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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가족이 되게 해 준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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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선혜담┃창원 거주 2015년 08월 402호
\"그날이 그날 같아요.\"란 말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저와 남편은 한국 불교의 고갱이라 불리는 해인사에서 여러 법우님과 함께 스님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기도하는 1박 2일의 수련 동문 법회를 위해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을 바라보며 생활합니다. 이런 질 좋은 기다림은 2년 전 해인사 여름 수련회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 삶을 행복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해준 감사한 계기입니다.

2013년 6월 어느 날, 남편과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다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아 해인사 수련회를 신청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찾아올 불청객의 존재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모른 채였지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서를 내고 수련회를 기다리던 중 반갑지 않은 손님이 덜컥 제 허리를 붙잡았습니다. 금방 사라질 줄 알았지만 이번 요통은 어찌나 질긴지 떠날 생각을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수련회는 다가오는데 이 일을 어쩐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 의사 선생님께 의논을 했더니 다음에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올해 가지 않으면 다음에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것 같았지요. 일체유심조.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했던가요.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예정대로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기다리던 수련회 날이 밝았습니다. 언제 왔다갔는지 기억도 희미했지만 친절한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가야산에 잘 도착했습니다. 걱정과 설렘이 함께하는 마음으로 보경당에 들어서 삼배로 부처님께 인사 올리고 습의사 스님께도 인사를 드렸습니다. \"휴가는 안 가고 왜 여길 왔느냐?\"는 스님의 말씀에 절이 좋아 왔다는 대답과 건강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리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사찰 예절과 절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을 시작으로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발우공양, 해인사의 부속 암자인 원당암, 지족암, 희랑대, 백련암의 순례, 참배객과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놓기에 충분했던 일주문에서 수다라장까지의 삼보일배와 마애불 참배 등등. 사찰이 아니고서는 체험할 수 없는 프로그램과 함께 4박 5일이 휘익 지나가 버렸습니다. 집에서 프로그램을 보고서는 새벽 세 시에 기상이라니 잠 많은 내가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니 힘들다는 생각도 없이 번쩍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도반의 소중함을 천 마디 말보다 농도 짙은 한 번의 경험으로 깨우친 셈이지요.

2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요한 새벽에, 예불을 마친 후 좌복을 들고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성철스님 사리탑으로 갔습니다. 여름의 한복판이었지만 더위는 자취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좌복에 앉아 참선을 하는 동안 제대로 참선을 해본 적이 없는 저는 저린 발과 그 때마다 더 아픈 것 같은 허리에 마음이 쓰여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머릿속이 복잡해져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선하세요.\"라는 스님의 말씀이 어찌나 반갑던지. 불편함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얼른 자리에 누웠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를 찾아온 것은 단순한 신체의 편안함만이 아니었습니다. 무심코 바라본 하늘. 희뿌연 어둠으로 어지러운 도시의 하늘이 아닌 툭 치면 금세 쏟아져 내릴 듯 별빛 가득한 하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마음이 조급해져 열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파란 하늘에서 쏟아질 듯 별이 반짝이던 해인사의 그 새벽을 떠올려 봅니다. 이 또한 천 마디 말보다 농도 짙은 또 한 번의 경험입니다.

유서쓰기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말은 들었지만 직접 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는 이르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나왔던 일 중 가장 힘들었던 일부터 떠올라 첫 문장 시작도 하기 전 눈물부터 나왔습니다. 단단하지 못한 마음을 본 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남은 삶의 방향을 세워본 것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라 느꼈습니다.

해인사에는 수련회만큼이나 좋은 것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해인사의 자연과 해인사 그 자체입니다. 아름드리 잘 자란 나무, 계곡의 깨끗한 물과 바위들, 맑고 신선한 공기와 해인사만의 청정한 기운은 복잡한 마음을 사라지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또 학인스님들의 경건하면서도 힘찬 예불소리는 법당 가득 울려 퍼져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에너지를 단숨에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걱정으로 시작했던 수련을 무사히 마치게 도와주신 스님들의 배려, 서먹한 눈길로 시작해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또 나누었던 참가자들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해인사를 찾을 때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한때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수련 동문 법회로 이어져 온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이제 해인사를 가면 오랜만에 제 집을 찾아온 듯 편안합니다. 이것은 4박 5일간의 시간을 지나오며 제가 해인의 가족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