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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海印寺 원주실院主室 주련柱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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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굴深蛇窟 - 수월 권상호 2014년 12월 394호
경경구무아境境俱無我 경계境界마다 한결같이 무아로다.
이통천지비理通天地秘 이치는 천지의 비밀과 통하고
도전성현미道全聖賢微 도는 성현의 미묘함까지 갖추었네.
백설화운도白雪和雲搗 백설은 구름과 함께 방아를 찧고
단하대월서丹霞待月鋤 저녁노을은 달이 호미질하기를 기다린다.
온옥수지보縕玉誰知寶 쌓인 옥을 그 누가 보배인 줄 알리오
이란자유향移蘭自有香 옮겨 심은 난에서 절로 향기가 나네.
천고명명지天鼓鳴鳴地 하늘 북 소리 두둥둥 땅에 울려 퍼지니
사린취도량四隣醉道場 사방의 도량이 술에 취한 듯하구나.
덕성언내립德成言乃立 덕을 이루면 말씀에 이치가 서고
의재리사장義在利斯長 의로움이 있으면 이익이 쌓인다.
장고금학술藏古今學術 고금의 학술을 간직하고
처천지정화處天地精華 천지의 정화에 거처한다.
자해능공국煮海能供國 바닷물 끓여 나라에 이바지한다.

이달에는 모두 14구로 짜여 있는 원주실의 주련 내용을 옮겨 보았다. 1구와 14구는 대구 없이 독립적인 내용
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의 12구는 모두 대구로 이루어져 있다.
첫 구에서는 수행 중 부딪히는 많은 문제, 인과因果에 따라서 수시로 나타나는 모든 경계에서 자신의 존재까
지 잊어버리는 무아無我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구에서는 바닷물을 달여 소금을 만들어 국가에 봉공하겠다는 호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자
해煮海는 인위人爲가 아닌 무위無爲의 큰 작용을 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간의 내용은 깨달음에서 오는 법열法悅을 노래하고 있다. 천지의 이치와 성현의 도를 깨달은 뒤에 오는 긍
지와 자부심,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경계가 무너지고 시간의 구속을 벗어난 우주의 절대 자유를 찬불하고 있다.
청정무구淸淨無垢의 경계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