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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계를 수지하는 사람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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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4년 08월 390호
촉촉하게 비 내리는 어느 날, 교수 여럿이서 기숙사점심을 먹고 나왔다. 다른 부서 교수님도 한 분 계셔서 그 냥 헤어지기 아쉬워 휴게실로 갔다. 말이 휴게실이지, 건물 뒤편 야외 흡연실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곳에 작은 돌 의자가 다섯 개 있고 그 옆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우리 중 흡연자가 아무도 없어서 캔 커피를 하나씩 마시며 돌 의자에 앉아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타부서 교수님이 물으신다.“이것은 무화과나무이지요?”그러자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일제히 답하였다.“아니오. 그것은 목련나무입니다.”
지난 겨울부터 봄, 그리고 여름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한 번은 그 돌 의자에 앉아 몸과 마음을 쉬어갔던 터라 그곳의 세 계절을 보고 듣고 느껴왔다. 우리는 그 나무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목련꽃봉오리도 보았고 만개하던 목련도 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크고 아름다운 꽃잎이 떨어져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보았다. 지금은 무화과나무인지 목련나무인지도 모를 정도이지만 “너에게도 흐드러지게 꽃피던 시절이 있었노라”라고 기억해 주는 우리가 있었다. 다른 분들은 나무자체만 보고 혹은 나무의 이파리들을 보고 목련이라고 알아내셨겠지만, 적어도 나는 꽃피던 그 순간을 기억하기 때문에 목련임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와 혹은 무엇인가와 어떤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렇게 그 정체성을 가릴 만큼 큰 것이다. 내가 목련의 겨울과 봄을 기억하듯, 목련도 작은 돌 의자에 내가 내려놓고 간 한 숨과 피로함을 보았을 것이다. 목련에게 나는 피곤한 얼굴로 왔다가 휴식 후에 싱글거리며 나가는 존재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목련이 눈이 있다면 말이다. 살다보면 나의 또는 너의 어떤 순간을 기억해주는 인연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계절들을 지나오는 동안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을까...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되는 누군가는 분명 우리의 눈에 선행善行하는 순간이 보였을 것이고, 스치듯 지나갔더라도 선한 눈빛이 보였을 것이며, 우리의 귀에 그의 진실한 말이 들리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 첫걸음이 5계를 항상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 행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음의 법구경의 시 두편이 5계를 소개하고 있다.

yo p..a. atim.peti mus.v.dan ca bh.sati 요 빠낭 아띠마뻬띠 무싸와단 짜 바싸띠
loke adinna. .diyati parad.ran ca gacchati,①로께 아딘낭 아디야띠 빠라다란 짜 갓차띠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고 거짓을 말하며
이 세상에서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고 남의 아내를 범하는 사람.② 《법구경 246》

sur.merayap.nan ca yo naro anuyunjati 수라메라야빠난 짜 요 나로 아누윤자띠
idh\'eva-m-eso lokasmi. m.la. khanati attano.③이데왐에소 로까스밍 물랑 카나띠 아따노
또한 술 마시는 것에 빠진 그런 사람은
여기 바로 이 세상에서 자신의 뿌리를 파낸다.④《법구경 247》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대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거짓을 말하는 대신 참되고 고운 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대신 남들에게 베풀고 살아가며, 삿된 음행을 하는 대신 청정한 삶을 살고, 술 마시는 대신 깨어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 이것들을 마음에 새겨 순간순간 이렇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좋은 사람, 참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순간순간이 모여 누군가에게 우리는“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기억된다. 순간순간이 모여 행위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나의 업이 되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 35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면담하면서 유난히 눈에 띈 두 학생이 있었다. 학기 말에 과제발표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한 학생은 어려서부터 불자佛子였던 할머니를 따라 봉사활동을 계속 해왔으며, 나머지 한 학생은 교회 학생활동을 통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종교를 떠나 타인을 위해 선한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을 꽃피워서 나누고 살아온 사람의 얼굴에는 항상 빛이 나게 마련이었다. 그 사람의 순간순간을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기운이 그 사람 주변을 감싸고돌게 마련이다. 목련이 목련이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서 계절이라는 환경을 받아들여 꽃도 피우고 또 꽃을 나무에서 떨어뜨려야 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좋은 사람, 참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단순한 것 같지만 전혀 단순하지 않은 5계를 제대로 수지受持하며 살아가야 한다. 5계를 잘 지키는 사람의 순간순간은 잠시만 보고 잠시만 스쳐지나가더라도 얼마나 향기롭고 아름답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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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yo: ~하는 이. p..a.: 살아있는 생명을. atim.peti: 죽인다. mus.v.da.: 거짓말. ca: 그리고. bh.sati: 말한다. loke: 세상에서. adinna.: 주어지지 않
은 것을. .diyati: 취한다. parad.ran: 남의 아내를. gacchati: 간다, 범한다.
② 우인호살愚人好殺 언무성실言無誠實 불여이취不與而取 호범인부好犯人婦(한역법구경)
③ sur.merayap.na.: 술 마시는 것에. ca: 그리고. yo: ~하는 이. naro: 사람은. anuyunjati: ~에 빠진다. idh\'eva-m-eso: 여기 바로. lokasmi.:
이 세상에서. m.la.: 뿌리를. khanati: 파낸다. attano: 자신의.
④ 영심범계逞心犯戒 미혹어주迷惑於酒 사인세세斯人世世 자굴신본自堀身本(한역법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