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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지 못한 정권의 '정의사회 구현'과 '자성과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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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해인 편집실 2014년 08월 390호
돈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수단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 시에 큰 부자들은 수행자들을 위한 수행처를 기증했다. 장자들이 토지와 재물을 승단에 기증하는 것을 승낙했는데, 기원정사와 녹야원이 그것인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돈은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겪는 빈곤의 고통을 해소시키는 데 쓰일 수도 있다. 다리를 놓는다거나 병원과 학교를 지어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는 데도 쓰일 수 있으니 큰 공덕을 쌓는 방안으로 돈은 유용하다. 부처님은 재가불자들의 축재 행위를 적극적으로 긍정했다. 단, 계율을 준수하는 가운데 노력하는 돈이어야 하는데, 경전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계율을 지키는 현명한 사람은 타오르는 불처럼 빛나니, 꿀을 모으는 벌처럼 노력한다면 재산은 자연스레 모이게 된다. 마치 개미의 둑이 점점 높이 쌓여가듯이.”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조언을 주셨다. 앞에 인용한 경전에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재산을 모아서 가정에 충분한 이익을 가져오는 가장이 된다. 그리고 재산을 4등분으로 나누어라. 그리하면 친구를 결속할 수 있다. 그 가운데 4분의 1은 자신을 위해 써라. 나머지 4분의 2는 일을 위해 써라. 나머지 4분의 1은 저축하여라. 어려움을 당할 때 반드시 쓸모 있으리라.”

부정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거나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마침내는 재앙을 불어오는 화근이 된다. 때로는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하듯 나락에 떨어지고 만다. 도박, 음주 등 그 예를 숱하게 겪었다. 근래 그런 불미스런 일로 불교가 손가락질 받았던 터다. 그래서 종단의 주요 소임자들이 100일에 걸쳐 참회의 108배를 하였던 것이 재작년의 일이며,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추진본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시일이 지나면서 자성과 쇄신의 결의가 옅어지고 있다. 최근 나타난 몇 가지 일들을 보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책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사례를 부득이 적시한다. 먼저, 범어사의 한 소임자스님이 총무원 총무부장 정만 스님에게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 교구 출신의 스님이 총무원의 고위 소임자가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건넨 대중공양금이라고 한다. 정만 스님은 이 돈을 나눠 각 부실장스님들에게 200만원씩 주었고, 나중에 문제가 되니 회수해 돌려주었다는 것이 이 사건의 전말인데, 여러 궁금증을 낳는다. 이런 대중공양금이 관행인지? 돈을 건넨 스님이 얼마 전 창원 성주사의 주지로 품신되었는데, 그와 관련된 일처리를 잘 해달라는 것과는 무관한 것인지? 천만원이 넘는 대중공양금이 관행이라면, 스님들 사이에서는 미덕이 될는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이맛살 찌푸리는 일이기 십상이다. 올해 1~3월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23만원이며, 임금근로자 중 월 100~200만원을 받는 이들의 비율은 40.4%로 800만명(조세일보, 근로자 평균 월급 223만원, 작년 비 6만원 올랐다, 2014. 5. 22)이다. 이들이 대중공양금 명목으로 천만원이 넘는 돈이 오갔다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허탈해할까.

또, 부산불교연합회장인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지난 2월 이금형 부산경찰청장에게 5백만 원을 건넨 것이 근래 언론에 올랐다. 기사를 보니, 고생하는 전의경들에게 빵이나 먹을거리를 주어 위로하기 위해 건넨 돈이라고 한다. 실제 이 청장은 그 자리에서 담당간부에게 돈을 건넸으니 개인적인 사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되는 것은 위문품은 받을 수 있으나 현금을 받는 것은 그것이 위문의 뜻일지언정 안 된다는 경찰복무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일로 부산의 노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 청장에 대해 사퇴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이어 규탄대회도 연다는 소식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규정을 지키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높은 이의 행실은 곧바로 아랫사람의 행위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수불스님이 경찰복무규정을 알았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전의경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 더욱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식, 스님들끼리의 관행이 통하지 않는 곳과 때가 있다. 이를 잘 가릴 줄 알아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의 사례는 마곡사 주지 선거에서 돈을 뿌렸다는 일이 뒤늦게 문제로 터졌다. 며칠 전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충청지역의 중도일보 등이 이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7월 마곡사 주지 선거가 있었는데, 이 때 2명의 후보자 측에서 산중총회 구성원들에게 1인당 5백만원씩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기소하면서 밝힌 액수는 9천만원이 넘는다. 마곡사 교구는 주지 선거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터였는지라, 총무원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이를 어쩌나…” 하며 허탈한 심정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다. 물론 기소단계이므로 사실관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사실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들리는 얘기로는, 선거 후 낙선한 후보 쪽에서 당선자가 돈을 뿌렸다고 고발했는데, 검찰이 조사를 해보니 양 후보 측 모두 돈을 뿌려 두 후보를 모두 기소했다고 한다.

이런 불미스런 일이 터지면 총무원이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지켜보게 된다. 총무원이 호법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무원은 호법 기능을 행사하지 않는다.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대개 은밀하다. 청탁성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까닭에 총무원 호법부에서 밝혀내기 쉽지 않다. 증거를 찾기 위해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황상 확실하다해도 어느 한쪽이 부정하면 입증하기 난감하다. 더구나 의심받는 이들이 교구본사나 주요 사찰의 주지 또는 중앙종회의원 등 힘 있는 스님들이거나, 힘 있는 스님들의 도움을 받는 스님이라면 언감생심이다. 이러다보니 종단 내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허탈한 말들이 떠도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 예를 든 사례 중 범어사 소임자가 총무부장에게 대중공양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이 부산경찰청장에게 5백만원을 건넨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일 없었듯 지나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지금 호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도 미안함을 표하지 않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대중공양금은 아무 문제 없는 것이 된다. 경찰의 복무규정에 어긋난 위문금 전달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있어도 괜찮다는 뜻인지? 종회의원 그 누구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사안을 바라보는 차이가 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80명의 종회의원 모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 종단의 중요 소임자들의 돈에 관념이 너무 너그럽다. 문제의식은 참으로 무디다. ‘자성과 쇄신’은 예전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했던 정권이 관공서마다 내걸었던 ‘정의사회 구현’처럼 자성과 쇄신에서 너무 멀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