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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향기 같던 여름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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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소영┃대구 거주 2015년 08월 402호
처음 해인사를 찾아간 건 고등학교시절 친정고모의 인연으로 가게 되었다. 해인사 암자인 홍재암에 공양소임을 맡아 생활하시고 계신 고모 덕분에 여름, 겨울방학이 되면 보름 일주일씩 머물며 산중생활을 경험했었다. 홍재암에는 공부하시는 스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수행을 똑 바로 하지 않으면 고모는 걸쭉하게 맛깔?스런 욕을 해대며 호통을 치는 것을 보기도 했고 해인사 주지로 계셨던 현응스님도 그때 잠시 뵈었는데 고모가 ‘저분은 훗날 큰스님이 되실거야’̕ 하셨는데 결혼을 하고 매스컴에서 스님을 보고는 놀라기도 하고 너무 기뻤다. 반가웠지만 너무 큰 분이 되셔서 감히 찾아 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절에는 초파일이나 정초밖에 가지 않는 무늬만 불자인 생활을 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불교대학부터 다녔다. 법문이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편은 아니나 친구들과 친목 겸 그렇게 매주 다녔다. 그런 인연으로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해인사에서 나만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아이들은 친정어머니께 맡겨두고 수련회 신청을 가벼운 맘으로 했다. 산사에서 즐겁게 쉬고 오겠다는 것 외에 별 생각 없이 즐거운 맘으로 왔는데 고행의 시간을 보낼 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첫째날 입재와 오리엔테이션, 발우공양습의를 하는 날이다. 갈아입을 속옷, 절복, 절에서 주는 면 티 2장을 제외하고는 정보1호인 휴대폰, 화장품 등 모조리 속세의 물건과는 완전히 이별을 하고 말을 일체 할 수 없었으며, 자원 봉사 분들 통제 하에 묵언, 개인 소지품을 발견하면 정중히 다 압수?되었다. 첫날부터 빡센 수행이 시작되었다. 양반다리를 하고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 일체 묵언이며 질문 시 반드시 종이에 적어서 봉사자 분들께 전달하고 습의 스님, 국장스님이 저녁에 답변을 해주셨다. 집이 걱정되어 전화를 하게 해 달라고 했으나 정중히 거절당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적응이 되지 않으면 산을 내려가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수련생이 많이 급감했지만 수련생들이 너무 많아 낙오를 시키기 위해 더 호되게 훈련을 시켰다는 이야기를 뒤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기수에는 혈압이 높으신 두 분 거사님이 계셨는데 몸이 좋지 않아 산사에 쉬고 갈려고 왔는데 내돈 내고 말도 못하게 하고 잠자리며 수련회일정에 대해 스님께 항의하는 등 언성을 높였으나 스님은 차분히 왜 말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시고는 하루만 더 견더 보시고 정말 못 견디시면 산을 내려가라고 말씀하셨다. 이상하게도 그런 분들이 결론적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는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잘 지었다.
둘째날, 새벽 두시 오십분 자봉하시는 분들이 수련생들을 깨웠다. 새벽예불 갈 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환경도 낯선 대다가 이제 겨우 잠이 들려하는데 일어나라는 거였다. 아침잠이 너무 많아 힘든 것도 있었지만 어제의 일정이 너무 힘들어 에너지가 고갈되어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수련을 마칠 수 있을까?은근히 걱정이 되었고 그동안 너무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아온 내 자신이 좀 한심스러웠다. 세수를 하고 옷을 단정히 입고 4명이 줄을 맞춰 별이 총총 떨어질 듯 선명한 하늘이 있는 절마당을 지나 법고 소리의 웅장함과 부처님이 모셔진 대적광전 팔작지붕의 웅장함이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법당을 들어 서기전 고무신은 가지런히. 좌복줄은 똑바로 맞추기, 승가대학 스님들의 장엄한 예불광경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렇게 예불을 마치고 우리들은 병아리처럼 차수를 하고 한 줄로 습의사 스님을 따라 ......
참선을 하고 아침공양을 한 후, 울력을 하고 암자순례를 하고 부모은중경을 독송하고, 사시불공을 올리며 매일 108배의 참회기도를 올리고 강의도 듣는 등 하루 일정이 빈틈없이 짜여져 빡세게 돌아갔었다. 낮 동안 수련을 받을 때 규칙을 어긴 사람은 자진해서 밤에 습의사 스님과 함께 독성각에서 108배 참회 기도를 했었다. 이틀이 지나가니 여전히 힘은 들지만 이제 적응이 되는 느낌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산에서 불어오는 숲속의향기, 물소리, 새소리가 나를 감성에 젖게 하였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어둠속에서 스님께서 비춰주시던 후레쉬 불빛하나에 의지해서 좌복을 들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참선하러 간 기억들이 생각난다.
절정에 다다른 제일 기억에 남는 넷째날 1080배 참회기도 마예불 참배 계곡의 한바탕 놀이등의 해인사 수련중 제일 빡센 일정이 잡혀져 있었다.
1080배참회 기도때 참회합니다를 맘속으로 외치니 눈물이 가슴저 깊은 곳에서 밀려올라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땀에 눈물에 범벅이 되었었다. 저녁때 수계식은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되었으며 율원장스님의 반야심경 독송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 들을수 없는 감동적인 울림이었다. 1080배의 참회기도 후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마애불 참배 후 계곡 물놀이와 수박파티는 그동안의 힘든 과정을 함방에 날려 주는 시간이었고 너무 힘이 들어 4박5일 동안 채식에, 소식에, 살이 3킬로나 빠졌었다. 그 이후 수련동문회의 정기모임에 참여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수련회 자원봉사, 해인사의 각종행사에 봉사자로 도반들과 함께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