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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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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종고┃해인승가대학 3학년 2014년 08월 390호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 위에는 속절없이 찌는 듯한 여름의 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잠시나마 작렬하는 태양의 햇살은 비구름 뒤로 숨을 죽이고, 우리의 슬픔을 대변하듯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야생 고양이들은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털갈이를 하고, 녹음綠陰을 머금고 있는 산하山河는 싱그러운 기운을 발發하고 있다. 해인사 각 처소處所에서도 다소 두꺼워진 문종이를 떼어내고 모기장을 붙이었다. 여름을 나던 옷으로는 겨울을 살 수 없고, 겨울을 나던 옷으로는 여름을 살 수 없듯, 사람이 사는 곳인 사회나 짐승이 사는 자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가고, 시대가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탈바꿈을 하지 않는다면 희망적인 세상을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해인사 학인 스님들이 방문 했던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는 끝없이 밀려오는 거친 파도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습이라도 찾고자 하는 가족들의 바람과 지켜주지 못한 타인들의 미안함이 대한민국을 가르고 있었다.
“돌아오라.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차디찬 그곳에서 주저하지 말고 우리 눈앞에 돌아오라.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잘 다녀왔다는 그 말 한마디 전해주라…”
누가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국민이라면 이러한 비극 앞에서 죄책감에 빠져들었다. 침통한 애도 속에서 음성화된 파도소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파헤쳐 놓았고,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다.
어제의 우리들을 되돌아보면서 때로는 후회의 눈물을 글썽거렸고, 애절한 탄식은 거듭 아픈 물음을 던지면서 허무하게 흩어져갔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정근精勤 소리로 그들의 마음을 달래보려 소리쳐 보았지만 폐부肺腑로 스며드는 울분을 멈추게 하기에는 부족했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을 먼저 떠나보내는 일이 것이다. 제 살이 찢겨져나가는 것과 같은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뿐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이라면 생生과 사死를 피 할 수 없는 것이 부처님이 전한 가르침이지만 이러한 이별 앞에서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곳곳에서 쉬지 않고 부딪치는 작은 움직임들이 잊혀져가는 발걸음을 계속해서 멈추게 하고 있다. 시간을 멈추게 하고, 생각을 멈추게 하고 있다. 살아 있는 자들에게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는지,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였는지, 어떤 나라야 하는지 탄식어린 힐난詰難이 터져 나오고 있다.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고……. 지금까지의 관행과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이번에도 변화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희망을 바라 볼 수 없다며 거듭 손을 움켜쥐게 했다.
누가 가르쳐주거나 머리로 생각해서가 아닐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근본 마음의 바탕이 이와 같이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 앞에서 안타까움이 죄의식처럼 무거워지는 이유는 이 땅의 어른으로서 보호하고 지켜야 할 어린친구들이자 그들의 티 없는 맑은 꿈을 지켜주지 못한 일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진상규명에 따른 책임 그리고 재발방지약속이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성장중심, 속도중심의 사회성장 척도를 안전중심, 생명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여 재난 방지 및 구조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또한 이러한 비극을 다시 맞이하지 않기 위해 개개인들은 자기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극히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자신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에서 본분을 지키면서 책임을 다하기, 그리고 본분과 원칙을 위반하는 자에 대해서는 준엄하게 책임을 묻고 참회懺悔케 해야 한다. 작고 하찮은 이야기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 일만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져도 지금과 같은 비참한 재앙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내어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빕니다.
이들의 희생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도덕 불감증과 안전 불감증을 치료하는 고귀한 전기轉機로 작용되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