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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무척 힘들다”…조계종의 대사회적 실천기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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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4년 09월 391호
세상과 불교계는 상호 영향을 미친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불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사회적 기구이다.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 영향력 면에서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불교가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반대로 세상이 불교의 변화를 재촉한다. 상의상관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며, 이는 빈틈없이 작용한다. 다만, 왜곡의 요소, 가령 정치나 경제, 문화, 사회, 시민 권력이 작용의 폭과 깊이를 넓히려거나 억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다. 불교 내의 수구적 태도 또는 개혁적 태도가 변화의 요구에 개입해 그 흐름을 비틀어놓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여느 때와 달리 변화의 요구가 거세다. 세월호 참사는 불교 밖의 변화 요구와 별개로 불교 내에서 근본적인 성찰을 재촉했다. 종정 진제스님이 사고 발생 사흘 후인 4월 19일 진도 체육관을 찾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유시를 발표했으며,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봉축사를 통해 “세월호 사고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며,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입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뼈아픈 통찰과 참회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성찰과 참회의 다짐은 종교계 전체로 번졌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자승스님)은 5월 12일 조선호텔에 모여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깊이 자각해 다시는 무고한 국민의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윤 추구를 위해서는 생명의 가치도 훼손할 수 있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부 지도층들 역시 빨리 생각을 되돌려야 합니다”고 정치인과 공직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소통과 화합, 지혜와 힘을 모아 안전한 사회, 상식과 양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 종교인으로서 그 길에 함께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고 다짐했다.

시간은 망각을 불러오는 것인가. 어른들의 말씀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런 발표가 있었던 것조차 가물가물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단식 기간이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 집계를 보니 ‘세월호 참사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에 8월 21일 현재 362만 7480명이 동참했다. 물론 유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유가족의 입장이 되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견해에 마음이 기울지 않을 수 없다.

이어서 터진 육군 22사단 GOP 총기난사,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 사건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더욱 분노했던 것은 은폐로 일관하는 군당국의 태도다. 군인도 우리 국민이며, 자식을 군대에 보낸 국민들이 수백만인데, 사건의 실체를 가린다면 애초에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마다 드러나는 후보자들의 병역 혜택은 고위공직에 진출하려면 필수사항인 것처럼 빠지지 않는다. 군 복무 중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재주는 놀랍다. 그들이 고위공직자가 되어 군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을까. 그러니 국민들은, 국민을 위한 정부는 어디 없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중앙종회 임시회가 열렸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개회 인사말을 통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무척이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이어 젊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유독 많기 때문”이라며 윤일병 사망사고를 언급하고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성의 중요성과 자비사상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과 사회 국가가 잘 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배려가 무척 중요하다”면서 “한국불교가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들과 늘 함께 하는 길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불교포커스, 자승스님 “우리 사회 무척 힘들다” 어떤 대책 내놓을까, 2014. 8. 12]

그러나 총무원의 후속조치 또는 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성찰과 참회, 다짐이 있었건만 먼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모든 게 총무원의 몫은 아니다. 그렇지만 총무원은 조계종을 이끄는 행정기관으로서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승스님은 종회 인사말 중 “군 장병에 큰 위로를 주고 군부대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군종특별교구가 군법사들과 함께 생명존중의 가르침과 정신의 건강함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해주기 바란다”는 말도 했다. 군종교구의 역할을 강조한 것인데, 군내 사고에 대해 불교적 대응책을 고민하고 내놓아야 할 곳은 군종교구만이 아니다. 조계종 내 다양한 관련 기관과 인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어야 한다.

종회의장 향적스님도 개회사에서 “앞으로 종단은 윤일병과 같은 사망사고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종단에서 군에 파견한 군승들이 장병들의 인권교육에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이 있어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개회사에서 주문한 것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집행부에 계획을 세워 보고하도록 해야 하고, 종회에서도 참여해야 한다. 종도들의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조단식을 했던 조계종 노동위원 도철스님이 8월 21일, 32일 동안의 단식을 마쳤다. 도철스님이 단식을 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조계종 노동위원회에서 힘을 보태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식을 마친 도철스님에게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자 지난 21일 간담회를 열었다.[불교포커스, “고통ㆍ아픔 동참할 때 신뢰 높아질 것”, 2014. 8. 21. 인용]

불교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대사회적 실천기구 구성을 답으로 제시했다. 도철스님은 “며칠 단식했다 해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단식을 통해 느낀 점은 종단 내 사회적 실천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인권, 노동, 환경, 장애, 빈곤,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대사회적 실천기구가 필요하다”며 “뜻있는 많은 스님들이 중심을 잡고 활동할 수 있는 종단 차원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 측면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총무원은 도철스님의 견해를 현실화하는 데 서둘러야 한다. “우리 사회 무척 힘들다” 는 총무원장의 진단이 있었던 만큼 행동계획이 이어져야 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계종의 사회적 위상이 옹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