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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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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한상린 2014년 06월 388호
어제 저녁나절, 드문드문 내리는 봄비 소릴 들으며 반가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달이 끝나갈 즈음, 이른 아침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야할 부부로 부터 전화문자를 받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말씀을 못 드리고 떠납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떠날 때 오간다는 말도 없이 휭하니 가버리지 이렇게 인사를 하고 가는 일은 드문 일입니다. 보통 아이들 보다 유난히 몸집이 작은 꼬마 여자애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내가 먹기 위해 공장으로 가져갔던 요쿠르트나 쵸코파이를 나눠주기도 했고, 아마 두세 차례 맥도날드에 데리고 가서 햄버거를 사 먹인 적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온지 두어 달이 지나지 않은 수줍은 아이의 눈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습니다.
차츰 둘레의 모든 것이 익숙해지면서 낯익은 사람들에게 해맑은 웃음을 짓고 처음 먹어본 맛들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무척이나 뜨겁던 여름 까맣게 그을리고 눈만 하얗게 빛나는 꼬마 아이와 두 부부는 그렇게 공장에 자리를 잡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아이는 근처 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눈이 유난히 빛나는 일곱 살 아이, 순박하고 마냥 착해 보이는 부부.
입학할 때 타 지역에서 온 아이는 별도의 가산금을 추가로 내야합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학비에 두 내외가 너무 당황해했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조금 보탰습니다.
결국 네 달이 채 안되게 학교를 다니고는 세 가족은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4,000여km,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다섯 번쯤 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2박 3일을 기차로 버스로 가야합니다.
이쪽저쪽 모퉁이를 테이프로 여기저기 정성스레 기워 붙인 박스에, 참 열심히 곱게 싸 보낸 물건들을 열었습니다.
감수성甘肅省 특산물 잣 3봉지, 호두1봉지, 말린 돼지고기 조금, 편지2통.
감수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돈황석굴이 있는 곳입니다.

편지1.
아이 엄마의 친정어머니는 지난달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남편을 여읜 후 키워온 유일한 가족이자 혈육인 딸을 보고 세상을 떠나겠다고 해서 급히 귀향을 했다고 했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서 우선 일터를 찾아 일을 하며 어머니의 49재를 모시고 있고, 마음이 정리되면 다시 내려와 일을 하겠노라고 했습니다.

편지2.
숙숙이호叔叔您好
아저씨 안녕하세요? 로 시작되는 아이의 편지.
공부 열심히 하고 있고 이번에 반에서 일등을 했답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이 순전히 자기의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외할머니와 같이 고향에 있지 않고 엄마아빠를 따라 외지로 나와 버려서 할머니가 속상해 하시다가 병이 나서 돌아가신 거라고 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많이 울었다고 썼더군요. 아저씨도 나이가 많은데 속상하지 않게 지내고 늘 행복하고 건강하시라는 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한자로 또박또박 한 장을 가득 메워 써 보냈더군요.
아이가 좋아할 과자 몇 봉지와 쵸코릿, 라면, 우리 소주 두병을 박스에 담아 택배 사무실에 갔다가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 아이 아빠가 언젠가 내가 한잔 따라주었던 우리 소주를 너무 좋아했던 기억에 보내주고 싶었는데 술은 안 된답니다. 술을 빼낸 자리에 담배 몇 갑을 사서 채워 넣고 부쳤습니다.
난 알고 있습니다. 마음이 예쁜 이 세 가족.
이생에서 다시 또 만나기가 쉽지 않으리란 것을….
부처님 말씀대로 회자정리會者定離로 초연하게 받아들이기엔 아직 인연과 업보가 너무 많은가 봅니다. 우리 모두 살아있는 날들이 영원한건 아닙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