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절대적으로 크고요즘 내가 하는 말이다.
처음 해인사에서 ‘화엄경 80변상도 사불’이라는 말을 듣고 ‘저걸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면서 조금 무서웠다. 그림 속에 나오는 불,보살들을 내가 그린다는 것이.. 그런데 ‘정 기도를 해서 우리 큰 애 대학합결을 발원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니 한번 해보자 싶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기도를 시작하고 6시에 큰 애를 깨워서 밥먹이고 학교 보내고 이렇게 2년을 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수능 날은 장경판전에서 난생 처음으로 1580배를 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겨우 내려 왔다. 대구에 도착하니 아이의 얼굴이 영 밝지가 않았다. 가족 모두 저녁 약속을 해서 밥을 먹는대도 편치 않았다. 시험성적이 발표났다. 큰애가 원한 연세대는커녕 정시 내기도 쉽지 않았다. 큰애는 정시도 안내고 기숙학원으로 재수하러 가겠다고 하면서 보내달라고 했다.
3년 내내 일요일도 없이 공부만 한 아이였는데 또 공부를 하러 집을 떠나서 경기도로 간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지면서 부처님도 원망스럽고 사불한 것도 꼴도 보기 싫었다. 그때부터 기도를 안했다. 사불한 것은 해인사에 회향했다. 큰애는 기숙학원 가서 너무 적응을 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다. 나는 다시 금강경이나 읽어보다가 초하루면 절에 가고 그냥저냥 지냈다. 그러던 7월 말쯤에 큰애가 방학이라서 며칠 온다고 전화왔는대 기숙학원 생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일단 집으로 내려왔다. 그때부터 꿈에 화엄변상도가 보였다. “정답이 다 체크되어 있는 시험지로 된 80화엄변상도” 나는 아이와 이야기 한 후 하루 재우고 그 다음날 바로 차에 태워서 경기도에 있는 기숙학원에 내려주고 오대산 상원사로 갔다. 문수보살이 계신 도량이라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상원사에서 혼자 기도하고 쉬고 있는대 옆방 보살님이 스님께 인사시켜 주신다해서 만나 뵙고 꿈 이야기를 했더니 다시 사불을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구로 내려오자마자 해인사로 갔다. 사불을 다시 사서 새로 시작했다. 기도하다가 자기도 하고, 다시하려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도 욕심이 앞섰다. 수능 만점을 발원했으니. 사불만 하면 만점을 받을 거라 생각 했으니.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러하리라. 내아이가 합격하기를 원하는 대학에.
또다시 수능 날이다. 2014년 11월 7일.
큰애는 국어를 모의고사에서 10번이나 만점받던 아이가 몇 개나 틀렸다. ‘아!’
‘부처님 제 기도가 부족했나요?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나요?’ 원망과 투정 섞인 나의 한숨 소리. 일단 수시를 기다려 보기로 하고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12월 6일 발표날. 선발도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 우리가족은 발표날 아침에는 모두 말이 없었다. 저녁 5시쯤 호텔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큰애가 “엄마 나 이화여대에서 문자왔어” 그때서야 우리는 웃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딸이이 때문에 매일 기도하고 108배하고 절에 다니고 한 것들이 나를 위한 기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만나듯이 화엄경 사불 속에서 불보살들을 만나면서 나의 뾰족한 성격도 많이 없어지고, 나를 다스릴 줄 알게 되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화엄경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통만법通萬法 명일심明一心” 만법을 하나로 통해 일심을 밝힌다. 80변상도를 마치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지금 이 깨달음을 좀더 알았더라면 더욱 정성스럽게 했을텐대하는.
다음 기도는 화엄경 사경을 한다고 하니 또 열심히 내 마음을 잘 다스려 기도해야 겠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대방광불화엄경. 청정법신비로자나불. 옴 아비라 훔캄 스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