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제불보살과 역대조사 및 사부대중께 올리는 해인총림 참회문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참회·결의문 - 해인 편집실 2015년 09월 403호
신라의 순응·이정 양대 조사께서 802년 해인사를 창건하신 이래
고려의 희랑·균여 대사, 조선의 학조·신미·사명 대사 등 한국불교의 대선지식들께서
가야산에 주석하시면서 불일증휘佛日增輝 법륜상전法輪常轉의 1200년 성상星霜을 빛내 왔습니다.
그런 정신은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져 대한불교조계종이 출범하면서 1967년 수행공동체를
지향하는 해인총림海印叢林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여법如法한 수행을 통한 화합 공동체는 부처님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이 땅 위에
구현하고자 선대의 어른스님들은 불철주야 위법망구爲法忘軀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현들의 공덕과 은혜를 망각한 작금의 후학들은
풀과 나무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총림을 파행과 갈등의 장場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해관계와 감정적 대
립의 극단적 충돌로 인하여 의식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아예 총림을 외면하거나 은둔을 자청하며 그 뿌리마저
옮겨가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급기야 총림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민망할 만큼 그 위신과 권위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악구惡口와 양설兩舌로
집안의 허물을 밖으로 드러냄을 주저하지 않는 사자 몸 속의 벌레가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총림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해인총림을 걱정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부처님과 역대선지식 그리고 방장스님의 증명 하에 신명을 다해 발로發露 참회코자 합니다.
잠시나마 보살적 삶보다 중생적인 삶을 우선으로 추구한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잠시나마 공동체의 명예와 이익보다 개인적 명예와 이익을 먼저 생각했던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잠시나마 수행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에 더 의미를 두었던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잠시나마 이슬 같은 명리名利 때문에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망각했던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바퀴가 깨어진 수레로는 절대 먼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이제 멈춘 수레를 고쳐 다시 진리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총림대중은 뼈를 깎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진정한 총림의 구성원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는 2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스스로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수행자로서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선종의 종조宗祖이신 육조 혜능慧能 선사는‘참회’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
참懺은 지나간 허물에 대한 반성이요, 회悔는 미래를 향한 다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리는 참회를 위한 법회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발원의 자리입니다.
원융살림과 육화六和정신으로 승가공동체의 본래모습을 회복할 것이며,
총림정신의 구현주체자로서 주어진 모든 역할에 성심껏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니다.
이제 이양利養과 명리名利를 향한 승려가 아니라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고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참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이렇게 참회하고 발원하오니,
제불보살과 역대조사께서는 이 법석을 증명하시옵고 저희들을 가호해 주옵소서.

불기 2559(2015)년 8월 27일 해인총림 참회제자들은 우러러 고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