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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묵은 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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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최정숙┃대구 2014년 04월 386호

키가 자라 짧아진 교복인데 등굣길 선도부한테 지적 당했다며 딸이 잔뜩 부은 얼굴을 하고선 들어섰다. 자기가 어디를 봐서 치마나 줄여입는 그런 학생처럼 보이냐고 볼멘 소리를 하더니 수선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단다.
목요일 부터 내리 나흘을 쉬게 됐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왠걸? 기특한 마음도 잠시,주말이 되었는데도 교복 치마 길이는 그대로였다.
내일 내일 하는 동안 시간은 금새 흘렀고 급한 마음에 다녀온 교복집은 휴일이라 문이 닫혔더란다.
그제서야 조바심이 일었는지 엄마에게 애처로운 구원의 눈길을 날렸다.
옛날 학교 다닐적…옷가지며 운동화도 직접 빨아야했던 일요일 아침상 물리고 부모님이 들에 가시고 나면 빨래는 잠시 미룬채 TV앞으로 직행하기 일쑤였다
캔디만 보고 해야지 하다가도 또 재미있는거 하면 요것만 보고 해야지…하고 나면 또 다른 프로.
그렇게 꼼짝없이 TV 앞에 묶여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점심때가 훌쩍 지나 있었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늦은 빨래를 해서 널어 놓으면 빨래가 덜 말라
운동화는 불때는 가마솥 뒤에다 말려 신고 가곤 했었다.
그때, 말없이 솥불에 말려주시며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옛날에 3년 묵은 색시가 시집을 갈적에 속곳을 화롯불에 말라 입고 간단다\" 였다.
급하게 날을 잡은것도 아니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내일 내일 하며 미루다보니 발생한 일이었을테지.
살아갈수록 와닿는 말이다.
한정없이 이어질것 같은 시간도 다 끝이 있게 마련이니 무슨 일이든 미루지 말고 하란 뜻이었으리라. 일요일 오후,다리 아프게 발품을 판 끝에 휴일임에도 문을 연 수선집을 찾았다
기분좋게 수선을 마치고 딸에게 안겨주었다.
두말하지 않아도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을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