신 원창 스님, 애잔한 모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가신 저녁예불시간의 스님, 큰 마음과 소중한 선물을 주신 새벽예불시간의 스님, 그리고 함께해준 도반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