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가 벌써 제33회라고 한다. 가야산의 희미해지고 빛바랜 마음속 사진을 꺼내 보며 나에게 기특
하고 감사한 미소를 보낸다. 요즘 힐링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그만큼 아픔이 많은 세상인가보다.
지금은 산사마다 템플스테이, 사찰체험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20여년 전 해인사 수련회는 스님 빽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을 만큼 유명한 수련회였다.
한 차수에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되어 보경당에서 수련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습의사스님께서 수련 첫날, 해병대보다 더 엄하고 무서운 규율로 수련, 아니 훈련을
하면 다음날 20%는 집에 간다고 하였을 만큼 전성기(?)였다. 견디고 이겨낸 자만이 수련회 마지막 날그 회향의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방사가 없었던 그때는, 이불까지 가지고 오라고 했다. 보경당 밑 현재 지장전 자리 공사
중으로 지하 맨땅에 시퍼런 비닐을 깔고 거기가 숙소였다. 모기에… 지네가 슬슬 기어 나오고 최악의
환경이었다. 그래도 집에 가라 할까봐 묵언에 세면, 취침시간 지키느라 화장실도 못 가고 세면도
제대로 못했다. 그 뿐이랴! 발우 닦은 퇴숫물을 바케스에 다 모아 고춧가루가 뜨거나 그중에 가장 더
러운 조는 그 물을 다 나누어 원샷하였으니 메르스로 전국이 비상사태인 요즘 세상 같았으면 9시 뉴
스감이었겠지? 으아 ~~ 옛날 생각하니 어떻게 견뎠나 싶다.
게다가 더욱 결정적인 사건은 취침시간 소근거린다고, 습의사스님께서 플래시로 여자 숙소를 비추며 “조용히 하십시오 !!”SNS 바로 올라가고 수련회는 문을 닫아야 할 사건이 아닐까 ?
그래도 참아낸 그때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
무엇을 이기고자, 무엇을 찾고자 견뎌냈을까 ?
아마도 저 밝은 달을 보기 위한 법신불의 의식작용이었으리라.
해인사의 새벽은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우는 법문이다. 선해 스님의 도량석부터 시작하여 법고가
울리고 대적광전의 명품 새벽예불이 시작된다. 어떤 경전의 가르침보다 큰스님의 법문보다 더
큰 울림으로 나의 의식을 깨운 해인사 새벽예불. 이러한 신선한 충격은 내면의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련동기들과 당시 포교국장스님과 마음을 모아 대결사를 모의했다. “수련동문회를 만들자.”일
년 동안 몇몇 도반들과 가끔 만나다가 지금은 출가하셔서 청매암 주지스님이 되신 정도 스님을 초
대 회장으로 모시고 1996년 12월‘ 해인사수련동문회’가 출범되었다.
당시에는 지장전에서 모여 법회를 했다. 보경당은 문고리 잡는 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았다. 지장전
도 당시 행자님 교육장으로 쓰던 터라 사용에 자유롭지도 않았다. 신도 방사는 지장전밖에 없던 때라, 선우회와 동문회가 번갈아 가며 법회를 했다.
이런저런 서러움(?)을 당하여도 뭐가 좋은지 해인사 가는날은 초등생 소풍날같이 설레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해인사 올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즐겁고 신명이 났는지….
우리의 지속적인 신행활동을 어여삐 여기셔서 동문회의 부흥기가 열렸다. 포교의 달인, 현재 마야사
주지스님이신 현진 스님께서 포교국장스님으로 부임해 오셨다.
현진 스님께서는 요즘의 혜민 스님 같은 존재랄까? 방황하는 젊은 친구들의 멘토요 친구셨다. 언
제나 스님방엔 많은 학생들이 들락거렸다. 어린 친구들의 재잘거림이 얼마나 듣기 좋은지…. 우리 동
문회 법회도 나날이 발전했다. 계절마다 이벤트 법회가 열리고 산중 대소사 법회에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고, 회원도 급증하여 활성화되었다. 게다가 당시 해인지 편집장이셨던 현재 강주스님이신 원철
스님과, 당시 대장경보존실장이셨던 관암 스님께서도 적극 지원과 응원을 주셨던 때라 우리 동문회는 나날이 발전하여 해인사의 명실상부한 신행회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동안 신행생활을 지도해 주신 많은 주지스님과 소임을 보신 스님, 그리고 포교국장스님과 원주스
님, 무엇보다 보고 싶은 수련회 습의사스님들께 지심귀명례 하옵고 감사의 예를 드리며, 또한 보고 싶은 마음의 스승님이시다. 지난봄 미황사 순례길에 혜오 스님을 뵙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여전히 수행과 소임에 열정적이신 모습이셨다. 이렇게 우리 동문회는 어디를 가든 인연 스님을 자주 뵙게 된다.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해인사의 다사다난한 역사와 함께하며 이제‘해인사수련동문회’는 2016년 12월 출범 20년의 역사
를 맞이한다. 시대는 머무는바 없이 변화 발전하여 핸드폰 하나로 세상을 통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부처님 법의‘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하나로 통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음이다. 겨자씨 한 알에 세상 만법이 있으매 하심下心하며 소통과 화합으로 하나 되어 다시 한번 동문회의 거듭남을 기대한다. 올해도 새 마음으로 인연지어질 신입 수련동문 법우님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기대된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보다 더 뜨거워질 보경당의 수련 열기를 미리 느껴보며, 새로운 깨어남으로 마
음 가득 지혜와 자비로 채워질 그 인연공덕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