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한 대를 의료용으로 개조해서 운전하면서 아는 의사들이랑 시골 마을로 의료봉사 다니는 꿈을 꿉니다.” 원경 스님은 조계사에서 4년간 소임을 보고 월악산 덕주사에서 7년째 살고 있다. 그곳에서 벌써 6년째 쉬지 않고 의료봉사활동 중이다. 병원불자연합회의 의료인들을 비롯한 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다닌다. 면 단위로 시작해서 지금은 시 단위까지 곳곳으로 의료봉사를 나가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생각이다. 그리고 종내에는 버스 한 대를 개조해서 스님이 직접 운전하며 여기저기 다니는 꿈을 꾼단다.
“시골 노인들은 병원 가는 걸 두려워해요. 그러니 찾아가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의료봉사를 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병이 낫지는 않아요. 노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지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분들이니까.”
봉사자들이 모두 불자인 것은 아니다. 그저 의료봉사라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나를 따르는 게 아니라 봉사에 뜻을 같이하는 것이죠. 이 활동은 종교로서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주축이 스님일 뿐인 것이지.”
그러니 혜택을 받는 노인들도 모두 불자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교회 목사님을 필두로 교인들 여럿이 모여 찾아오기도 한다. 지역의 학교 강당을 빌려 거의 종합병원 수준의 시설이 차려지는데 그렇게 한번 봉사를 하면 사오백여 명의 노인들이 찾는다.
“저는 일년 동안 돈을 모아서 필요한 경비를 대고 자원봉사자들이 재능 기부를 해주시는 거예요.”
불교적인 색채를 가지면 타종교인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스님은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그저 그 봉사활동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법복을 입은 원경 스님이 왔다갔다하며 노인들을 안내한다는 것 외엔 그 아무 것도.
스님은 시골에서 살다가 조실부모하고 혼자 살았다. 그러다가 몸이 아파 절에 머물다가 자연스레 출가했다. 그렇다보니 늘 시골 노인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인연이 있던 전국병원불자연합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기획하게 된 일이다.
“지역 주민들이 저를 보는 눈빛이 따뜻해졌어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스님에 대한 인식이 안 좋게 깔려 있기 도 하잖아요. 그런데 교회를 다니는 분들도 이젠 저를 지탄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것은 불교에 대한 인식이 좋 아졌다는 거예요. 이만한 포교가 없지요.”
그러나 사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먹기부터 행동하기까지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고 성과를 보기까지 참 많은 노력과 이해와 인내와 끈기, 그리고 시간과 사람이 필요한 일이다.
“인내 없이 단번에 되는 일은 없어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땀 흘리며 노력해야 하고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최소한 십 년은 해보고 나서야‘힘들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힘들다고 가던 길을 멈추는 것은 결국 그 길에 대한 포기다. 그런데 인생에서 그 포기를 습관화하면 그 무엇에도 성공할 수가 없다.
“힘들지만 즐기면 돼요. 등산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게 정상에 오르겠어요. 운동선수들이 죽을 듯이 힘들게 연습을 하는데 왜 그만두지 않겠어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한 과정을 즐기는 거예요. 스님들도 그와 같아요. 즐기면서 꾸준히 가야 하는 거예요. 누가 몰라주면 어때요. 부처님은 알고 계시는데.”
원경 스님은 제천 덕주사에 머물며 서울의 강동불교대학에 강의를 러 일주일에 한두 번씩 8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오가고 있다.
“시골은 환경은 좋은데 사람이 없고, 서울엔 사람이 많은데 이끌어줄 스님이 없어요. 이것을 연결시켜야 합니다. 각처에 계신 스님들은 왜 신도가 줄어드느냐고 탓하기 전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라고 왜 힘들지 않겠어요. 하지만 목적을 정했으면 꾸준히 가는 거예요. 그랬을 때에 종단도 발전하는 것입니다.”
일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스님은 그 말을 믿는다. 스님의 입장에서 일만 시간을 곰곰 따져보니 하루에 열 시간씩 천일기도를 하는 시간이더란다. 스님은 그 마음으로 오늘도 걸음을 옮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꾹꾹 눌러 걷는다.
스님은 어려서 경산에 살았다. 고2 때 몸이 아파 지인이 써준 손 편지 한장 들고 김제 만경에 있는 절에 찾아가 머물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출가했는데 그곳이 순천 선암사였다. 어린 나이라서 조계종과 태고종을 알지못했으니 선암사에 들어가 행자생활과 강원을 다니며 5년을 보냈다. 그러나 점차 혼돈스러워졌다. 그래서 조계종 법주사에 찾아가 다시 출가를 하고 해인사 강원을 다시 다녔다. 그러면서 스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회향할 때가 되면 선암사에 가서 태고종 스님들의 교육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인연이 닿으면 좋겠어요. 태고종엔 제도화된 교육이 없어요.”
원경 스님은 옛 이야기를 하시다가 산중 옛 스님들의 맛이 없어진 것을 아쉬워하신다. 그리고 94년 개혁 이후 나아진 것 없는 20년과 향후 후배들이 살아갈 20년을 걱정하신다. 근본과 원칙을 잃은 채 눈앞의 현실에서만 맞는 답을 찾으며 흘러가는 시대에서 원경 스님은 말씀하신다.
“석가모니부처님 법이 2500년 계속 흘러온 것은 원칙이 있기 때문이에요.”
원경 스님 때만 해도 강원의 선배가 무서웠던 시절이다. 선배가 후배들을 이유 없이 괴롭힌 것이 아니라 중의 물, 세속에서의 습을 버리고 승가의 제도를 받아들이도록 엄하게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 물론 이 시대에 맞게 스마트폰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수행자로서 자제하는 부분도 원칙 안에서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하신다.
“사람이 미래를 바꾸진 않아요. 우리가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해서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진 않는다는거예요. 습관이 바뀌어야 미래가 바뀌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지는 거예요.”
현재의 게으른 습관대로 계속 살아가면 십년 뒤에도 게으르게 살고 있을 뿐 더 나아진 것도 더 나아질 미래도 없다. 지금의 내 게으른 습관을 계속해서 부지런한 쪽으로 방향을 틀어갈 때에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스승도 없고 인생 설계도 없어요.‘조고각하 照顧脚下’멈춰 서서 되돌아보란 말이에요. 저녁마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일요일엔 한 주를 되돌아보고 월말엔 한 달을 되돌아보고 연말엔 한 해를 되돌아봐야 내일 아침에 희망을 안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늘 되돌아보며 습관을 잘 들이며 살아가란 말씀이다. 그래서 스님은 오늘도 게을러지는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 또 어디론가 걸어가신다. 스님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스님의 미래가 달라지고 불교의 미래가 달라지고 우리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니.
“이산혜원 선사 발원문에 보면‘내 모양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나’라는 말이 있어요. 나를 만난 이들이 이 스님을 만나 인생이 참 행복했다고 하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게 살아가야지요.”
원경 스님은 스님들이 좀더 친절해야 할 것이란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친절이 기본으로 깔려야 하지 않겠나 신다. 진짜 부처님 법은 자비롭고 친절한 것이니.
“마당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인사를 나누고 뭘 도와줄지 물어야지요. 법당 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오라고 손짓해야지요. 밥 때가 되면 밥 먹고 가라고 하고 아이가 있으면 손잡고 웃어줘야지요.”
원경 스님은 신도들에게도 친절을 가르친다. 그래서 젊은 신도들은 노보살님들의 공양을 챙기고 노보살님들은 법당에서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것이 친절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중생을 건지는 일이다. 원경 스님은 그런 신도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다른 사찰에 찾아가‘신묘장구대다라니’108독을 한다. 관광객 가득한 큰 사찰이 아닌 시골의 알려지지 않은 가난한 절만 찾는다. 지금까지 48번을 갔으니 60번을 더 갈 것이란다.
“가난한 절에 가서 기도비 내고 기왓장도 쓰면 그 절에선 한 달을 먹고살 수 있어요. 신도들에게 이것이 바로 나눔이고 보시라고 설명해줍니다.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원경 스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은‘신앙심’이란다. 부처님을 절대적으로 믿으면 모든 것이 따라온다. 원경 스님은 든든한 부처님이 있어 늘 이겨낼 수 있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간절함과 절
실함으로 살아왔다.
“스님들 입는 가사를 들어보면 참 가벼워요. 그런데 20년 살아보니 그 가사가 참 무겁더라고요.” 하지만 그 무거움을 즐기며 오늘도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부처님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니 이 부처님의 제자는 어찌 안 행복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