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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소중해 지는 그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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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4년 10월 392호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틀간의 인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어제 저녁이었다. 조용한 동네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라는 걸 짐작하게 하는 앳된, 어미를 찾는 울음소리였다. 슬쩍 나가보니 집 앞 골목길 전봇대 근처에서 세상으로 나온 지 두어 달 쯤 돼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집에 가서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우고 달걀 프라이를 하나 해서 가져가보았다. 희한하게 울음을 그치고 잘 먹어서 발길을 돌리려고 하니 또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기서 마음을 줘버리면 안 돼. 그냥 가자.’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와버렸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동물을 키우면서 또는 잃어버리게 되면서 느껴본 감정들이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으로 배운 것들이 있기에 마음 주지 않으려고 다짐하며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아침이 왔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깨버렸다. 나도 모르게 우유를 데우고, 아껴두었던 소고기 장조림을 챙기고 있었다. 다행히 장조림이 짜지도 않고 말랑말랑했다.
나가서 어디 있나 봤더니 이제는 내가 사는 원룸 건물 앞 화단, 작은 나무 아래에 앉아있었다. 처음엔 경계를 하더니 음식을 주니까 금세 와서 열심히 먹었다. ‘요놈을 어떡하나.......’ 또 고민이 되었다. 내가 사는 원룸 위층에 주인이 살고 있고, ‘원룸 준수사항’이라고 크게 벽에 써 붙여 놓은 항목 중 하나가 “애완동물 사육 금지”이다. 데리고 가서 키울 수도 없고, 설사 키운다고 해도 얽매이게 될 걸 알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밥을 계속 주자니 길들여질까 봐,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질까 봐 걱정이 되고, 밥을 안주자니 굶어 죽을까봐 걱정이 되고. 이런 잡생각이 많아지는 내가 또 걱정이 되어 머리 한 번 쓸어주지 않고 집에 돌아와 버렸다.
시간이 좀 흘러 오후가 되었다. 어째 조용하다 싶어 나가보니 화단에 앉아 눈 감고 자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자는 것만 같았다. 저 작은 생명에게도 먹을 것이 필요하고, 잠이 필요하구나... 어쩌다가 어미를 잃고 저렇게 혼자 떠돌아다니게 되었을까... 어미를 잃었다고, 배가 고프다고 쩌렁쩌렁 우는 바람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 감사했다. 더 정을 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혼자 그 작은 생명을 앞에 두고 온갖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나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법구경 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tasmā piyaṃ na kayirātha piyāpāyo hi pāpako,
따스마 삐양 나 까이라타 삐야빠요 히 빠빠꼬
ganthā tesaṃ na vijjanti yesaṃ n\'atthi piyāppiyaṃ.①
간타 떼상 나 빗잔띠 예상 낫티 삐얍삐양

따라서 소중한 것을 만들면 안 된다. 소중한 것과의 이별은 참으로 불행하다.
소중한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도 없는 이들에게 얽매임은 없다. ②《법구경 211》

법구경 총 26장 가운데 16장은 ‘사랑하는 것(piya)’에 관한 것이다. 빠알리어 piya는 ‘사랑하는 것/사람’, ‘소중한 것/사람’으로 해석된다. 어떤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소중히 여기면서 집착하게 되어 나 자신이 괴로워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마음이 가는 것을 가까이 하다보면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내 것이라 느끼면서 얽매이게 된다. 어느 날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잃게 되었을 때의 그 상실감은 또 어찌 하겠는가....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혹은 선지식이나 인생의 선배들을 통해 이러한 현상과 감정의 흐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열리게 되는 그 시작점에서 그 ‘알고 있는 지식’은 발휘가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음을 닫고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미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을 훗날 집착의 원인이라 여겨 당장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늦은 오후,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또 나가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주차되어 있던 차 내부에 들어가 혼자 울고 있었다. 그 차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나와 고양이를 구조하더니 아주머니가 그러신다. “어제 밤부터 자꾸 울어서 잠도 못 잤네요. 이 녀석은 어미를 잃었나보네요.” 그러더니 아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데려다가 밥도 주고 키울까?” 하신다. 고양이를 구조할 때 좁은 틈새로 머리를 잡을 수밖에 없어 “고양아, 미안하다.”라고 말하던 착한 청년이 선뜻 그런다. “좋죠.”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참 못났다는 생각을 했다. 온갖 고민만 하다가 고작 두 끼의 밥만 주지 않았던가. 혼자 그 작은 생명과 거리를 두면서 정을 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던가.
소중한 것, 사랑하는 것은 마음껏 소중히 하고 사랑하면 된다. 다만 때가 되면 놓을 줄 알면 된다. 보낼 줄 알면 된다. 그것이 진정 얽매임 없이 사는 길이다. 과거의 상처로 머뭇거리거나 경계를 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면 된다. 그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든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마음껏 사랑하되, 그 인연이 다하는 때가 오면 곱게 놓고 보낼 수 있으면 된다. 그 대상이든, 내 마음에서의 집착이든.
그렇게 나의 이틀간의 인연이 다하였다. 그리고 오늘밤도 이렇게 가을의 씨앗이 발아되며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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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tasmā: 따라서. piyaṃ: 소중한 것을. na: ~아니다. kayirātha: 만들어야 한다. piyāpāyo: 소중한 것과의 이별은. hi: 참으로. pāpako: 불행하다. ganthā: 얽매임은. tesaṃ: 이들에게. na vijjanti: 없다. yesaṃ: ~하는 이들. n\'atthi: ~없다. piyāppiyaṃ: 소중한 것과 소중하지 않은 것이.
② 시이막조애是以莫造愛 애증악소유愛憎惡所由 이제결박자已除結縛者 무애무소증無愛無所憎(한역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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