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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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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편집실 2015년 02월 396호
큰스님포행하시는 사진 촬영을 위해 해인지 작가 설연화 보살과 이형준 작가 두 분께 부탁을 드리고 스님께도 허락을 맡았다.
포행코스는 점심공양 후 퇴설당에서 출발해 마애불 중간 집수장을 돌아 내려오는 50분가량 의 코스이다.
스님과 시자, 내가 함께 출발하였다. 작가 두 분이 스님의 이동 동선을 따라 분주히 이동한다. 큰스님은 이 길을 수년째 같은 시간에 걸어가고 계신다. 늘 오가는 길이라 그런지 90 노구에도 민첩하며 빠르시다. 젊은 우리도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사진을 담당한 작가분은 미리 가서 좋은 촬영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포행 하는 길 중간 지점에 반듯한 돌이 놓여있다. 그곳이 늘 쉬는 지점이다. 집수장 반환지점에서 한 번 더 쉬고 바로 내려오신다. 내려오는 길은 쉬는 곳이 없다. 이렇게 50분간의 포행을 마칠 때까지 한 말씀도 안하셨다. 함께 가는 스님도 시자도 작가도 번거로운 것은 피했다.

포행이 끝나고 퇴설당에서 시자스님과 차를 한잔 했다.
작가가 묻는다.
“스님이 걸음이 왜 이리 빠르세요?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시자가 답한다.
“오늘은 천천히 걸으신 겁니다. 사진 촬영한다고 스님께서 배려해서 일부러 천천히 걸으신 것 같아요. 평소엔 두 배로 빠르십니다.”
늘 말씀이 없이 침묵으로 보여주시는 큰스님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스님을 모시고 함께 걸은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오래된 미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