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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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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해인 편집실 2015년 09월 403호
《화엄경》에는 부처님께서《화엄경》을 보광법당普光法堂을 비롯하여 일곱 곳에서 아홉 번(七處九會) 설법하시고 중생을 교화하셨다고 한다. 매번 설법하실 때마다 부처님께서는 먼저 모든 중생들에게 두루 그 빛이 비치라고 백호白毫에서 광명을 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믿음을 내게 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설법하셨다고 한다.
‘구광루’라는 건물 이름은 부처님께서 아홉 번 빛을 낸 사실에 연유한 까닭에 구광루는 해인사가 화엄 사찰임을 보여 주는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사찰 창건의 소의 경전인《화엄경》과 깊은 관계를 가진 연유로 화엄 사찰인 해인사는 가람 한가운데에 자리한 건물에 ‘구광’ 두 글자가 들어가게 이름을 지어 부처님의 빛과 말씀이 사방으로 퍼지는 뜻을 담게 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구광루 건물이 정면 7칸인 것은 7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인지 모른다.
이 사진에는 구광루 동쪽에서 두 번째 칸에 진입부가 보인다. 그러나 1993년에 헐리게 되면서 동쪽에서 두번째 칸에 있었던 진입부는 없어지게 된다. 구광루 동쪽에서 두 번째 아래 칸을 틔워서 그 속을 지나 정중삼층석탑이 있는 마당으로 올라서면, 마치 기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자마자 새로운 세계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듯 그러한 극적인 공간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다.

아울러, 정중삼층석탑이 대적광전 앞 마당 한가운데에 위치하지 않고 동쪽으로 약간 옮겨져 조영된 것도 구광루의 한가운데가 아닌 동쪽 둘째 칸에 난 통로와 상응하기 위해 그렇게 배치된 것임을 이 사진을 통해서 알수 있다. 그만큼 이 통로는 해인사의 사격寺格을 말해주는 중요한 진입축이었으며 일주문에서 시작하여 구광루를 지나 대적광전에 이르고, 다시 그 뒤 판전에 이르는, 사찰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축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1993년에 헐리기 전 구광루는 이 통로로 해인사 가람의 특성을 크게 돋보이게 하였으며, 대적광전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 해인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깨달음의 열락과 법계의 장엄함을 보여주며 해인사 가람의중심영역을 구성토록 하였다.
지금의 구광루 건물은 얼핏 보면 옛 구광루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건축 구조에서 크게 바뀐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 지은 현재의 구광루에는 옛 구광루의 진입공간 형식이 지켜지지 않았다. 구광루 밑을 통해 대적광전 앞으로 나가는 통로는 사라졌고, 그 대신 구광루 건물 밖 양쪽으로만 낸 계단으로 사람들이 오르내리도록 바뀌었다. 이로 인하여 해인사 가람 전체의 중심축이 갖는 의미와 상징성은 반감하였다. 지금의 구광루는 사상과 삶을 반영하고 담는 그릇인 건축이 어떻게 보전되어야 하는가를 우리들로 하여금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