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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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굴深蛇窟 - 수월 권상호
2015년 09월 403호

손에서
바람이 이는 것도 아니고
부채에서
바람이 이는 것도 아니다
손과 부채가
서로 만날 때
비로소
시원한 바람이 인다
여름 휴가로 미국 메릴랜드 여행에 나섰다. 그곳도 여름이었다. 온갖 열매를 열게 하는 여름이기에 열이 났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몸 수행에 열중했다.
순간 손에 든 작은 부채 하나가 큰 깨우침을 주었다. 대나무와 종이가 만나 부채를 이루듯이, 내 손은 부채를 만나 바람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악기라도 명장의 손을 만나지 못하면 아름다운 음악을 이룰 수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몸 수행도 참나(眞我)와의 만남이 없이는 성불成佛할 수 없다.
그렇다. 남과 북이 만나면 통일統一이 되고, 달빛이 바다를 만나면 해인海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