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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의 사월초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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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지우┃영월 무이암 2015년 05월 399호
이젠 사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며칠 전 본사에 은사스님 뵈러갈 때엔 아직 두릅이 싹을 터뜨리지 못하고 청매와 홍매도 봉오리를 머금고 있었는데, 며칠 후 돌아오니 벚꽃이 다 지고 연초록 산빛으로 빛나던 남녘의 산하와는 달리, 영월 산골인 여기 계곡은 이제사 벚꽃이 만발하여 개나리, 참꽃 함께 어우러지고, 두릅도 싹이 트고, 홍매 청매도 한껏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연못이 얕아 동안거 해제하고 돌아오면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염려했었던 금붕어 한 쌍도 어리연꽃과 개연꽃이 푸른 잎을 내밀고 있는 사이로 유유히 노닐고, 조석으로 물 먹으러 오는 고라니 세 놈과도 아무렇지 않게 벗하며 살고 있는 모습이 참 대견한 산골 오지 토굴이다.

지난해 초파일이 엊그제 같은데 한 달 후면 또 부처님 오신 날이라니, 벌써 해제하고 두 달이 지나가고 초파일이 끝나면 또 하안거가 시작된다 생각하니 세월의 신속함에 사뭇 두렵기도 하다.
시은의 은혜도 스승의 은혜도 정진의 힘으로 존재계에 회향치 못한다면 어디다 다리를 뻗을 것인가?
670m 산중턱에 혼자 사는 수행과 쉼터공간이고 마을도 8km 계곡을 따라 띄엄띄엄 15가구 정도가 펜션을 운영하거나 주말농장을 하며 살고 있다.
대부분 기독교인과 천주교인들 마을이라 도라지 엑기스나 마 한박스 사들고선“부처님오신날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성당 신부님의 축하 메시지와 작은 정성들을 부처님전에 올리며 묵념을 하시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다.
안젤라와 엘리지오님, 마리나와 스테파노님, 시몬님과 벨라뎃다님, 데레사와 방지거님, 아가다와 분도님,
띨라님, 요한님, 이장님, 반야성 보살님과 무심 거사님등 마을 주민들과 교회 권사님 성당교우님들께서 오셔서 비빔밥 한 그릇 발우에 담아 공양과 차를 대접하는 것이 토굴의 유일한 일년 행사인 부처님오신날이다.
진여자성을 철견하는 견성을 논하지 않아도, 가난했던 난타여인의 머리카락 공양으로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혀 공덕을 지음을 말하지 않아도 다만 이웃과 더불어 앞산을 바라보며 서로 손잡고 인사 건네며 토굴에 모여 기독교 천주교 불교를 관계치 않고 성인의 태어나신 날을 축하하며 감사하는 작은 마을의 잔치일 뿐이다.
때론 재너머 두산리 피부과 전문의이신 마지아님 께서“향심”을 클라리넷으로 연주해주시기도 하시
니“우리끼리 함께하는 작은 축제”인 셈이다.

올해는 비포장 도로인 토굴 진입로 구간 포장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초파일 전에 설계와 포장이 마무리될지 조금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마을의 팔순 고령이신 데레사님께선 만날 때마다 두 손 꼭 잡으시고 작년엔 못 갔지만 올해엔 꼭 오시겠다면서 은근히 기둘리시니 여간 감사한 것이 아니다.
종교는 다르지만 비구니 스님 혼자 뎅그마니 산중에 산다고 마을 어르신들께서 걱정도 해주시고 간장과 된장도 주시곤 한다.
특히 늘 보살펴주시는 엘리지오님과 안젤라님 내외께선 여름철 풀베기와 겨울철 물관리도 수시로 해주시니 감사한 맘 뭐라 표현키 어려울 때가 많다.
뭣보다 이리“부처님오신날”을 기둘려 주시니 시골의 인심이 참 좋고 오가는 정이 다정도 하다.

자기 마음을 닦아 그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 님께서 오신 뜻이겠지만 한 세상 이리 이곳에서 다른 종교로 만났더라도 각자 자기의 등불을 켜고 자기의 길을 가는 것, 그 길이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할 수 있을때 더욱 빛나리라.
문득, 예수님도 마리아님도 불보살님의 화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2+2=4요 4+4=8이라는 뜻이
이(2)해 하고 이(2)해 하는 게 사(4)랑이고
사(4)랑 하고 사(4)랑 하면 팔(8)자도 바뀐다는 넌센스 퀴즈처럼 가족, 친구, 이웃, 동물과 자연과도 이해하고 사랑하며 사랑 넘치는 팔자로 바꾸어서 그런 더불어 함께하는 기쁜 나날이길 발원해본다.
항상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지 않고 자신의 허물을 보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증애의 맘을 놓고 변화무쌍한 사물과 마음들에 연연하지 않고 고정된 실체를 떠나 스스로 깊이 매사에서 자신을 반조해서 몰입해 가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이리라.

아침마다 곤줄박이 데크앞으로 먹이사냥 오느라 분주하니 땅콩도 더 갖다 놓아야겠구 눈망울 선한 고라니와 가끔 들르시는 노루님 위해 좋아하시는 열무를 올해도 따로 더 심어두어야겠다.

해 지는 토굴엔 음악이 흐른다.
늙은 소나무에 송골송골 달린 솔방울 음표에 맞춰 둥지로 돌아온 새들이 우짖고 마치 데이비드 란츠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듯 매화, 금낭화, 메발톱꽃, 윤판나물, 제비꽃과 동강 할미꽃 등도 온몸으로 흐느끼며 긴하루를 내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