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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하는 마음이 있어 총림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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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2015년 07월 401호
2차 세계대전 후 평화를 기치로 세우며 UN이 설립되었는데, UN헌장 전문前文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인간의 마음에서 전쟁이 시작되므로 평화의 보루도 인간의 마음 안에 세워야 한다.”스리 담마난다 스님은 위의 내용이 법구경의 첫 게송과 의미가 같다고 자신의 저서 <불교이야기>중‘전쟁과 평화’의 장에서 밝힌 바 있다.

마음이 모든 일의 전조네
마음이 주인 도와 모든 일을 시키니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뒤따르니
수레바퀴가 황소 발굽을 뒤따르듯이

법구경과 같은 가르침은 경전에 수없이많다.“미움으로 미움을 종식시킬 수 없고,오직 사랑으로만 그것을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법구경 제5게송> 경전의 가르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그것이 합당하기 때문이며, 인간과 세상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르침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읽었다고
해서 현실에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사무쳐야 한다. 공의 도리를 깨달음으로써 법은 나와 세상에 이로워지는 진리가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때론 석가모니 부처님과 역대 조사님들의 가르침이 비현실적이라는 회의에 젖기도 한다.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시작했으니 내일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홀로 사는 것도 아니고, 인식의 차이가 있고, 열정의 크고 작음이 있다. 습에 이끌리기도 하므로 나아감과 퇴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시 담마난다 스님의 한 말씀을 인용해 본다.“너그러워지려면 우리 마음속에서 분노와 질투심이 우세해지게 내버려두지 말아야 합니다. 부처님은‘그 어떤 적도 자기 자신의 탐욕과 분노와 질투심만큼 우리를 해롭게 하지는 않는다’<법구경 제42게송>라고 말씀 하십니다.”
어느 날 군대의 장군인 싱하(Sinha)가 부처님께 가서 말했습니다.“오, 복 받으신 분이시여! 저는 군인입니다. 부처님은 정당한 이유 때문에 벌어진 전쟁을 포함해서 모든 투쟁·분쟁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십니까?”부처님께서 대답했습니다.“삶이란 모두 일종의 투쟁이기 때문에 투쟁은 존
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진리와 정의에 역행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스스로 더 위대하고 아니면 더 강력하게 혹은 더 부유하게 또는 더 유명하게 만들려고 하는 이기심에서 투쟁하는 사람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와 진리를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은 큰 보상을 받게되고, 심지어 패배할지라도 승리로 여겨지게
될 것입니다.”-<불교 이야기>에서 인용-UN헌장 전문의 첫 문장과 법구경, 담마난다 스님의 말씀을 인용한 것은, 최근 해인총림의 어수선함 때문이다. 제방의 많은 이들이 염려했고, 낙담하기도 했다. 해인총림은 한국불교의 중심임은 물론 동아시아 선불교의 고갱이 같은 곳이다. 그래서 마음이더 아팠을 것이다. 다행히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화합을 위한 모임과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얼마 전‘경청敬聽’이란 단체가 출범했다. 이 단체의 창립선언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없다”고 했다.“문제 해결의 주체는 결국 시민이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뿐 아니라 시민의 지혜로 완성된다. 우리 사회는 시민의 지혜가 절실하다.”십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오랜역사 속에서 숱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한국인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공존과 상생을 지향하는 화쟁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화쟁은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다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다툼으로써 공존과 상생의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경청하려면 마음이 열려야 한다. 마음을 열자는 호소이며, 화합은 상대의 말을 듣는 것,그냥 듣는 게 아니라 공경심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청은“앞으로 우리 사회에 진정한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시민의 지혜를 함양하고자 단체를 창립하게 됐다. 다툼과 이견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다투되 평화롭게 다투고 다툼을 통해 더 큰 공동의 선을 만들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나아가겠다”면서 △시민의 지혜를 모으는 공론의 장
△세대·성별·계층 간 공감과 소통의 마중물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에 대한 관심 등을 앞으로의지향점으로 제시했다.
‘경청’에 참여하는 분들의 면면을 보니 관심이 더 간다. 초대 이사장은 정성헌 한국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 맡았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가 상임이사를 맡아‘경청’을 실제적으로 이끈다.
‘경청’창립식 날,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도 있었다. 대화와 경청에 대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잣대와 타인을 바라보는 잣대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응답자의 52%는 자신이 대화나 의사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대화나 의사소통을 잘한
다고 답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67%는 자신이 경청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경청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7%에 그쳤다.‘나는 잘 하는데 네가 문제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함정에 빠지는데, 여기에다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더해지면 큰 싸움으로 번져 끝내 험악해지는
게 중생살이의 일상이다. 우스갯소리로, 입은 하나, 눈과 귀는 각각 둘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정답은,잘 보고, 잘 읽고, 잘 들은 후에 비로소 말해야 한다는 것.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뻔한 답 속에 깊은 이치가 들어있다.
총림이 아름다운 건 화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래 되어 고풍스런 미를 지닌 전각도 아름답다. 아침 해를 맞아 눈뜨는 산사의 새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외형의 모든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은 승가의 화합이 있기에 그렇다. 해인총림이 자랑스러운 것은 올곧은 정진을 향한 수행자의 위의와 스님들을 이어주는 화합심이 있었기에 그렇다.“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 숲이 아닌가”광화문 교보빌딩 벽면에 크게 걸린 그림판에 걸린 글귀인데, 정희성 시인의‘숲’이라는 시의 몇 구절이다. 그렇다. 우리는 한 그루의나무이면서 울창한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