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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꼭꼭 숨어도 왜 술래가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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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5년 07월 401호
어느, 날 좋은 금요일 아침이었다. 한 학기의 종강을 앞두고는 늘 깨끗하게 씻고 머리도 곱게 빗고 기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그날 아침은 뭔가 모르게 분주하였다. 강의하러 가기 전 대충 가방 안을 살펴보는데, 앗! 외장하드가 없다. 강의할 때마다 관련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여주는데, 모든 강의 및 5년간의 연구 자료, 심지어는 일기까지 다 담긴 외장하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기억을 더듬어 갔다.‘그 외장하드는 강의 때만 쓰기 때문에 강의실이 아니고는 꺼낼일도 없으니 분명 강의실에서 잃어버렸을 거야! 오늘로부터 가장 최근의 강의는 딱 일주일 전 금요일? 외장하드를 잃어버렸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가 지나버렸네? 이레가 지나버렸다! 대체 뭘 했던 거지?’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매일 쓰는 일기파일을 열었다. 일주일 동안 일기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일기를 쓰지 않았던 것조차 모르고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내게서 숨어버린 건 과연 외장하드뿐이었을까?
또 서둘러 학교로 가서 강의실 곳곳을 살펴보고 분실물 센터에 문의도 해보았다. 학교 게시판에 글도 올려보고 수강생 전원에게 연락도 취해봤지만, 나의 외장하드는 꼭꼭 숨었다. 나의 일주일도 꼭꼭 숨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내가 종일 찾아 헤매었던 건 과연 외장하드뿐이었을까?
방 안에 가만히 앉았다. 곰곰이 살펴보려고 앉았다. 내게서 숨어버린 것, 그리고 내가 종일 찾아 헤매었던 것은 외장하드가 아니었다. 내 잃어버린 일주일이고, 놓쳐버린 마음이었다. 그렇다, 방심함이라는 녀석이 숨겨버린 내 마음자리였다. 깨어 있지 않았기에, 방심이라는 녀석이 걸어 잠근 방에 갇혀 있던 내 마음. 그것도 모르고 흘러갔던 내 잃어버린 일주일.
외장하드는 새로 구입하면 될 일, 연구 자료는 컴퓨터에서 다시 옮기면 될 일, 강의를 위한 영상 파일은 인터
넷 사이트에서 다시 다운받으면 될 일이었다. 조금의 돈과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해결될 일이기에 호들갑떨 일은 아니었다. 다만, 숨으라 한 적도 없는데 내 마음 숨겨버린 방심함이라는 녀석이 그저 미워서, 그 녀석의 주인이‘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어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던 며칠간의 내 마음모양새가 참 못나보였을 뿐이다. 방심함과 방심하지 않음(깨어 있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구경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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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ṭṭhānen\'appamādena saññamena damena ca
웃타네납-빠마데나 산냐메나 다메나 짜
dīpaṃ kayirātha medhāvī yaṃ ogho nābhikīrati.①
디빵 까이라타 메다위 양 오고 나비끼라띠

지혜로운 이는 노력과 깨어 있음, 절제와 단련으로
홍수가 휩쓸지 못하는 섬을 만들어야 한다.②《법구경 25》

pamādam anuyuñjanti bālā dummedhino janā
빠마담 아누윤잔띠 발라 둠메딘노 자나
appamādañ ca medhāvī dhanaṃ seṭṭhaṃ va rakkhati.③
압빠마단 짜 메다위 다낭 세탕 와 라카띠

어리석은 자들과 무지한 범부들은 방심함에 빠진다.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깨어 있음을 최고의 보물처럼 지킨다.④《법구경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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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uṭṭhānen\'appamādena: 노력과 깨어있음으로. saññamena: 절제로. damena: 단련으로. ca: 그리고. dīpaṃ: 섬을. kayirātha: 만들어야 한다.
medhāvī: 지혜로운 이는. yaṃ: ~하는. ogho: 홍수가. nābhikīrati: 휩쓸지 못한다.
② 발행불방일發行不放逸 약이자조심約以自調心 혜능작정명慧能作錠明 불반명연중不返冥淵中 (한역법구경)
③ pamādam: 방심함에. anuyuñjanti: ~에 빠진다. bālā: 어리석은 자들은. dummedhino: 무지한. janā: 범부들은. appamādañ: 깨어있음을. ca:
하지만. medhāvī: 지혜로운 이는. dhanaṃ: 보물. seṭṭhaṃ: 최고의. va: ~처럼. rakkhati: 지킨다.
④ 우인의난해愚人意難解 탐란호쟁송貪亂好爭訟 상지상중신上智常重愼 호사위보존護斯爲寶尊 (한역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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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들은 법구경 제2장‘방심하지 않음(Appamāda)’편의 시들이다. appamāda는 방심하지 않음, 깨어 있음, 주의 깊음, 성실함 등을 뜻하는데, 방심이라는 뜻의 pamāda에 부정접두어 a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위의 해석에서는 깨어 있음으로 번역을 하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방심하지 않음’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다. 깨어 있음이라는 독립적인 단어가 아닌,‘방심’이라는 단어의 부정어이기 때문에 깨움의 소리가 훨씬 더크게 들린다.

내가 술래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버린 일주일, 찾는 이 없이 버려졌던 내 마음, 이제 촉각을 곤두세우고 찾아야지! 보인다, 찾았다!“요기 숨어 있었네!”외장하드는 결국 못 찾았지만 일주일간 버려두었던 내 마음은 찾아냈다. 어쩌면 최고의 술래가 되는 것보다 술래할 일이 없는, 숨바꼭질할 일이 없는 것이 방심하지 않고 제대로 깨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마음의 벽에 두 손과 얼굴을 대고 눈감고 외쳐본다.“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그러고는 뒤돌아본다. 내가 찾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