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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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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진현┃해인사승가대학1학년 2014년 06월 388호
일본에 대한 첫 느낌은 편안함 이었다. 분명 낯선 곳에 왔음에도 주변 풍경이나 느껴지는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고 마치 원래 내가 살던 동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불교를 공부하다 접하게 되는 책의 저자는 대부분 일본 사람이었다.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를 선호하고 자신이 느낀 불교에 대한 해석이 너무도 자세했다. 이 때부터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겼고 한번 쯤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에서야 발을 내민다.
도착 당일 일본 최대의 목조 건물인 동대사에 들렸다. 동대사는 나라현에 위치한 절로서 이곳은 사슴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사슴들이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닌다. 한국에서도 쉽게 보지 못한 사슴인데 동대사에서는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고 사람을 봐도 피하지 않았다. 절 안에 사는 동물은 왠지 모르게 신비하게 느껴지는데 그게 사슴이라 더욱 신비스러웠다. 사슴이 아주 많았던 절 입구를 지나 15m가 넘는 비로자나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으로 향했다. 법당에 들어선 순간 제일 먼저 엄청난 크기의 불상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가장 큰 불상이라 할만 했다. 비로자나불은 크기에서 나오는 웅장함과 다르게 표정만은 평온하고 온화했다. 비로자나 부처님 외에도 양 옆으로 부처님 두 분이 더 모셔져 있다. 양 옆의 두 불상도 비로자나 부처님 보다는 크기는 작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비로자나 부처님과 다르지 않았다.
비로자나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법당도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한국 절은 대부분 산에 있어 법당이 그리 넓지 않은데, 일본 절은 평지 위에 지어져 있어 절의 규모와 법당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 또한 법당 전체가 나무로 지어진 목조건물인데 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천 년 전에 이러한 규모의 목조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니 놀라웠다. 계시는 세 분의 부처님이 보이는 장엄함과 천 년 고찰이 풍기는 세월의 흔적은 마음속에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뭉클함은 전해 주었다.
둘째 날 여러 사찰을 방문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33칸당’이었다. ‘33칸당’은 양옆으로 아주 긴 법당인데 총 서른세 개의 칸으로 나누어져있고 무려 1001분의 천수관음상이 모셔져있다. 가운데 칸을 중심으로 양쪽 16칸에 각각 천수관음입상이 500분씩 모셔져 있고 가운데 칸에는 천수관음좌상이 한분 모셔져 있다. 1001분의 천수관음상을 하나하나 확인하진 못했지만 불상이 짓고 있는 표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불상은 온화했고 어떤 불상은 근엄했다.
일본 절은 한국 절과 규모와 역사가 남달랐다. 불교를 먼저 받아들인 쪽은 우리이고 불교를 일본에 전해준 쪽도 우리지만 지금까지 불교를 보존한 쪽은 일본인 듯하다. 한국과 일본은 생활 속 깊숙이 불교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익숙한 것은 특별히 관심을 쏟지 않고 지나쳐 가지만 일단 자신이 받아드린 것은 애착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는 일본의 특성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일본 성지 순례의 마지막 일정으로 오사카 성을 다녀왔다. 그저 오래된 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외관이 굉장히 깨끗이 관리되어 있어서 에도 시대 때 지어진 건물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일본의 성은 그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의 권력이 클수록 화려하고 웅장한데, 오사카 성을 지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막강한 권력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었다. 현재의 오사카 성은 원래 크기의 3분의 1정도로 축소됐다고 했는데, 축소된 크기조차 굉장했다. 또한 성 주변에 1500여 그루의 매화나무와 벚꽃나무로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벚꽃은 거의 다 떨어졌지만 화사하게 피어있는 매화나무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한국의 궁궐과 비슷한 개념인 일본의 성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한국의 성은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고 일본의 성은 경쾌하고 활기찬 느낌을 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문화재를 대하는 자국민의 태도였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일본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끊이질 않고 계속해서 보존하며 그에 대한 콘텐츠를 계속 개발 해내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일정까지도 새로움의 연속이었던 성지 순례였다. 한국에서 거리로는 가까운 나라지만 마음속 어딘가 멀게 느껴졌던 일본이었는데 단 한 번의 방문으로 개인적으로 제일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떠나는 아쉬움 보다는 아직 방문할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또 다른 설렘을 안고 귀국 할 수 있어 마음이 넉넉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