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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시간과 귀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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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향기 - 박은옥 ┃경남 통영 거주 2014년 03월 385호

매년 거리는 반짝이는 불빛과 케럴로 뒤덮이고 요란한 한해의 마무리와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이되면, 나는 늘 떠들썩한 속세를 벗어나 고요하기만 하던 해인사를 떠올린다. 그곳에서 맞이했던 새해 가 그리워진다.
2009년 12월 진주를 거처 합천 행 버스를 타고 해인사로 향했다. 새해 맞이 장소로 해인사를 택 한 데에는 조용한 곳에서 쉬면서 앞으로에 대해 생각 정리를 하고싶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방편으로 사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를 알아보던 중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다는 해인사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를 보게되었다. 사찰 체험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도 좋지만, 사찰에서 봉사를 하며 지내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인 것같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와 닿기는 했지만. 언제든 와도 좋다는 원주스님과의 통화를 끝내고 짐을 챙겨 해인사로 향했다. 혼자하는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새로운 곳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나는 해인사로 향했다.
2시간이 넘는 합천 행 완행버스는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찬 나에게 제동을 걸듯 구불구불 느리게 해인사로 가고 있었다. 차안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쯤 버스는 해인사 터미널에 도착했다. 산에 온 것을 실감하 듯 매서운 바람과 청량한 공기가 나를 상쾌하게 만들었다. 가방을 메고 일주문까지 오르는 길은 한 겨울 에도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힘들었다. 일주문을 지나 들어선 해인사는 웅장하면서도 산이 품고 있는 산사라 고요했다. 자원봉사자는 후원 공양간에서 설거지와 정리를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은 생각처럼 힘들지 않았고 그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쉴수 있었다. 하루의 일정은 새벽3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에 참석하고 공양간 봉사 후 쉬는 시간에는 다른 봉사자분들과 해인사 주변의 암자를 돌아보고 저녁9시가되면 취침에 든다. 밖에서와는 달리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산사의 생활이 몸에 배지 않아 힘들었지만 곧 적응해 새벽에도 쉽게 일어날수 있었다. 불자가 아닌 나는 모든것이 처음이었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해인사에서 지내는동안 시간이 멈춘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속세의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릴 만큼의 고요함을 나는 좋아했었다. 특히 새해의 해인사는 더욱 고요하고 평온했다. 바깥 세상의 시끄럽고 요란한 새해맞이가 다른 별 나라의 일인것처럼 느껴졌다. 세상 모든것들이 잠들어있는 시간에 세상 모든것들을 깨우는 법고소리를 들으며 맞이하는 새해는 해맞이 명소에서 몇시간을 기다려 떠오르는 일출을 보는 것만큼 강렬했다. 쏟아질듯이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맞이했던 해인사의 새해 풍경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돌아온 일상에서도 나는 종종 해인사를 떠올렸다. 일에 치이고 삶이 지칠때면 해인사에서 보낸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상념에 들기도 했었다. 대적광전의 새벽예불, 석탑에서 올려다본 많은 별들, 법고소리, 따뜻했던 방의 온기, 그와는 대조적이던 차가운 공기 모든것들을 그리워 하며 다시갈 날을 그렸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면서 3년만에 해인사를 가게되었다. 3년전 처럼 설렌 마음으로 찻아간 해인사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공양간은 더 깨끗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공양간의 체취는 그대로였다. 오랜시간을 떠돌다 마침내 집에 온것 같은 기분이었다. 말할수 없이 평온했다. 해인사는 온 산이 푸르름으로 가득한 싱그러운 여름이었다. 한 여름의 하안거 용맹정진부터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었던 가을의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던 겨울의 해인사까지 오고 가기를 반복 하며 해인사에서 세계절을 보냈다. 새벽4시부터 시작된 용맹정진 죽공양 설거지, 무더운날 발 담구고 놀았던 홍류동계곡, 대방앞 평상에서 본 별똥별, 밖에서는 먹기힘든 귀한 애플망고, 지금까지 먹어본 김밥중 가장 맛있었던 공양간 보살님표 김밥, 법복에 털신신고 밀짚모자 쓰고 다녔던 산책길, 법당에서 과일쌓기, 포교국에서의 맛있는 커피한잔, 비닐봉지 들고 다니며 주웠던 도토리, 저질체력으로 올랐던 마애불 부처님, 그릇과 나만 남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 했던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눈오는날 걸었던 소리길, 해인사에서 맞이한 두번째 새해 그리고 새해의 시작이었던 동안거 용맹정진까지.
많은 시간을 해인사에서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것을 배웠다. 그속에서 울고 웃으며 나는 한뼘 더 자란것 같다.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 가면서 잘가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때, 뒤돌아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귀한 경험들이었다. 이제는 다시 힘차게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것 같다. 나에게 허락된 모든것에 감사하며 해인사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에 감사합니다.