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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기록들 - 관의 명령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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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천추寶藏千秋 - 종현 2014년 09월 391호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이자 민족의 국보인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사찰이다. 때문에 조선왕조 오백년의 억불정책속에서도 조정의 특별관리를 받는 사찰이었고 지방으로 부임하는 관찰사나 현감들이 특별히 보호하는 왕사이기도 했다.
《해인사지》 에 나오는 〈계하완문절목〉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태조대왕이 보위에 오르기 전 백일기도를 드리고 보위에 올라 왕실의 원찰로 삼았으며 당시 해인사의 토지구역경계를 확정지었다.
천순天順원년(1457) 세조대왕은 남쪽으로 순행하다 잠시 이곳에 머물러 재를 올리고 기도한 후 대장경 50질을 인경하였다. 정계패(사찰의 경계를 정하는)를 내리고 왕이 친히 쓰기를 “경상도 합천 해인사는 일찍이 감사와 수령에게 전지를 내려 더욱 완전하게 보호하여 잡역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였고 왕의 교지로 산문을 지키게 하라”고 하였다.” 《계하완문절목》
가야산 홍류동 곳곳에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가야산 홍류동은 해인사를 들어오는 관문이자 입구이다.
이곳 암벽 정 중앙에 관찰사의 명이나 임금의 명령으로 시행문을 기록해놓은것이 있다.
오늘로 치면 “차량통행금지”정도 되는 명령서는 바위 정중앙에 바르게 세겨져 있다.
하교下敎 람여藍轝 필파筆罷
하교하노라.
해인사는 성지이니 반드시 남녀(가마)를 타고 다니는 행위를 파하라(금하노라).
〈세로〉
본사사처국내本寺四處局內 위축향탄봉산爲祝香炭封山 획하동지가자령劃下東至可資嶺 서거마정치西去馬亭峙 남거무릉지南距武陵地 북도비박령北到鼻搏嶺 사표차중賜標此中
송추시잡목등松楸柴雜木等 일초일목一草一木 여릉원수림如陵園藪林 일절엄금시의一截嚴禁是矣 여유토호세반급리속배고노등如有土豪勢班及吏屬輩雇奴等 시기위협恃其威脅 무난입대無難入代 해임승직該任僧直 보본관報本官 이형조移刑曺 원배지거위제遠配之擧爲齊
본사의 네 곳에 축리의 향탄을 위해 산을 제한하고 구획하여 동쪽으로는 가자령 서쪽은 마정고개까지 남쪽은 무릉지, 북쪽은 비박령까지 이 가운데를 표시하여 나무, 땔나무, 잡목등 풀 한포기 나뭇잎하나라도 왕의 능원의 숲과 같이 하여 일절 엄히 금한다. 만일 토호나 세력 있는 양반 및 관리들에게 고용된 노비들이 그 위세를 믿고 멋대로 들어와 벌채하면 담당 승려는 본관에 알려 형조에 이관케 하여 멀리 유배 보내게 하여 다스릴 것이다.

무릉교에서 계곡 건너편 바위에는 구역경계를 표시하는 내용이 각刻돼있다.
금패禁牌, 대지계내물입택묘大地界內勿入宅墓
이호윤이 쓴 〈유가야기〉의 기록에는 “붉은 글씨로 ‘경계 안에 집과 묘를 들이지 말라(대계내물입택묘大界內勿入宅墓)’라고 새기어 있다. 이것은 이순상李巡相의 글씨”라고 돼 있으며 순상은 관찰사나 지방을 특별순찰하는 관리를 가리키는 말이니 이씨 성을 가진 지역 관리가 써서 표시를 했다는 이야기다. 금패의 표식과 하달문인 대지계내물입택묘가 관찰사의 수결과 함께 새겨있다.
조선시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에 대한 세조대왕의 특별지침이 있었고 여기에 대해 관찰사가 해인사의 땅과 임야를 표시해둔 기록으로 보인다.

〈세로〉
본사산중本寺山中 약유생지若有生地 기간오곡여감자등起墾五穀與甘蔗等 종직지폐種稙之弊 일절금단一截禁斷 표내입택입장지폐標內入宅入葬之弊 불고관정不告官庭 성화굴거星火掘去 훼철위제毁撤爲齊
본사 산중에 만약 생땅이 있어 개간하여 오곡과 감자등 종자를 심는 폐단을 일절 엄금할 것, 경계안에 집을 짓거나 묘를 쓰는 폐단은 관에 알리지 말고 빨리 파 없애고 헐어 철거하여 다스릴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행문에는 조산대造山臺라는 지명이 계속 거론된다.
이호윤이 쓴 〈유가야록〉에는 “이 물은 서쪽으로는 말정령末丁嶺으로부터 오고, 북쪽으로는 절의 뒷산으로부터 와서 조산대造山臺에서 합쳐서 흘러가 홍류동이 된다(此水 西自末丁嶺 北自寺後山 合于造山臺 而流爲紅流洞).”
말정령은 마장이니 마장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가야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의 합수지점이 바로 조산대이다. 조산대는 가야산의 시작점이자 홍류동의 시작점이 된다.
지금은 조산대라는 지명이 생활 속에서 사라졌지만 바위에 새긴 관찰사의 명령문은 수백년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조산대造山臺 물勿
설주점사設酒店事
관官 겸사兼使 갑押(단속하다)
조산대로부터 주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하지마라.

〈세로〉
동상노방급사근공허지지洞上路傍及寺近空虛之地 민가급주점民家及酒店 입접지단入接之端 기주잡기지폐嗜酒雜技之弊 양주주사釀酒酒肆 매주매음자賣酒買飮者 일절금단위제一截禁斷爲齊
부락위나 길옆및 절부근 빈땅에서 민가나 주점이 들어오거나 인접하는 폐단, 술과 잡기를 즐기는 폐습, 술을 빗거나 주점을 하거나 술을 팔고 사는 것은 일절 엄금하여 다스릴 것이다.


농산정이 있는 홍류동에는 갔은 장소를 두고 지칭하는 지명이 여럿 있다. 홍류동, 농산정, 치원대, 명월담…
명월담明月潭은 농산정 하방에 넓게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이르며 명월담이란 이름과 유래가 적힌 기록문이 바위에 새겨있다. 전체 문장은 알 수 없으나 보이는 부분만을 본다면 오랜 가뭄에 비가오기를 기원하며 맑은 물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아마도 기우제를 지냈던 기록으로 추정된다.

명월담明月潭
임오사월십오야장수황 壬午四月十五夜長水黃
경원입홍류동득대 담 景源入紅流洞得臺■潭
시명지체월이귀 자 始名之蒂月而歸■■者
초계지군금대단성지 草溪知郡金待丹成知■
다포 지 화 완덕 茶布■知■■和■刓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