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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팀장 추영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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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선우海印善友 - 무구 2014년 11월 393호
깊은 가야산골 가느다란 길 위에 노랗고 바알간 잎사귀들이 나려 앉는다. 나무와 어울려 함께 했을 시간들을 입고서.
홍류동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햇살에 더욱 익어가는 해인사 가을빛을 담으려는 사람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홍류동 매표소에서 어느 부서보다 치열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매표소 팀장 추영식 님을 만났다.

‘40년 전 여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해인사를 찾았다. 신부락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서 밀물과 썰물처럼 인파의 흐름이 이어졌다. 당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움직였던 터였다. 스무 살의 한 청년도 밀물처럼 들어와 사십년을 지냈다. 지인의 볼일을 대신 봐주러 왔다가 지금까지 지냈다. 이곳에서 병약한 체력은 치유될 것같았다. 맑은 공기와 산들, 환경이 마냥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돌아갈 곳을 잊어버린 것일까. 어느 한 식당에서 무상으로 일하며 지냈다.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힘든 것도 모르고 지냈다. 이곳에서 지낼 수만 있다면 다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고향이었다.
사하촌寺下村에서 주어진 일은 주어진 대로 해나갔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참 착실한 사람’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한 인연들을 맺어 가면서도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며 추영식 님의 지인께서 말씀하신다. 아직도 은인으로 생각하는 분에게는 잊지 않고 제사상에 올릴 술을 준비해 오신다고 하셨다. 세월이 지나면 고마움도 잊혀지기 쉬울 텐데 말이다. 사람들의 눈에 든 그러한 착한 심성 덕분인지 7년이 지나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졌다.

‘우렁각시’
하숙집에서 머무르며 지내는데 어느 날 하숙집 주인의 조카가 놀러왔다. 갓 스무살인 아가씨는 첫눈에 그만 27살 청년이 마음에 들어와 버렸는지 일을 다녀오면 방 안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싶었는데 그 아가씨가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쑥스러워하시며 그을린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1남 1녀를 두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처가가 있는 진주로 부인과 아이들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지금은 주말부부로 지내신다 하신다.

“그렇게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없어요”
인터뷰 내내 과묵함으로 일관하시다가 적막감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말을 재밌게 할 줄 모른다며 쑥스러우신지 전해드린 질문지를 만지작거리신다. 지금도 자녀들에게 무언가 충고를 하려해도 말이 입 밖에 잘 나오질 않는다고 하신다.“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끝맺으신다. 가정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렸더니 일언지하에“그렇게 나쁜 일도 좋은 일도없어요. 크게 어려운 일, 크게 좋았던 일도 없이 평탄했던 것 같아요.”그렇다. 오히려 별일 없는 것이 다행인지도.

‘해인사에서의 17년’
마을사람들의 소개로 해인사 일은 시작되었다. 기와불사, 통제소, 주차장관리, 영선부까지 거쳐 지금의매표소 업무는 4년 전부터 고정적으로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등산객이며 방문객이 사철 중 절정인 때라 업무는 더욱 바쁘고 치열하다. 그중 끊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씨름이 업무의 고충 중에 제일 크게 자리한다. 등산객들, 비불자, 신부락에 있는 식당 가려는 관광객들 에게 해인사를 방문하지 않아도 내야 하는‘문화재구역 입장료’가 부당하다는 방문객들과 매표소팀은 언제나 속앓이 중이다.

‘문화재구역 입장료’
얼마 전 해인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어느 게시글 한 편이 올라왔다. 문화재관람료의 부당성을 논한글이었다.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표소에 재직하시는 종무원 분들의 고충을 조금만이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조계종신도증을 발급받은 경우에는 이후에도 지참하시면 된다. 그래도 이런‘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두고 아직도 분분한 쟁점이다.
기본적으로 문화재는 소유자가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다고 해도 그것이 국가 소유가 되지 않는다. 이
는 국립공원구역에 편입되는 사유지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여러 가지 행위제한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 그 소유권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는 문화재보호법 49조에 따라 문화재를 소유, 관리하는 자는 공개를 하고‘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징수방법, 위치, 요금 등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소유자가 자율적으로 징수하는 실정이다.
해인사 매표소 위치는 사적 504호 명승 62호지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매표소 위치에서‘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 하고 있는 것이다. 가야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좀더 유쾌하고 즐거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이해가 되길 바란다.

해인사를 지나 마애불 가는 길은 바람들이 더해지고 짙어진 길이다. 바람결에 나리는 잎사귀는 스쳐 지나가고 서로를 덮고 덮은 푸근한 길에 족적 하나 더한다. 사각사각. 겨울로 향하는 바스라져 가는 가을의 소리가 들린다. 가다가 두 갈래 길을 만나면 길을 읽어 지나고, 희미한 길을 만나면 누군가가 매어놓은 등을 찾아 또 지난다. 물길을 만나면 자연스레 어우러진 징검다리를 딛고, 돌이 만들어놓은 길에서는 돌을 내딛으며 오른다. 그러다 유독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는 돌을 딛는다. 그 바위와 돌들이 그저 그렇게 묵묵히 있어주었기에 누군가의 바람이 오르내릴 수 있었으리라. 그저 있었을 뿐인데 스스로 빛나고 있다. 휑해진 나뭇가지에는 햇살이 채워지고. 그렇게 햇살을 입은 나목은 겨울에 더욱 빛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