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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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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4년 04월 386호

인도유학 시절, 종교를 불문하고 다양한 친구를 사귀던 나는 인도인 목사 친구의 고향에 간 적이 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한국인 친구들 셋과 함께 했던 여행이었다. 20시간 넘게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가서 도착한 그곳은 인도 서민들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친구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이 다 모여 사는 그 작은 집에서 우리는 염치도 없이 방 하나를 얻어 짐을 풀었다.
그렇게 귀하게 얻은 그 쉼터에 그 날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여름의 태양은 그 날 그 마을의 물을 마르게 해서 수도꼭지를 돌려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장시간의 여행으로 땀범벅이 된 우리 모두는 더위와 피로에 지쳐 일찍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창문을 뚫고 나오는 밝은 햇살로 잠이 깨서 물이 안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에 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좁은 화장실 바닥에 물이 가득 찬 물 항아리 10개가 있었다.
그 항아리의 물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온 마을 사람들이 새벽부터 마을 중앙에 있는 수돗가에 물을 받으러 나갔다고 해서 나도 나가보았다. 중앙 수돗가에는 사람들과 함께 동그란 물 항아리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항아리에 떨어지는 물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저렇게 나오는 물이라면 항아리 한 개 채우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기다리다 보면 희한하게도 항아리는 차고 사람들은 그 항아리를 이고는 제각각 집으로 돌아들 갔다.
다시 친구네 집으로 돌아와 화장실 바닥에 놓인 10개의 물 항아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른 새벽부터 가족 전체가 일어나 물을 길러온 그 노고와 인내에도 감사했지만, 더 놀라웠던 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로도 물 항아리는 가득 차고, 또 그 물은 어딘가에 꼭 필요하게 쓰인다는 사실이었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이 모이고 모였을 때의 그 힘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짓는 수 만 가지의 행위는 어떠한가.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작은 행위들이 쌓이고 쌓였을 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업의 항아리는 가득 차고, 또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행위의 영향력은 분명히 발휘가 된다는 것이다. 업의 결과는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선업이든 악업이든 말이다. 다음의 법구경 시가 이러한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māppamaññetha pāpassa “na man taṃ āgamissati”,
맙빠만예타 빠빳싸 나 만 땀 아가미싸띠
udabindunipātena udakumbho pi pūrati,
우다빈두니빠떼나 우다꿈보 삐 뿌라띠
bālo pūrati pāpassa thokathokam pi ācinaṃ.①
발로 뿌라띠 빠빳싸 토까토깜 삐 아찌남

“그것은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악행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물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으로도 물 항아리는 가득 찬다.
어리석은 자는 조금씩 악을 쌓으면서 악으로 가득 차게 된다.② 《법구경 121》

māppamaññetha puññassa “na man taṃ āgamissati”,
맙빠만예타 뿐냐싸 나 만 땀 아가미싸띠
udabindunipātena udakumbho pi pūrati,
우다빈두니빠떼나 우다꿈보 삐 뿌라띠
dhīro pūrati puññassa thokathokam pi ācinaṃ.③ 《법구경 122》
디로 뿌라띠 뿐냐싸 토까토깜 삐 아찌남

“그것은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선행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물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으로도 물 항아리는 가득 찬다.
지혜로운 이는 조금씩 선을 쌓으면서 선으로 가득 차게 된다.④

그 결과가 눈에 바로 드러나는 그 어떤 일이든, 하루하루 해나가는 그 하루하루에는 사람이 이만큼밖에 못하는구나 싶어도 그 하루하루의 끝의 어느 하루에 그 하나하나가 쌓인 걸 보면 사람이 이만큼이나 해내는구나...하게 된다.
선행이나 악행도 그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행위들이 쌓이고 쌓여 무르익으면 악한 이는 악행의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선한 이는 선행의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 내 업의 항아리에 내가 떨어뜨린 것은 무엇일까. 내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내 업의 항아리. 선한 온기로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그 날이 있기를, 그 날을 만들어가는 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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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māppamaññetha: 가벼이 여기지 말라. pāpassa: 악행을. na: ~아니다. man = maṃ: 나에게. taṃ: 그것은. āgamissati: 올 것이다. udabindunipātena: 물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으로. udakumbho: 물 항아리는. pi: ~도 또한. pūrati: 가득 찬다. bālo: 어리석은 자는. pāpassa: 악으로. thokathokam: 조금씩. ācinaṃ: 쌓으면서.

② 막경소악莫輕小惡 이위무앙以爲無殃 수적수미水滴雖微 점영대기漸盈大器 범죄충만凡罪充滿 종소적성從小積成(한역법구경)

③puññassa: 선행을. dhīro: 지혜로운 이는.

④막경소선莫輕小善 이위무복以爲無福 수적수미水滴雖微 점영대기漸盈大器 범복충만凡福充滿 종섬섬적從纖纖積(한역법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