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당道林堂 법전法傳 대종사 영전에 삼가 향을 사르고 삼배를 올립니다.
중생衆生을 요익饒益케 하고 구제하는 것은 부처님 서원誓願이요
다툼을 통합統合하여 일미一味를 이루게 하는 것은 다스리는 자의 본원本願 입니다.
지난 2004년 법전 종정 예하께서 내리신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어 입니다. 당시에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을 때 굳게 닫힌 국민들의 마음문을 열어주신 큰스님의 감로법문 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갑오년 동안거 결제법어를 통해‘수행이란 산을 만나면 묵묵히 길을 내는 일이며, 물을 만나면 말없이 다리를 놓는 일’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이처럼 홀연히 세연을 접으시니 국민들과 사부대중의 황망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큰스님께서 안거 때마다 대중을 향해 주장자를 내리치면서‘제대로 공부한 사람 누구 없는가!’라고 경책하셨던 사자후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14세에 푸른 산빛을 깨치고 산문에 들어오셔서 70여년간 백척간두의 용맹정진을 통해 한국불교 법통의 상징인 종정에 오르신 대종사께서는 평생 외국여행은 고사하고, 비행기로 제주도를 세 번 가신 것이 전부일 정도로 청빈 납자의 표상이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선가禪家의 출중한 수좌로서 오십여 안거를 성만하시는 와중에서도 종회의장과 총무원장, 원로의장 등 종단 요직을 두루 역임하시어, 종단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사무애理事無碍를 실천해 보이셨습니다.
법전 대종사시여!
‘절구통 수좌’라 불리우신 큰스님은 11대와 12대 종정의 대임을 마치신 뒤에도 해인총림 방장으로서 제방의 납자들을 제접하시며 화두참선을 한시도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처럼 구십 성상을 올곧게 두타행頭陀行을 실천하시다가 적멸의 큰 가르침을 시현하신 큰스님은 가히 우리 시대의 수승한 선지식이셨으니, 오늘 가야산을 가득 메운 사부대중의 애석함을 어찌 형언할 수 있겠습니까.
법전 큰스님!
지금 우리 불교는 안팎으로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부대중은 큰스님께서 마지막 결제 법어에서 펴신‘수행이란 산을 만나면 길을 닦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것’이라는 크신 가르침을 받들어 진정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종도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의 길로 나서리라 새삼 다짐해 봅니다. 수미산須彌山을 발아래 두고 향수해香水海를 가슴에 품는 마음수행으로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신 큰스님의 법은法恩을 화두 삼아 참회정진의 당간을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부디 큰스님께서 지혜의 등불로 밝혀 주소서.
도림당 법전 대종사 각령覺靈이시여! 큰빛으로 다시 오소서!
불기 2558(2014)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