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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그 자리에 부처님이 자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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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이도흠 2014년 10월 392호
자식을 잃은 유가족이 단식을 하는 광화문 농성장 주변에서 일베들이 폭식을 하는 행위극을
하였다. 이는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광기가 아니었다. 그를 보며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기에 감히 헤아릴 길이 없다. 장난감 칼을 만든다고 부엌칼로 있
는 힘껏 나뭇가지의 껍질을 내려치다가 빗나가 그만 엄지손가락을 찍는 바람에 허연 뼈까지 드
러났을 때의 충격, 숨바꼭질을 하면서 술래를 피해 공사장에서 뛰어내리다가 대못이 고무신을
뚫고 발바닥을 푹 찔렀을 때의 고통,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절친의 죽음 등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아도 자식을 잃은 고통의 근처라도 갈까. 그런데 그들은 어찌 저리 태연하게 저런 야만을 저
지를 수 있을까. 대통령과 정권의 영향 탓도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스킨헤드족처럼 타인
의 고통을 경멸하는 이들이 조직화하고 문화화하는 기점이 된 듯하여 충격이 컸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것이 유마경의 가르침이다. 이를 종교적 당위나 윤리적 가르
침을 넘어서 설명하고 설득시킬 길은 무엇인가. 불교와 서양의 과학을 결합하여 설명해보련다.
연기를 깨달으면 크게 세 가지가 가능하다. 세상 만물이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상호작용하
며 서로 조건과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된다는 것, 그래서 만물이 모두 공하다는 것, 이를 알고 실
상을 직시하는 점이다. 인간은 존재(being)가 아니라, 서로 내뱉은 호흡이 대기의 미생물을 변
화시키고 그리 변한 대기가 동시에 다른 이들의 몸으로 들어가 그들의 몸을 변화시키고 다른 숨
을 내뱉게 하는 데서 보듯, 우리는 찰나의 순간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작용하고 만들어주는 상
호 생성자(inter-becoming)다. 그러기에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누구나 책임이 있으며, 이 고
통에 대해 관심과 연민을 가질 때 인간은 비로소 사회라는 중중무진의 관계다발 속에 있는 구
성원이 되는 것이다.
리차드 도킨스의 지적대로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는 유전자라는 이기적 분자를 보존하도록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생존기계에 지나지 않으며, 35억 년 동안 모든 생명체는 자기 유전자
를 늘리는 목적대로 생존하고 진화를 해 왔다. 인간 또한 타인의 것을 빼앗아서 자신이나 자신
의 유전자의 절반을 가진 자식이 잘되도록 행동한다. 하지만 리차드 도킨스가 놓친 지점이 있
다.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며 짐승과 뚜렷하게 차별성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수 조개의 유전
자 가운데 인간의 유전자는 침팬지는 물론, 쥐와도 99%나 일치한다. 하지만 1%의 차이가 쥐와
다른 인간을 구성한다. 이 차이를 만든 핵심은 사회를 형성하고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여 소통
하고 지혜를 전승한 것이다.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게 된 과정을 단순화시켜보자. 홀로 사냥을 나가서 한 달에 사슴 3마리
를 잡던 원시인이 10명이 짝을 이루어 사냥한 후 평균 40마리를 잡았다. 그러자 자신의 몫이 4
마리로 늘어났고 맹수의 공격도 협력하여 더 쉽게 막아내게 되었다. 10명이 짝을 이루면, 자신
의 생존만이 아니라 사냥감을 더 많이 획득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의 생존율 또한 높이
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하여 이타적인 행위가 자신의 이기적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것이 인간이 이기적 본능과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이타적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를 형성하게 된 동인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혈연선택이 아니라 집단선택과 개
체 선택이 얽혀있는 여러 수준의 선택이 인류를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가 결합된‘유
전적 키메라(genetic chimera)’로 만들었고, 인류는 유전자 수준에 새겨진 이기적 본능과 이타
적 본능의 길항 속에 살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숭이를 비롯하여 다른 동물에서도 발견되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인간은 사
회를 구성하면서 타인과 소통을 하고 협력을 하면서 뇌 속에 거울신경세포를 만들었다. 인간은
거울신경세포를 통하여 타인의 행위를 모방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
하며 더 나아가 타인과 협력한다.
캐나다의 교육자 메리 고든은‘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갓난
아기의 고통에 공감하는 체험을 한 교실에서는 괴롭힘이나 따돌림 현상이 90%나 줄어들었다
고 밝혔다. 이‘공감의 뿌리’에서 확인한 것처럼,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형성하
고 5,000년 동안 비약적인 문명의 진화를 하면서 거울신경세포를 발달시키고 타인의 고통에 공
감하는 능력을 몸 안에 담게 되었으며, 이는 모방, 학습, 체험과 참여를 통해 얼마든 신장시킬
수 있다. 그러니, 삶의 비밀이란 생존과 소유, 나만의 실존이 아니라 거울 공명하는 타인을 만
나는 것이다. 부처님의 동체대비심만이 아니라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 또한 타인의 고통에 대
한 공감이 그 바탕이다.
인도네시아의 지진 때 그 참혹한 참상을 보고 전 세계 사람들이 구호의 손길을 뻗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반복되었다. 추석 이후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이 세월
호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여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악이 선을 이길 때, 사람
들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보다 약한 자들의 고통을 내 아픔처럼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곳에 부처님께서 자리하신다.《삼국유사》에는 부처님이 걸인이나 가난한 이의 모
습으로 사람들을 찾아 왔는데, 원효와 같은 대성사마저 이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이야기가 몇
편 나온다. 지금 광화문에는 수 천의 부처가 나투시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