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회는 대구, 서울 등 전국의 각지의 신도님들께서 만드신 자생단체였습니다. 저절로 모여 만들어
진 신행모임인 만큼 오로지 부처님의 법을 알고자 하는 그 열정으로 매월 해인사에 모이셨고, 깨우쳐지고자 하는 그 마음 하나로 선우회는 운영되었습니다. 막내격인 저도 선배님들의 모습을 따라 참선도 하고 여러 스님들을 쫓아 보경당에 모여서 금강경 강의도 듣고, 원각경 강의도 들어가면서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더 부처님께 다가가고자 했던 시절이었는데 벌써 그때 저를 잡아 주셨던 분들은 이미 삶을 달리하셨거나, 혹 계신다고 해도 이젠 연로하셔서 해인사까지 발걸음을 못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십니다. 그리고 아직 건강 하신 도반님들은 매 결제 철이 되면 원당암에서 백련암에서 또는 전국의 선방에서 열심히 정진 중에 계십니다. 어쩌면 그분들의 원력이 20년을 넘게 선우회를 지키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선우회는 20여명이 모여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해인사에 머뭅니다. 미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래저래 다니는 저희가 안타까우셨는지 지난해부터 원창 스님께서 저희들을 위해 법상을 열어주셨습니다. 스님 덕분으로 지난해는 위산선사 경책을 배웠고, 올해는 법화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비록 듣고 돌아서면 잊어 먹어버린다는 소리를 달고 살지만 그래도 그 배움의 시간들이 저희를 단단히 묶어주고 있습니다.
금강경에 나오나요? 부처님께서 가시고 오백년 후에도 이 경을 믿고 지니고 독송하는 자가 있을 것이냐는 물음이 있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후에도 여전히 부처님을 말씀을 듣고 따르는 자들이 있을 것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선우회도 한 세대가 가고 나서도 다시 그 세대의 수만큼의 회원이 채워지고 있는듯합니다. 처음 선우회 법석에 자리를 채우셨던 분들께서 더 이상 해인사에 오시지 못하시고 그 빈자리들이 듬성듬성 보일 때 ‘이렇게 선우회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했었는데 한 사람 두 사람 또 자리를 메워주시고 다시 빈자리는 또 다시 채워주시고 계십니다.
그렇게 서서히 다음 세대로 승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 흐름으로 보면 이젠 선우회 2세대를 맞이했다는 말씀이 맞겠네요. 제 바람은 선우회 3세대, 4세대대를 이어서 부처님 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해인지에서 이렇게 고마운 지면을 저희를 위해 내주신 지금 선우회 자랑을 해서 많은 도반님들이 저희와 동참하게 해야 하는데 막상 꺼내놓고자 뒤적거려도 별반 자랑할 게 없습니다. 빈 바랑만 자꾸 뒤지는 꼴이라 좀 부끄럽습니다.
굳이 자랑을 하자면 지난해에는 선우회의 이름으로 신행활동을 담은 작은 신행집을 냈습니다.
비록 수려한 문장도 없고, 유명한 글쓴이도 없으니 소문이 나지도 않았고, 그러니 더욱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몇 분의 손을 빌려 책의 모양으로 묶어 두고 보니 우리끼리는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올해도 그 뒤를 이어서 2015년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책에는 선우회의 이름으로 한 해 동안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기, 해인사에서 감동받은 일, 일상의 신행생활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걸 수록할 수 있다는 건 선우회가 가끔은 성지순례도 가고, 또 각자의 신행생활도 나름 열심히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천천히 마승비구의 걸음걸이를 좇아 오른쪽 발을 떼놓을 때는 오른발만, 왼쪽 발을 떼놓을 때는 왼쪽 발만 바라보는 모습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집
중하며 지내고자 합니다.
선우회는 늘,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매월 세 번째 주 토요일 해인사에 모여서 저녁공양시간부터가 저희 정기법회의 시작입니다. 저녁공양을 하고 대적광전에서 저녁예불이 끝나면 법사스님을 모시고 두시간 정도 강의를 듣고, 저녁 토론으로 이어집니다. 각자의 신행상담부터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다보니 이젠 도반이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동참하시고자 하시는 분은 해인사 홈페이지 신행단체에 가셔서 선우회 방을 찾아오시면 매월법회 공지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거의 매달 빠지지 않고 모임을 하고는 있지만 간혹은 회원들끼리 속닥거려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외유도 하고 있으니 꼭 그 달 모임이 어떻게 되는지는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언제든 누구든 부처님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셨 듯 저희도 동참하시고자 하시는 모든 분들과 따뜻하게 함께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