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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빈곤의 문제, 불교의 역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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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4년 04월 386호

서울 송파동 세 모녀의 죽음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복지 전문가들은 매우 비판적인 시각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는“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나 사회복지 인력의 충원 등 대책 방안도 전혀 새롭지 않다…. 사회복지 인력의 충원 대책도 이미 약속되었던 내용을 다시 발표한 것이 대부분이다. 매번 유사한 대책 발표의 반복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덮고자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 자살 조장하는 복지 사각지대’,경향신문, 2014. 3. 7.)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어“정책 방향을 바꾸어 보편적 복지의 보강을 통해 빈곤에 대한 예방적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책 방향을 유지한 채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응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금의 복지 사각지대 대책은 이번 자살과 같은 사건을 막지 못한다”면서“우리 사회는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할 만한 능력이 있다. 예산이 모자라고 더 성장을 해야 한다는 반대
논리도 있지만,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수준일 때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매우 적은 복지예산을 투입하고 있을 뿐이다.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의지문제이다. 국민의 신청 여부를 문제 삼을것이 아니라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적으로 종교계는‘정부와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요청받는다. 세 모녀 의 죽음 이후 불교계를 비롯한 각 종교계는 추모와 함께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우리 종단은 노동위원회 명의로 애도문을 발표했다.“근래 자살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의 고통 속에서 가족 집단자살이라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회 전체에게 아픔과 슬픔,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비극이다.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이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더라도 무덤덤한 사회가 되어버리는 것이 더 비극적이요, 무서운 사회다. 이번 세 모녀의 죽음을우리 문제, 내 가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이어 3월 5일에는 세 모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보편적 복지’가 이뤄지는 세상을만들겠다고 밝혔다.
가난으로 인한 죽음은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에서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이다. 형식적 대응이어서는 더욱 안 되는 사안이다. 세모녀 사건에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애도 성명을 내고 추모재를 올려 고인들을 위로했다는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이 세 모녀의 죽음으로써 끝나지 않을 것이 뻔한 만큼 종단적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절실하다. 노동위원회로서는 역부족이다. 노동위원회는 노동 현안만 으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노동과 빈곤의 문제가 인접해 있는 것이지만 분리해서 대안을 마련하도록 나서야 한다. 노동위원회와 같은 가칭 빈곤위원회 또는 복지위원회 등, 명칭이 어떠하든 중생의 시급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종단적 노력, 정부에 대한촉구 등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
마침 조계종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스님)가‘3대 빈곤(근로, 주거, 노후 빈곤)실태의 조명과 불교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운영위원장, 금강대 응용불교학과 이혜숙객원교수,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소장이 공동 집필한 보고서에는‘사회 양극
화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 검토 및 대안 모색’‘, 3대 빈곤에 대응하는 불교계 역할’이 들어 있다. 정부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제안도 제시했지만, 보고서에서는“3대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도 단편적인 처방이나 미봉책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경제 체제를‘보편적 복지국가’체제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정책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강조했다.
실제‘2010년 OECD 회원국들의 GDP대비 복지지출 비율과 빈곤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9.2%로 OECD 가입 33개 국가 중 32위다. 복지 지출에 매우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4.9%다. 우리나라보다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멕시코(20.4%), 이스라(20.9%), 칠레(18.5%), 미국(17.4%), 일본(16.0%), 스페인(15.5%)이다.불교계의 역할로 빈곤문제를 상시 연구 하고 예방책과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종단적 전문기구의 구성을 제안했다. 중장기 과제로 사찰 인근에 노인 주거지 조성 등을 제시했다. 선운사가 승려노후복지를 위해 경내지에 노스님을 위한 방사를 제공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낯선 제안이 아니다. 현실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불교포커스>는 이와 관련,“중장기 과제로는 대안적 생활공동체 육성을 제시했다. 사찰이 인근에 노인 거주지를 조성하거나 공공임대주택 형식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등 실질적인 빈곤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것이다. 근로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 운영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법안 스님은‘아직은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지만 사찰 인근에 노인공동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을 구성하는것이 중장기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교사회연구소는 불교계 내부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법안 스님은‘농촌 주거인원 감소추세에 따라 산중 사찰도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다’며‘기본적으로 사찰이 존립해야수행과 포교를 고민할 수 있는 만큼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빈곤 사찰 구제 문제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찰 인근 생활공동체가 빈곤문제 대안’, 2014. 3.21.)고 전했다. 스님들의 노후 복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곤구제에 불교계가 나서야 하느냐는 반문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접근방법을‘흘러넘쳐야 퍼준다는식’이 아니라 함께 나눈다는 기조를 유지한다면 얼마든지 대안을 내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찰 인근의 토지를 활용해 우선 빈곤노인의 문제를 스님들의 노후문제와 함께 해소하는 방안의 연구는 뒤로 미룰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