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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愚問賢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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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4년 06월 388호
인도 유학시절…이라고 글을 시작하려고 하니 항상 필자의 글은 인도 유학시절이나 태국 강사시절에서 글의 소재를 따오는 것 같긴 하다. 그러고 보면 그 시절에는 무엇이든 관망觀望하고자하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고, 그것이 휴식이자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과 같은 말로 또 시작하려고 한다.
인도 유학시절의 일이다. 기숙사 앞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길 저쪽에서 나비 한 쌍이 보였다. 두 마리가 짝을 이루어 어여쁘게 날고 있었다. 나뭇가지 그늘도 지났다가 햇살에 날개를 맡기기도 했다가 하면서. 나비의 움직임에 내 눈도 마음도 빼앗겨 있던 그 찰나,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비 한 마리를 부리로 낚아채 땅바닥으로 가져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나 또한 당황해서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더 안타까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같이 날던 나비가 그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맴돌고 있었다. 날아올라 도망가지도 못하고 새 가까이에 가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그 근처를 맴돌며 날갯짓만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어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버렸다.
그러고 며칠간 밥맛을 잃어 아침식사를 거르던 어느 날 아침, 기숙사 현관 앞에 털썩 주저앉아 그 나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베트남 비구니 스님이 기숙사 앞마당에 있는 개 밥그릇에 음식을 조금 놓고 가셨다. 묶어놓고 키우는 개가 아니라서 한참 있으니 개가 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기에 뭐가 있나 싶어 보니 작고 약한 개 한 마리가 멀리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밥 먹던 개는 조금 먹다가 자리를 떠났고, 뒤에서 눈치를 보던 작은 개가 와서 남은 음식을 맛있게 다 먹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친구, 동행, 벗, 정, 배려 등의 개념들이 그 당시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함께 살아간다는 것, 동행한다는 것, 그것들이 주는 따뜻함과 또 그것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상실감을 생각하며 머리가 복잡했다. 아니, 마음이 답답했다. 정확한 의문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답을 찾아 법구경을 펼쳤다. “동행” 또는 “친구”라는 내용이 있는 시를 찾아 속독하였다. 웬걸, 안타까운 감정이나 따뜻한 감정들은 어느새 휭~ 사라져 버렸다. 왜냐하면 법구경에는 수행적인 측면에서 친구를 설명하고 있었고, 어느 순간 나도 그 내용에 몰입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찾았던 법구경 시는 다음과 같다. 분명 독자들도 이 글을 읽으며 나비의 안타까운 날갯짓과 채우지 못한 배로 작은 개에게 밥을 양보하던 개의 이야기는 잊게 될 것이다.

carañ ce nādhigaccheyya seyyaṃ sadisam attano
짜란 쩨 나디갓체야 쎄얌 싸디쌈 앗따노
ekacariyaṃ daḷhaṃ kayirā n’atthi bāle sahāyatā.①
에까짜리얌 달함 까이라 낫티 발레 싸하야따

더 낫거나 자신과 비슷한 이를 다니면서 만나지 못하면,
단호히 혼자 다녀야 한다. 어리석은 자와는 사귀지 말라.②《법구경 61》

sace labhetha nipakaṃ sahāyaṃ
싸쩨 라베타 니빠깜 사하얌
saddhiṃcaraṃ sādhuvihāridhīraṃ
쌋딤짜람 싸두위하리디람
abhibhuyya sabbāni parissayāni
아비부야 쌉바니 빠릿싸야니
careyya ten’attamano satīmā.③
짜레야 떼나따마노 싸띠마

만약 총명하고 함께 다닐 만하며
훌륭하게 살고 현명한 친구를 만나거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는
[항상] 깨어있으면서 기쁘게 그와 함께 다니라.④《법구경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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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carañ = caraṃ: 다니는. ce: 만약 ~하면. nādhigaccheyya: 만나지 못하면. seyyaṃ: 보다 나은. sadisam: 비슷한. attano: 자신과/자신보다. ekacariyaṃ: 혼자 다니는 것을. daḷhaṃ: 단호히. kayirā: 해야 한다. n’atthi: 없다. bāle: 어리석은 자와. sahāyatā: 사귐은.
②학무붕류學無朋類 부득선우不得善友 영독수선寧獨守善 불여우해不與愚偕(한역법구경)
③sace: 만약 ~하면. labhetha: 얻으면, 만나면. nipakaṃ: 총명한. sahāyaṃ: 친구를. saddhiṃcaraṃ: 함께 다니는, 함께 사는. sādhuvihāridhīraṃ: 훌륭하게 살고 현명한. abhibhuyya: 이겨내고는. sabbāni: 모든. parissayāni: 어려움을. careyya: 다녀야 한다. tena: 그와 함께. attamano: 기뻐하는. satīmā: 알이차리는.
④약득현능반若得賢能伴 구행행선한俱行行善悍 능복제소문能伏諸所聞 지도부실의至到不失意(한역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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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들을 읽고는 나는 찬물에 끼얹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비와 개는 금세 잊었다. 그리고 밥을 챙겨먹고는 그날 정한 분량의 번역을 위해 사전과 다시 씨름하기 시작했다. 나의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말이다. “친구”라는 주제의 법구경 시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둘러 수행의 길을 가야함을 느꼈다. 내게 있어 수행은 그 당시 내가 작업하던 번역이었다.
“친구”나 “동행”이라는 같은 주제, 다른 관점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내 주관대로 해석하여 정확하지 않은 감정에 매몰되어 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가 나비가 되어보지 않고서 어찌 나비의 날갯짓을 이해할 수 있겠으며, 밥을 남긴 개가 배가 덜 찼는지 어찌 알겠는가. 또한, 나비의 날갯짓이 안타깝다고 하여 배고픈 작은 새를 탓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붙들고 있다한들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기억의 잔상들은 간혹 감정의 고리를 붙들고 나를 놓아주지 않는 때가 많다. 그래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을 망각하게 만들곤 한다. 놓고 있던 정신을 바로 한 번에 붙잡아 주는 것이 내 곁에 있는 지 한 번 돌아보자. 있는가? 법구경을 펼쳐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현명한 친구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훌륭한 스승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나의 모든 우문愚問에 답을 얻고자 함이 아닌, 내 질문이 우문임을 자각하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